인니 실물경제 회복세, 해외 투자 유입 지속

[CEONEWS=정성환 기자] 2018년 글로벌 경제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신흥국 경제위기론’이었다. 아르헨티나의 환율이 지난 1년간 100%의 평가절하를 기록했고 터키가 40%, 인도 15%, 인도네시아 11% 등 신흥국의 환율 절하 폭이 확대되면서 신흥국들의 금융위기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절하 폭은 적었으나 위기 전이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의 최근 환율 절하 원인을 분석해 보면 2019년 인도네시아 경제를 전망하는 데 효과적 인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의 금리 차, 미·중 무역전쟁, 무역적자에 루피아 가치 하락

루피아 가치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유출을 들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를 통해 양적확대를 지속해 왔던 미국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을 추진했다. 2015년 0.25%에 불과했던 미국 금리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세 차례 인상되며 2018년 10월 기준 2.25%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반면에 경기 부양에 우선순위를 둔 인도네시아는 2017년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는 등 미국의 금리 인상 정책과 상반되는 정책을 보이면서 양국 간 금리 격차가 2017년 4%포인트에서 2018년 4월 2.5%포인트로 축소됐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인도네시아에 투자된 해외 자금이 유출되면서 2018년 5월 인도네시아 루피아(IDR)는 달러당 1만4,100 루피아로 2017년 1월 대비 5.5%가 평가절하됐다. 지속적인 평가절하를 방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6월 2개월간 1%나 인상하는 등 방어책에 나섰지만 5월 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금리 인상이 무색하게도 절하 폭이 커지는 상황이 지속됐다.

 두 번째 요인은 미·중 무역전쟁 확대다. 2018년 4월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 이후 양국의 무역전쟁이 확산되면서 달러화의 강세 기조가 지속됐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신흥국 대부분 국가의 환율 변동성이 폭발적으로 커졌으며, 신흥국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2018년 4월부터 10월까지 약 6개월간 아르헨티나 환율은 -92%, 브라질 –21%, 러시아 -12%, 인도 -13% 등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가 급격한 평가절하를 겪었으며, 심지어 일본과 한국의 통화 역시 5% 수준의 평가절하를 경험했다. 올해 11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분쟁 협의서 작성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

일 신흥국 대부분의 통화가 급격하게 평가절상된(아르헨티나 +4%, 브라질 +3%, 인도·인도네시아·한국 등 +2%) 사실은 무역전쟁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은 2018년 무역적자 전환이다. 인도네시아는 석탄·팜오일·원광 등 원자재를 수출하고, 휘발유와 디젤 등 정제유와 가전 및 통신 기계를 수입하는 전형적인 신흥국 무역 구조를 띠고 있다. 석탄·팜오일·원광 3개 품목이 상위 3개 수출품이며 전체 수출의 약 40%를 점유한다. 인도네시아가 최근 2년간 글로벌 원자재 가격 회복세에 힘입어 무역 흑자 구조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2018년에는 글로벌 원유가격 상승으로 휘발유 등 정제유의 가격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유류 부문의 무역 적자폭이 확대됐다. 반면에 주력 수출품인 팜오일의 경우 유럽연합(EU)이 새로운 바이오 디젤 원료에서 팜오일을 제외하면서 유럽 수출이 불가능해지고 공급 과잉이 심화돼 지난 1년간 국제가격이 19%나 하락했다. 석탄 가격도 올해 들어 22%나 급락했다.

저열량탄의 최대 수요국인 중국에서 환경 규제 강화로 고열량 호주탄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가격 하락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주력 수출 상품의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촉발된 무역수지 적자 전환이 결국 루피아의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파국으로 치닫지 않는 한 5%대 성장 예상

2019년 인도네시아 경제성장을 좌우할 핵심 요인은 미·중 무역전쟁의 지속 여부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이후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분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양국의 실질적인 피해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향후 갈등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양국 간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국제교역이 회복세를 보인다면 원자재 가격 역시 회복되면서 인도네시아 경제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인도네시아 실물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것 역시 2019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대표적 경기 지표인 자동차 생산은 2018년 9월까지 누적으로 전년 대비 8% 성장하면서 역대 최고치인 130만 대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 경제 지표인 오토바이 생산 역시 9% 증가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LCGC(Low Cost Green Car) 부문의 대폭적인 성장과 더불어 지난해 가동한 중국 자동차사인 상하이GM 울링과 소콘인도의 판매가 확대되면서 생산을 견인한 것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미쓰비시 자동차가 생산 능력을 현재 16만 대에서 22만 대로 확대해 인도네시아 내수시장 확보는 물론 아세안 지역 공략을 위한 수출기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중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자동차 수출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도 인도네시아에 약 25만 대 규모의 신규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정부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산업 역시 수요 확대와 더불어 신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철강 수요는 1400만t으로 2016년 대비 약 8% 성장했다.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사전 대응하기 위해 국영기업인 크라카타우 스틸은 열연 150만t을 증설 중이며, 민간기업 구눙가루다도 80만t 규모의 소형 고로를 신설 중이다. STS 부문에서는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니켈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 청산이 니켈 제련소와 STS 공장을 지속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현재 300만t 규모의 STS 일관제철소를 술라웨시섬 모로왈리에 완공해 가동 중이며, 웨다베이에도 동일한 규모의 니켈 제련소를 건설하기 위해 최근 착공식을 거행했다.

 셋째,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하던 원유 가격이 최근 한 달간 안정화되면서 70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것도 무역수지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올해 9월 바이오디젤 함량 기준을 10%에서 20%로 확대하는 등 디젤 수입 억제와 팜유 소비 증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롯데케미컬은 총 4조원을 투자해 자카르타 인근 찔레곤에 나프타 분해 공장을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연관 산업단지도 조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생산

제품은 상당 부분 수출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무역적자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2019년 4월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결과 역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대통령 선거 전에는 대대적인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결과 정권이 바뀌면 새로 취임한 대통령들이 전임 정권 때 투자된 사업 대상으로 비리 여부나 자금 출처를 면밀히 조사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불안 리스크가 제거되면 자국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대외 변수인 미·중 무역전쟁 지속 가능성을 제외하고는 2019년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을 방해할 요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한·중·일 등 동아시아 3개 국가들의 투자 지속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 이후 차세대 성장 국가의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으며 2억6000만 명의 인구와 다양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 지속은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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