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거시경제 안정 등으로 6% 중반 성장 전망

[CEONEWS=윤상천 기자] 베트남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과 안정적인 정치환경으로 한국 기업들의 진출 러시가 지속되면서 한국은 최근 대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 1~2위 국가에 올랐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하에서 베트남 경제의 최근 성장세도 눈에 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의하면 베트남의 2015~2017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6.4%로 전 세계 평균 3.5%와 아세안 국가 평균인 4.9%보다 높았다. 한국의 교역 및 투자 대상국으로서 중요성을 더해 가는 베트남의 올해 경제 성과를 돌아보고 2019년 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적 요인들을 살펴보는 과정은 한국 경제에 큰 시사점을 준다.

 

올해 민간소비·투자·수출 등 거의 전 분야에서 견조한 성장세

베트남 통계청은 2018년 상반기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각각 7.08%와 6.9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상반기 성장률 7.08%는 8년 만의 최고 기록이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베트남 정부가 올해 초에 내세운 목표치인 6.5~6.7%를 초과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산업별 3분기 성장률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5%와 6.84%로 성장을 주도했다. 농림수산업도 3.76%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교역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도 베트남은 휴대전화·전자기기·의류 등 주력 수출품목이 꾸준히 실적 호조를 보였다. 2018년 1~9월까지 베트남의 수출 규모는 238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했고, 무역흑자는 54억 달러에 달했다. 더욱이 매년 중반기부터 증가해 연말에 정점에 도달하는 베트남의 수출 패턴을 감안할 경우, 2018년 정부의 수출 증가 목표인 7~8% 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며 올해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무역흑자의 일등공신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기준 베트남 전체 GDP에서 외국인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근접했으며 수출 기여도는 72.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베트남 자국 기업들은 무역적자를 보인 반면 외국인 기업들은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실례로 2017년 외국인 투자 기업 들이 약 29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반면, 자국 기업들은 약 2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직접투자 역시 경제성장률 제고에 일조했다. 2018년 10월까지의 누적 FDI 유입 규모는 150억 달러를 넘어서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투자 업종도 제조업을 비롯해 부동산, 전기·가스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FDI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베트남의 대외 건전성이 강화되고 환율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대외 악재가 터질 때마다 주변국 대비 베트남 동화의 변동성이 커져 환율 리스크가 증가하곤 했다. 하지만 2018년 1월부터 10월 말까지의 통화가치 변화를 보면 동화는 2.8% 상승(평가절하)하는 데 그쳐 6.7% 상승한 한국과 싱가포르·필리핀·태국 등 대비 가장 변동폭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영향으로 내년 성장률 하락할 듯

2019년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2018년 대비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IMF를 비롯한 주요 전망 기관들은 최근 2019년 평균 성장률이 올해보다 약 0.2~0.25%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증가에 따라 내수성장이 지속되는 등 양호한 펀더멘털은 유지되지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및 선진국 중심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 대외 환경요인이 경제성 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2019년 경제성장률 하락을 가져올 요인 중 하나로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미·중 간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으로 하반기 들어 양국이 실제 두차례(7월 6일, 8월 17일)에 걸쳐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면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해 무역 상대방을 힘으로 압박한 사례들을 볼 때, 양국 간 무역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통상분쟁 장기화 가능성은 베트남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베트남은 2017년 기준 대미 수출비중이 19.4%로 태국(11.2%), 인도네시아(10.6%) 등 주요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높아 그만큼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위험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미국은 베트남을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 주요 국가로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간접적인 수출 감소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 간 통상전쟁이 장기화되면 베트남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도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중국 정부가 국내 경기 부양 목적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지속 공급함에 따라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섬유·의류와 같이 중국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 다는 지적이다.

 둘째,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가 등 국제상품가격 상승을 들 수 있다. 올 10월 미국 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속적인 미국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점에 비춰 2019년에도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국의 국채금리가 상승해 베트남 내에서 자본이 유출되고 결국 동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베트남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 역시 동화 가치 하락과 결합해 베트남 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결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하락해 내수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 강화에 따른 자본유출 등 금융시장 변동성 증대 역시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대내적 요인으로 베트남 정부가 도로·철도·상하수도 등 공공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본을 투자해 재정건전성 강화를 도모할 만한 재정 여력이 없다는 점도 전망치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베트남의 공공부채는 2017년 GDP의 64.8%까지 급증해 위험 수위인 65%에 근접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재정건전화를 위한 공공지출 억제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동안 베트남 인프라 건설 자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왔던 국제기구의 공적개발원조(ODA) 지원금이 줄어든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베트남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2017년부터 세계은행의 ODA 지원이 중단됐으며, 2019년부터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ODA 지원도 중단되거나 축소될 예정이다.

 베트남은 도로와 철도 등 열악한 인프라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해 기업 전체 생산원가 중 물류비용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실정이다. 현재까지는 저렴한 노동력에 기반해 FDI를 유치하면서 아시아의 생산거점 역할을 해왔으나, 향후에도 이러한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공공 인프라를 적극 구축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 마련이 큰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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