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이끌 AI 연구센터 MIT 못지 않게 지어달라"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컨슈머뉴스=윤상천 기자] 김정식(90·사진) 대덕전자 회장은 지난 18일 'AI(인공지능) 센터' 신축에 써달라며 예금 등 사재(私財) 500억원을 서울대 공과대학에 기부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김 회장이 서울대에 기부한 금액을 합치면 657억원으로 서울대 개인 기부자 중 최고액이다. 현재 김 회장은 노환으로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입원해 있다.

김 회장은 "4차산업 시대에 하드웨어 개념은 사라졌고, 모든 공학 분야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해야 한다"며 "4차산업을 따라가야 하는데 대학이 그대로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김 회장은 올 1월 1일 자에 실린 '질주하는 세계―대학'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편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MIT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들여 AI를 가르치고 다른 학문과 융합하는 'AI 단과대'를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김 회장은 다음 날 회사 기획실에 "MIT의 AI 대학 사업을 정리해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자료를 검토한 후 AI 연구 시설을 짓겠다는 서울대 공대 차국헌 학장에게 연락해 500억원 기부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나 스스로 확신하지 않았다면 1억원 정도만 내지, 그 이상은 협조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 아들인 김영재 대덕전자 사장은 "50년간 전자 산업을 경험하신 아버지는 '우리 산업이 추격형이 아니라 선도형으로 바뀌어야 하는 변곡점'이라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며 "그 도전을 뚫고 갈 인재, 교육이 필요하다며 '학교에 숙제를 내신다'고 하셨다"고 했다.

김 회장은 1948년 서울대 전기통신공학과(현 전기·정보공학부)에 입학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휴학하고 호텔 웨이터로 일했다. 대학 재학 중 6·25전쟁이 터져 공군 통신장교로도 복무했다. 군(軍) 전역 후 학업을 마친 그는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1991년에는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이공계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전국 대학 20곳의 공대 도서관을 짓는 데 328억원을 후원했다.

김 회장은 한국 전자 산업의 산증인이다. 1965년 회사를 설립해 흑백 TV, PC,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인쇄 회로 기판을 생산했다. 김 회장이 세운 대덕전자는 지난해 매출 9600억원에 직원 2300명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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