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든다

[CEONEWS=이재훈 기자]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CEONEWS가 '대한민국 리딩 TOP CEO'를 선정합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CEO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앙양하고 그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CEO PI의 본보기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구광모 (주)LG 대표이사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5월 고 구본무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만 40세의 나이로 회장에 취임했다. LG그룹의 총수가 된 구 회장은 2018년 11월28일 취임 뒤 첫 정기인사를 통해 ‘안정’과 ‘변화’ 모두에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광모 회장은 그룹 총수로서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LG그룹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영능력을 쌓고 성과를 인정받기도 전에 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 회장. 지금 그는 무엇보다 주주와 시장에 설득력 있는 비전을 내놓는 일이 중요하다. 구 회장의 지나 온 날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살펴봤다.


격의 없고 소탈, 겸손과 실용주의적 사고 소유...실행 중시
LG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 동력 발굴 및 육성’이 과제

◆ WHO is ...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978년 1월23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친아버지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으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첫째 동생이다. 강영혜씨가 어머니다.

서울 경복초등학교와 영동고등학교를 거쳐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1994년 사고로 장남 구원모씨를 잃자 2004년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입적해 뒤를 잇게 했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이 증조부이며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조부다.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삼촌이다. 구훤미씨와 구미정씨가 고모다. 구본무 회장의 딸인 구연경씨, 구연수씨와 양남매다. 구본능 회장의 딸인 구연서씨와 친남매다. 사촌으로 구본준 부회장의 아들인 구형모 LG전자 과장과 딸인 구연제씨 등이 있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LG그룹에 입사해 2007년 과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휴직하고 다시 유학길에 올라 2007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경영학 석사학위)과정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에서 1년 정도 근무한 뒤 LG전자로 복귀했다.

구광모 회장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2000년대 중반 식품원료기업 보락 정기련 대표이사의 장녀인 정효정씨를 만나 2009년 결혼했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처음 보락 측에서 재벌가와 사돈이 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으나 LG그룹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지원하고 나서면서 결혼에 성공했다는 스토리가 있다.

2011년 차장에서 2년 후인 2013년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부장을 맡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에서 근무했다. 귀국 후 서울 여의도 HE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에서 근무하다 2014년 1월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 기획관리팀으로 이동했다.

2014년 4월 지주회사인 LG의 경영전략팀을 거쳐 시너지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같은 해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2017년 연말 인사에서 상무 직급을 유지하면서 LG전자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으로 이동했다. 구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구광모 회장은  2018년 6월29일 임시 이사회에서 LG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되며 그룹 경영을 떠맡았다.

구광모 회장은 주변과 격의 없이 지내고 소탈하고 겸손하다는 말을 듣는다. 또 실용주의적 사고를 지녔다는 평가도 있다. 사업에서 실행을 중시하고 내부 기반의 성장과 함께 외부와 협력관계에도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4세 경영의 닻을 올린 LG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앞으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 경영활동의 공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첫 시무식 주재

구광모 LG회장 마곡 사이언스파크 방문 취임 후 첫 공식일정

구광모 회회장은 2019년 1월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새해 모임’을 열었다. LG는 “31년 동안 LG 신년모임이 열렸던 여의도 LG트윈타워가 아닌 LG사이언스파크에서 시무식이 열린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이 개최한 첫 새해 모임은 소탈하고 실용주의적 구 회장의 경영방식에 맞게 격식을 가능한 배제하고 진지하지만 활기찬 분위기로 진행됐다고 전해진다. 기존에는 트윈타워 강당 앞에서 정장 차림을 한 회장단과 사장단이 임원진과 순차적으로 악수를 했으나 이번에는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의 임직원들이 서로 자유롭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

새해 모임을 LG전자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클로이’와 사내방송 아나운서가 함께 진행한 점도 눈에 띄었다. 구광모 회장과 임직원들은 ‘고객 가치 창조를 향한 LG의 꿈과 도전’을 주제로 한 영상을 보면서 새로운 도약의 의지를 다졌다고 전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로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첫 공식 행보로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LG그룹의 미래 준비 현황을 점검하고 경영진들과 연구개발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외부 수혈로 그룹 미래 책임질 새 성장사업에 힘 실어

구광모 회장은 LG그룹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재와 기술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구 회장은 2018년 11월28일 연말인사에서 전사적 외부 수혈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함으로써 ‘전장’과 ‘오픈 이노베이션’에 방점을 찍었다.

우선 전장사업과 관련된 임원인사만 지주회사 LG에 1명, LG전자에 1명이 투입됐다.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부사장을 LG 자동차부품팀장 자리에 앉힌 데 이어 은석현 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전무를 LG전자 VS사업본부 전무로 영입했다. 구광모 회장은 이번 외부 인사의 영입을 통해 적자구조의 전장사업 전략을 새로 짜고 내부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광모 회장의 이런 결정은 전문성이 떨어진 사업부에는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를 투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LG전자 한 계열사의 임원은 “구 회장은 내부 인화만을 내세운 기조로는 급변하는 사업환경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결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은 그룹의 콘트롤타워를 맡을 ‘실무 오른팔’ LG 경영전략팀장에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를 낙점하며 외부기술과 지식을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적 혁신) 전략의 의지도 나타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전략적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크고 작은 기업들과 협업 없이는 인공지능(AI)이나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에서 살아남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홍 사장은 평소 내부 기반의 연구개발과 함께 외부와의 협업, 협력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 회장의 경영철학에 발맞춰 전사적 성장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인재 수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각 계열사에 외부 전문가 영입을 포함한 차기 경영진 육성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해진다.

LG구광모 첫 대외활동 R&D 인재 영입

△연말인사 마무리로 4세 경영 가속화

구광모 회장은 2018년 11월28일 취임 뒤 첫 정기인사를 통해 ‘안정’과 ‘변화’ 모두에 무게를 실었다. 6인의 부회장은 박진수 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을 제외한 모두가 자리를 지켰고 실무 책임자는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새롭게 채워졌다. 박 전 부회장만 외부 인사인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으로 교체됐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이후 단행한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권영수 LG 부회장의 원포인트 인사나 외부인사 영입 등을 미뤄봤을 때 연말인사의 폭이 클 것이라고 바라봤으나 예상과 달리 구 회장은 5인의 부회장을 재신임했다. 이런 결정은 아직 LG그룹이 변화보다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보고 단기 실적보다 미래 준비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사업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략을 짤 수 있는 부회장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실무 임원진 인사에서는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신규 임원을 대거 발탁하고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혁신’에 중점을 뒀다.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와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김이경 전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 등 3명의 외부 인사를 LG에 대거 발탁해 그룹의 콘트롤타워를 보강했다. 홍범식 사장은 LG 경영전략팀장을 맡아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담당하고 김형남 부사장은 자동차부품팀장을, 김이경 상무는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을 각각 맡았다.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 부사장은 1년여 만에 MC사업본부를 내려놓고 융복합사업개발부문 부사장만을 담당하기로 했다. LG전자 VS사업본부도 김진용 부사장이 이끌게 됐다. 전장사업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만큼 좀 더 발빠른 성과를 내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LG디스플레이 CPO(최고생산책임자)와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을 지낸 정철동 사장이 박종석 사장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LG는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인재 육성 등 지주회사의 역할을 강화하며 계열사의 사업과 미래 준비 지원에 중점을 두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경영진에 변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지분 상속해 LG 최대주주에 올라

구광모 회장은 2018년 11월2일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LG 주식 11.3%(1945만8169주) 가운데 8.8%(1512만2169주)를 상속해 LG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로써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6.24%에서 14.72%로 높아졌다.구 전 회장의 나머지 지분은 장녀 구연경씨와 차녀 구연수씨가 각각 2.01%(346만4천 주), 0.51%(87만2천 주)씩 상속했다.

구광모 회장과 상속인들은 9215억 원의 국내 최대 상속세를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 동안 나누어 납부하기로 했다. 구 회장 본인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이 가운데 7천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구광모 회장은 2018년 11월29일 전체 상속세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536억 원을 냈다. LG그룹은 “상속인들은 국내 역대 상속세 납부액 가운데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LG 주식 상속세를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회장 취임

마곡에서 구광모 회장과 임직원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회장에 취임했다. 구 전 회장은 2018년 5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이에 따라 구 전 회장의 아들로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된 구 회장이 회장 자리를 물려받게 됐다.

만 40세로 나이가 많지 않고 상무 직급을 유지하고 있던 구광모 회장이 곧바로 회장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6월29일 LG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 선임이 결정됐다. 다만 구광모 회장은 그동안 LG그룹 총수가 맡아왔던 LG연암문화재단 등 네 곳의 공익법인 이사장은 맡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7월2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LG 온라인 게시판에 “고객가치 창조, 인간 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선대 회장의 경영 방향을 계승해 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꾸준히 개선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구 회장은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특별수행원단으로 참여하고 10월 부회장들로부터 사업보고를 받는 등 그룹 총수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2019년 1월에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청와대 신년회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과 함께 4대그룹 총수로서 참석했다.

△경영수업 활동

구광모 회장은 임원 승진 후 LG 신사업팀, LG전자 B2B사업본부 등에서 경영활동을 했다. 구 회장은 2018년 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2018’에 참여해 첨단 올레드 기술력을 집약한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등 신제품을 시장에 소개하는 등 사업 현장을 직접 챙겼다. 이 외에도 미국, 유럽, 중국, 싱가폴 등 글로벌 시장을 두루 누비면서 사업 성과 및 경쟁력 확보에 힘썼다.

구광모 회장은 2017년 말 임원인사에서 LG전자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올레드 사이니지 등 디스플레이 관련 신사업을 이끌었다. 이전에는 LG 시너지팀에서 그룹 전체 사업을 아우르는 동시에 신사업을 발굴하는 안목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LG 시너지팀은 2012년 그룹 차원에서 새롭게 만든 조직이다. 사업부나 본부 등을 없애고 모두 팀 형태로 운영되다가 2015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개발팀과 통합했다. 시너지팀은 그룹 주력사업의 시너지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현안을 파악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여겨졌다. 사업개발팀과 통합으로 신사업 발굴의 역할도 수행하게 됐다.

◆ 평가

구광모 회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탈하고 실용주의적 사고를 지녔으며 사업에서 실행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결정된 사항은 빠르고 철저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내부 기반의 연구개발과 함께 외부와의 협업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할 때는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앞서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데 힘을 쏟는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 관계자는 “구광모 상무가 선후배들과 격의없이 지내 사내 평판이 좋다”며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학창 시절에도 워낙 검소하게 지내 주변 친구들이 “LG대리점 아들이냐”고 물었을 정도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평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존중하고 야구 관람도 같이 즐기는 등 소탈하게 지내지만 일에서는 실행을 깊이 챙기고 실무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짚어낸다”고 말했다.

구본무 전 LG 대표이사 회장으로부터는 평소 겸손과 배려, 원칙과 관련된 가르침을 자주 받았다. 구 전 회장은 구광모에게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잘 듣고, 인재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며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직원들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해라. 모두의 하루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는 당부를 했다고 전해진다. 신의를 중요하게 여긴 구 전 회장이 고객과 회사 안팎의 인사들을 진정성 있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은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이런 성품은 대표이사에 오른 뒤 행보에 투영돼 있다. 구광모는 회장이라는 직위보다는 지주회사 대표이사라는 직책이 지니는 의미가 더 크다며 임직원들에게 ‘구 대표’라고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구 대표’라는 호칭에는 겸손하고 사려 깊게 전문 경영인들과 소통하며 경영한다는 구광모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회장에 오르기 전 LG그룹에서 경영수업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왔다. LG그룹에서 대리부터 단계적으로 경험을 쌓아 상무까지 올랐다. 오너 일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사원과 같이 과장 근무연한을 모두 채우고 차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 임원인사에서도 LG화학 전무로 승진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상무로 계속해서 근무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같이 근무했고 구본무 회장이 과장으로 입사해 20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은 과정과 같은 길을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본무 회장은 2014년 당시 구광모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있는 창원 공장으로 보내 3개월 동안 현장체험을 하도록 하기도 했다.

◆ 비전과 과제

구광모 회장은 그룹 총수로서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LG그룹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경영능력을 쌓고 성과를 인정받기도 전에 그룹을 이끌게 된 만큼 주주와 시장에 설득력 있는 비전을 내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LG그룹은 LG화학과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전장과 5G 사업 등의 진행 상황도 더뎌 사실상 그룹의 성장을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구광모 회장은 지금까지 LG그룹의 보수적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기업과 협력, 인재 영입 등을 적극 추진해 그룹 체질을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바꿔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LG그룹이 진행해 온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신사업, 전장사업 등을 살펴보면 전기차 배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흡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신사업의 교통정리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한 뒤 이를 과감히 밀어붙일 수도 있다.

특히 전장사업을 그룹의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4차산업혁명 공통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기술력을 육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미래 자동차시장은 완성차회사뿐 아니라 통신, 정보기술(IT)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투자 시점을 놓쳐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가 될 공산이 크다.

구광모 회장이 2018년 연말인사에서 자동차산업에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수혈하고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직속으로 ‘자율주행태스크’를 신설한 결정을 미뤄보더라도 전장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사업과 관련한 투자도 과감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 연구인력 1천 명 확보를 목표로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 인공지능센터를 열었다.

구자경 명예회장 생일축하에 함께한 구광모 회장

LG그룹은 올해 캐나다 토론토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고 구글 등 글로벌 인공지능 플랫폼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해 발걸음이 늦은 편이다.

'구광모 시대'를 상징할 대표사업으로서는 로봇사업이 눈에 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뒤 첫 시무식 진행을 LG전자의 로봇 ‘클로이’와 사내 아나운서에게 공동으로 맡겼을 정도로 로봇사업을 애정을 보이고 있다. 로봇사업은 아직 어떤 대기업도 진출하지 않고 있는 미개척시장인 만큼 구 회장이 시장을 선점해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