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탈한 성격에 폭넓은 글로벌 인맥 갖춰

[CEONEWS=이재훈 기자]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CEONEWS가 '대한민국 리딩 TOP CEO'를 선정합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CEO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앙양하고 그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CEO PI의 본보기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국제사회에 폭넓은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삼성그룹의 실질적 총수로 공식 석상의 전면에 여러 차례 나서고 있는 그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의 신사업을 성공해 경영능력을 증명하는 한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안정적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가 펼칠 삼성의 비전은 곧 대한민국의 성장동력과 맞물려 돌아갈 수도 있다. 과거 삼성그룹이 상사, 제당, 모직의 3대 축을 기반으로 했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IT, 금융, 바이오 등 새로운 3대 축을 기반으로 그룹구조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그의 과거와 앞으로의 비전 등에 대해 알아봤다.

◆ WHO IS...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장남으로 서울(1968년 6월 23일)에서 태어났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할아버지다. 첫째 여동생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고, 둘째 여동생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다. 고모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고 외삼촌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동갑내기 사촌이다.

그는 경기초등학교(1978년), 청운중학교(1984년), 경복고등학교(1987년)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1992년)했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95년)를 받았고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2000년)했다.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1991년)해 10년 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2001년)에 올랐고, 2년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2003년)를 맡았다. 이듬해인 2004년 S-LCD 등기이사가 됐다. 3년 뒤 삼성전자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 전무(2007년)를 거쳐 2년 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2009년)을 역임했다. 그리고 이듬해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2010년)에 올랐다.

2012년 말부터 삼성전자 부회장(2012년)에 오른 후 2015년 5월30일 이건희 회장이 임기가 만료되자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됐고, 2016년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입사 25년 만에 처음으로 등기이사에 올랐다. 2017년 4월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인 엑소르 사외이사에서 5년 만에 물러난 바 있으며,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뒤부터 삼성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장기간 투병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2018년 5월)에 따라 삼성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되며 삼성그룹의 총수로 인정을 받았다.

박근혜 게이트 수사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에서 실형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돼 경영에 복귀했다. 삼성전자의 새 성장동력 확보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당면한 과제로 안고 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국제사회에 폭넓은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

◆ 경영활동의 공과

△삼성그룹 총수로 전면에 나서

 

이재용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삼성그룹의 실질적 총수로 공식 석상의 전면에 여러 차례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조인식을 열고 올림픽 공식 후원 기간을 2028년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재용이 조인식에 직접 참석해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만났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를 맡을 때 IOC 위원으로 활동하며 관련된 행사에 종종 참석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공을 들인 점에 비춰보면 이재용 부회장이 대외 행사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역할을 사실상 물려받고 있는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9월 열린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와 함께 북한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현지 관계자를 만나고 2018년 7월에는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아직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로 정부와 삼성의 관계 개선에 앞장서고 대외 행사에도 보폭을 넓히면서 전면에서 역할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2018년 8월 삼성그룹이 정부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에 맞춰 3년 동안 180조 원 규모의 막대한 투자를 결정한 점도 이재용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은 인공지능과 5G, 바이오와 전장부품 등 이 부회장이 특별히 공을 쏟던 신사업분야에만 2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도 내놓았다.

△삼성전자 '외교관' 역할로 바쁜 행보 보여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모두 8번의 해외 출장 일정을 보냈다. 평균 한 달에 1회 꼴로 해외를 방문한 것이다. 2018년 12월 열린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딸의 결혼식에 퀄컴과 노키아,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해외 주요 기업의 CEO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 글로벌 정재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 부회장도 이 행사에 초청을 받아 결혼식 사전행사에 참석하며 삼성과 릴라이언스그룹 사이 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글로벌 주요 인사와 만났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외에 인도와 중국, 일본과 유럽, 북미 등 다양한 곳으로 출장을 떠나 현지 스마트폰업체와 통신사 등 다양한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 삼성전자와 사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한국에서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 사업을 논의한 적이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다양한 글로벌 인맥을 갖추고 있어 삼성의 '외교관' 역할을 도맡아 한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활발한 출장을 통해 이런 역량을 다시금 과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4일 중국으로 출국해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을 찾아 반도체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연휴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또한 최근 2월 11일(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Mohammed bin Zayed bin Sultan Al-Nahyan)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 5G 및 정보기술(IT) 미래사업 분야에서의 한국과 UAE 기업 간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삼성그룹 세대교체 등 변화 주도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이어진 사장단 인사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등 만 60세 이상의 경영진이 대부분 일선에서 퇴진하고 젊은 경영진을 대표이사 등 요직에 앉히는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2017년 초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로 고위 임원들이 다수 삼성그룹을 떠난 데 이어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이 이어진 것이다. 당시 경영진 세대교체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던 이재용 부회장의 뜻이 반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외에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경영체제를 투명하게 바꿔내고 주주 환원도 강화하는 변화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부터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세계 선진기업과 같은 문화를 도입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세운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2018년 3월 주주총회 이후부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역할을 분리하고 다양한 출신의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또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 이사회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배당 확대 등 중장기대책을 세우도록 했고 삼성전자 주식에 소액주주 접근을 높이기 위해 주식 액면분할도 결정했다.

순환출자 해소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화재는 공정위 권고에 따라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그룹 내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투명성 강화를 약속한 뒤 이를 차례대로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부터 삼성전자 입사 25년 만에 처음으로 등기이사에 올랐다.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은 회사의 여러 경영사항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며 회사의 주요 결정에 권한을 높이는 등 책임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가 있다. 당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와 단종사태로 최대 위기에 놓였던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주주 신뢰회복을 위해 전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하만 인수합병으로 전장사업 새 성장동력 확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처음 인수 합의를 발표한 지 약 4개월만에 하만 주주들의 동의와 각국 당국의 승인을 모두 받아 절차를 마무리했다. 인수금액은 80억 달러(약 9조 원)으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 본사에서 하만 경영진과 직접 만난 뒤 인수 협상을 담판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뒤 얼마 되지 않아 대규모 인수합병에 성공하며 경영능력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재임한 기간 전략적 대형 인수합병을 성공하는 등 경영역량을 발휘해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사업팀을 새로 출범하며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전장사업 특성상 완성차 고객사를 새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삼성전자가 관련 사업에 경험이 거의 없어 성과를 낼지 부정적 시각도 있었지만 세계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갖춘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하만은 전장사업뿐 아니라 음향 기술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뒤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제품에 하만의 음향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부품에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도 공급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매우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인 엑소르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해외 기업과 협력 확대에도 힘쓰다가 5년 만인 2017년 4월 물러났다. 엑소르 측은 임기 만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극적 사업 재편과 인수합병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14년 방산사업을 한화그룹에, 2015년 화학사업을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이 대표적이다. 이후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프린팅사업과 해외업체 지분 등을 모두 매각하고 각 계열사의 조직 효율화를 추구하는 강도 높은 사업 재편이 이어졌다. 2016년 말 삼성그룹의 전체 직원 수는 2015년 말보다 1만 명 가까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이전에도 꾸준히 대규모 인수합병을 이어왔다. 미국 신생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모바일결제 ‘삼성페이’를 출시했고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와 디스플레이업체 차이나스타의 지분 등을 사들였다. 인공지능업체 ‘비브’와 클라우드기업 ‘조이언트’, 메시지 서비스기업 ‘뉴넷캐나다’ 등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폰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의 인수합병도 계속 이어갔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활발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비주력사업을 매각한 뒤 전장사업과 바이오사업 등 삼성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신사업에서 성과가 본격화되면 이재용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후계자로 경영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재용은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석유화학 및 방산부분을 팔았다. 2015년 하반기에는 삼성SDI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대신 전면에 나서면서 경영을 이끌었다. 2014년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잇따라 상장했다. 2015년 9월에는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데 관련해 엘리엇매니지먼트라는 헤지펀드가 반대를 표명하면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표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4%를 보유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 19.4%, 삼성전자 4.1%의 지분에 간접지배력을 갖췄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자 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게 됐다. 2014년 10월 4년여 만에 공식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고 다음 달인 11월 삼성그룹 3급 신입사원 공채 시스템 개편안을 마련했다.

그는 경영을 총괄한 이래 삼성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과거 삼성그룹이 상사, 제당, 모직의 3대 축을 기반으로 했다면 이재용은 IT, 금융, 바이오 등 새로운 3대 축을 기반으로 그룹구조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미래에 꽂힌' 이재용...신성장동력 이어 이번엔 청소년교육

"제가 두 아이의 아버지여서 그런지 젊은이들의 고민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달 18일 선포한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과 사회공헌 테마 '청소년 교육'은 이 부회장의 이런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이 부회장이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를 만들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는 것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표방하는 기업정신의 5대 핵심가치(인재제일·최고지향·변화선도·정도경영·상생추구) 중 첫 번째 항목인 '인재제일'을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로 구체화한다는 뜻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이낙연 국무총리의 삼성전자 방문 시 가졌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해야만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생의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겠으며,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 미래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 평가

이재용 부회장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건희 회장이 추진력을 앞세운 리더였다면 이 부회장은 ‘실용주의’를 앞세워 필요한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정리하며 삼성그룹의 ‘이재용 시대’를 열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를 때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대처하고 지속적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이사 선임과 공식적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의전을 싫어하는 소탈한 성격으로 해외 출장길에 혼자 공항을 오가는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과 임원진들이 타던 전용기와 헬기를 매각하고 출장지에서 불필요한 의전을 모두 없애게 했다. 또 직원들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글로벌 재계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삼성그룹의 ‘외교관’으로 꼽힌다. 이런 역량이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최근 하만 인수합병에 성공한 것이 글로벌 경영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로 점차 전면에 나서며 대외적으로도 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에 벤처기업과 같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하겠다는 목표로 ‘스타트업 컬쳐혁신’을 선포하며 조직문화를 바꿔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와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최고혁신책임자(CIO)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의 영입도 이어지고 있다.

자식 사랑이 대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들의 학예회 공연을 보기 위해 출장 직전에 학교에 방문했다가 공항으로 이동한 적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딸의 발레 공연을 수차례 관람하면서 ‘딸바보’라는 별명도 붙었다. 딸이 ‘호두까기 인형’에 직접 출연하는 것을 계기로 단원들에게 의상을 선물했다.

야구팬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에 김시진 삼성라이온즈 투수와 캐치볼도 하고 야구장에 와서 시구를 했다고 한다. 야구장을 찾는 것을 좋아해 삼성라이온즈 경기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7회 관람했는데, 삼성라이온즈가 5번 승리해 이 부회장이 야구장을 가면 승리한다는 공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젊은 시절에는 승마 선수로 활동하며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아시아 승마 선수권대회 은메달, 국제승마협회 공인 삼성 국제마장마술대회 금메달 등을 땄으며 1995년 일본 유학을 가면서 국가대표를 내려놓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3년 4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의 신임이사로 선정됐다. 2018년 임기가 만료됐다. 2013년 중국 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에서 ‘중국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인물’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WSJ Asia)이 선정한 ‘2014년 주목해야 할 인물’ 중 한 명에 뽑혔다. 2015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33위에 올랐다. 한국인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2016년에는 40위로 하락했다.

◆ 비전과 과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의 직접 채용 결정과 '반도체 백혈병' 분쟁 종식, 계열사 순환출자 고리 해소, 미세먼지 연구소 설립, 소프트웨어 청년 인력 육성 등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의 신사업을 성공해 경영능력을 증명하는 한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안정적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기존 주요 사업의 성장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하만 인수를 계기로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가 전장부품 분야에서 하만과 꾸준한 시너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적어도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과 5G 통신, 사물인터넷 기술도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으로 꼽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사업화 방향성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경영능력을 증명하려면 우선 이런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이끌어내 경영능력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이 중요하다. 그가 국정조사 청문회와 재판 등에서 "경영 능력으로 인정받아 삼성의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의약품사업도 미래에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삼성그룹의 유망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이재용 부회장이 안고 있는 무거운 과제다. 정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삼성생명을 포함한 금융 계열사가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면 그룹 내 가장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오너일가와 다른 계열사의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공백 상태인 그룹 차원 콘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과 같은 거대 기업집단이 지주사체제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거시적 사업전략을 구축하고 성장을 추진하려면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콘트롤타워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의 이름만 바꾸는 데 불과한 조직은 만들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형태로 삼성그룹 콘트롤타워를 구축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에 관련된 계열사를 아우르는 소규모 태스크포스 형태 조직이 구축돼 미래전략실이 하던 역할을 일부 나눠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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