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3.8%, 17년만에 최고...올 대학 졸업자 중 취업자는 10명 중 1명

[CEONEWS=윤상천 기자] 지난달 일자리 증가폭이 다시 둔화하며 작년 연간 일자리 증가 규모가 10만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18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취업자는 2천663만8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4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2천682만2천명으로 전년보다 9만7천명 증가했습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8만7천명이 감소한 이후 9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전년인 2017년 증가폭은 31만6천명이었습니다.
 

작년 취업자 증가폭 9년만에 최소

올해 초 출발은 순조로웠습니다. 1월 취업자 증가 폭은 33만4천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부진한 흐름이 나타나 2∼4월 10만명대로 떨어진 후 5월에 7만2천명까지 하락했습니다. 6월에 10만6천명대로 올라섰으나 7월 5천명, 8월 3천명으로 추락했습니다. 이후 9월 4만5천명, 10월 6만4천명에 이어 11월엔 16만5천명으로 반등했으나 12월 다시 10만명을 밑돌았습니다.

작년 실업자는 107만3천명으로 2016년 이래 3년째 100만명을 웃돌았습니다. 특히 1999년 6월 통계 기준을 바꾼 이래 연도별 비교가 가능한 2000년 이후로는 가장 많습니다. 작년 실업률은 3.8%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올랐습니다. 2001년(4.0%) 이래 17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9.5%로 전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특히 20대 후반(25∼29세) 실업률은 8.8%로 0.7%포인트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청년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지난해 22.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고용률도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첫 하락…실업자 3년째 100만명 상회 
통계청 "생산가능인구 줄고 구조조정 겹친 영향…청년일자리는 다소 개선"

빈현준 통계청 고용동향과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업자가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을 두고 "고용 상황 부진 영향도 있지만 그동안 인구증가에 따라 비례해서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작년 연간 산업별 취업자를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농림어업, 정보통신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등에서 늘었습니다. 반면 도매 및 소매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등에서 감소했습니다.

특히 비교적 질 좋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에서는 취업자가 전년보다 5만6천명 감소했습니다.

작년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4만5천명 증가했으나, 임시근로자는 14만1천명, 일용근로자는 5만4천명 각각 줄었습니다.

임금 근로자는 전년보다 5만2천명 줄었습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4만3천명 증가했으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8만7천명 감소했습니다. 통계청은 제조업 등 경기 부진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작년 연간 고용률은 60.7%로 전년보다 0.1%포인트 내렸습니다. 연간 고용률이 하락한 것은 2009년(-0.1%포인트) 이후 처음있는 일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작년 고용률은 66.6%로 전년과 변동이 없었습니다.

작년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28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4천명 증가했습니다. 사유를 보면 육아와 재학·수강 등에서는 감소했으나 쉬었음, 가사 등에서 증가했습니다. 취업준비자는 69만3천명으로 전년보다 2만4천명 증가했습니다. 작년 구직단념자는 52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4만3천명 증가했습니다.

작년 12월 15∼64세 고용률은 66.5%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으나 15∼29세 고용률은 42.7%로 1.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실업률은 3.4%로 0.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작년 저임금 노동자 18.0%로 감소…"최저임금 인상 영향"
3년 만에 상승세 꺾여…지난 10년간 10%대 진입도 처음

국민 1인당 국민소득을 나타내는 GDP는 3만불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국내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지난해 18.0%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의 상승세가 3년 만에 꺾인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3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 동향 브리프 2018년 12월호'에 실린 '저임금 근로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임금 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18.0%로, 전년(23.8%)보다 5.8%포인트 떨어졌습니다.

2015년(21.3%), 2016년(23.2%), 2017년(23.8%) 연속 증가한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3년 만에 감소한 것입니다. 보고서의 조사 대상 기간인 2008년 이후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계속 20%대였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10%대에 진입했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임금을 한 줄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임금(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노동자를 가리킨킵니다.

보고서는 통계청의 작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하영 고용정보원 연구원은 "지난해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감소한 원인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용 형태별로 보면 지난해 비정규직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34.0%로, 정규직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10.1%)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도 전년(42.1%)보다는 8.1%포인트 줄었습니다.

연령별로는 55세 이상 장년층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34.5%로 가장 높았습니다. 29세 이하 청년층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도 21.8%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학력 수준별로 보면 대졸 이상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5.6%에 불과했지만, 고졸 이하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9.4%에 달해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김 연구원은 "지난 10년의 추이를 보면 전문대졸 이상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고졸 이하 학력 수준에서는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임금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26.0%,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각각 35.4%, 33.2%였습니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69.8%,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가입률이 각각 75.5%, 71.6%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입니다.

 

대학 졸업 미루는 미취업생들
올 대학생 졸업반, 10명중 1명만 정규직 취업
취업포털 졸업예정자 974명 설문
비정규직 취업도 10% 그쳐

20대 청년층의 취업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가운데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정규직'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는 설문조사가 나왔습니다. 비정규직 취업에 성공한 사람까지 합해도 대학 졸업 이전에 첫 직장을 잡은 사람은 10명 중 2명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중 1명만 "정규직 취업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이달 14일부터 나흘간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 가운데 '취업 의사가 있다'는 974명을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정규직 취업에 성공했다고 답한 학생은 11%(107명)에 그쳤습니다.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응답자도 10%(97명)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79%(770명)는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 첫 직장을 잡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취업을 원하는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가운데 1명만이 정규직 직장을 구하는 데 성공한 반면, 8명은 비정규직조차 잡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3년 전 조사와 비교하면 취업 학생 비율은 모두 떨어졌습니다. 2016년 1월에는 '정규직에 취업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약 17%였습니다. 또 비정규직 직장을 구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올해 조사보다 12%포인트 가량 높은 22%였습니다. 당시엔 10명 가운데 4명은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장기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 탓에 기업들이 새로 직원을 뽑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사원증을 목에 매는 건 옛말"

요즘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사원증을 목에 매는 건 옛말"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취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졸업 후에도 각종 '스펙'을 쌓아야 취업의 문을 간신히 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2016년 8월~2017년 2월 대졸자 가운데 2017년 말까지 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66.2%였습니다. 이 중 '대학 졸업 이전에 취업했다'고 답한 경우는 셋 중 하나(35.3%)였습니다. 나머지는 대학 졸업 후 더 준비해 취업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15~29세 청년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후 첫 직장을 갖기까지 걸린 기간은 10.7개월로 나왔습니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장이라는 분석입니다. 대학에 입학해 졸업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5년 1.1개월로 나타났습니다.

◇정규직 된 후엔 '취업 반수' 나서기도

설령 정규직으로 취업했더라도 취업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고 합니다. 중소·중견기업 취직자 상당수는 더 많은 연봉이나 안정된 직장을 찾기 위해 '취업 반수(半修)'에 나서기 때문입니다. 잡코리아 조사에서 정규직 취업자 가운데 16%는 "올해 상반기에 다른 대기업 신입 공채에 응시할 것"이라고 답했고,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하겠다는 응답자도 12%나 됐습니다. 정규직 취업자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대기업·공공기관 등에 입사하기 위해 다시 구직 활동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선 중소기업·비정규직에서 대기업·공공기관 정규직 등으로 넘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오랜 기간 취업을 준비해 '좋은 일자리'로 즉각 취업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한다"면서 "특히 이공계와 상경계 등 일부 인기 학과를 제외하면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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