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로 꾸준히 인정받았지만, 빅히트 설립 후 잠깐 주저앉기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BTS 통해 사업 다각화 노려

방시혁 하이브 의장(사진=하이브)
방시혁 하이브 의장(사진=하이브)

[CEONEWS=최재혁 기자] 포브스에서 발표한 '2021 한국 부호 순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의 총괄 프로듀서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7억 달러, 한화로 약 3조 원으로 16위에 등극했다. 그동안 삼성, 현대 등 굴지의 기업 회장들이 부호 순위를 차지하던 걸 생각하면 무척 반가운 '뉴 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방 의장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방탄소년단을 주축으로 하이브의 손길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방시혁 의장이 JYP 소속 가수인 정진운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사진=정진운 SNS)
방시혁 의장이 JYP 소속 가수인 정진운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사진=정진운 SNS)

꾸준히 능력 인정받으며 최고의 프로듀서 꿈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현재는 주어진 위치에 따라 기업 경영으로 초점을 옮겼지만, 원래는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이었다. 

중학교 시절 밴드 활동을 시작하면서 음악인의 꿈을 키웠지만, 부모님의 만류에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선택한 방 의장은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한 뒤 작곡가로 데뷔했다. 음악과 전혀 관련 없는 전공에다 음악을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지만, 1994년 신인 뮤지션의 각축전으로 불리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으며 작곡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직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 방 의장은 어느 소속사에도 들어가지 않고 무명 가수에게 곡을 추며 창작 활동을 이어가다, 1997년 가수 박진영에게 스카우트돼 아직 법인만 설립된 상태의 'JYPE' 수석 프로듀서로 입사하게 된다. 주류 음악계에 활동하면서도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신선한 곡을 보여 온 방 의장의 작곡 실력을 인정받은 것인데, 입사 이후에도 한국의 대중가요와는 다른 북미와 유럽 지역 스타일의 작곡으로 팬들과 평론가에게 주목받았다.

꾸준히 능력을 인정받은 방 의장은 2001년 8월 박진영과 함께 'JYP 엔터테인먼트'의 공동 창업자로 활동한다. 이때 나온 노래가 GOD의 '하늘색 풍선', 박지윤의 '난 사랑에 빠졌죠', 비의 '나쁜 남자' 등으로 작곡할 때마다 인기를 끌며 대중에게 자신의 천재성을 각인시켰다.

이후 방 의장은 2005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JYP에서 독립한다. 큰 결심을 품고 빅히트를 설립했지만, 당장 이렇다 할 소속 가수와 데뷔시킬만한 연습생이 없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마냥 굶고 있을 수는 없어 JYP와 SM 등 외부 가수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으며, 자신이 목표한 아이돌 그룹을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 과정을 이어갔다.

시간이 흐르며 몇몇 아이돌 그룹을 배출하고 유명 가수를 영입했지만, 결과는 실속은 없이 손해만 봤다. 한 예로 방 의장이 정성을 쏟아 키워낸 여자 아이돌 그룹 '글램'은 데뷔하자마자 멤버 ‘다희’가 배우 이병헌을 협박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켜 3년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글램의 실패로 주춤했던 방 의장은, 2013년 힙합 아이돌 콘셉트의 독특한 이미지와 '칼군무'를 장착한 남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킨다. 총괄 프로듀서로서 방탄소년단의 실력에 자신 있었지만, 중소 기획사의 한계로 방송 출연과 프로모션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음을 무척 아쉬워했다.

방시혁 의장이 방탄소년단 멤버 '진'에게 밥해주고 있다(사진=진 SNS)
방시혁 의장이 방탄소년단 멤버 '진'에게 밥해주고 있다(사진=진 SNS)

중소 기획사 아이돌을 세계 최고의 스타로

방 의장은 홍보에 부족함을 느꼈지만, 방탄소년단의 실력에는 큰 자부심이 있었다. 걸출한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도 신인상을 탈 정도로 꽉 짜인 군무를 포함한 퍼포먼스와 뛰어난 노래, 랩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방 의장은 신인상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그룹을 만들기 위해 홍보에 더욱 전념하기 시작한다. 데뷔부터 모든 멤버가 직접 SNS 활동을하며 팬들과 소통하해 '충실한 팬덤'을 확보하고, 유튜브에 멤버 마다 캐릭터를 부여한 후 스토리를 만들며 해외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그 결과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처음으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등극한 쾌거를 팬들에게 알린다. 2020년 9월 '다이너마이트'로 차트에 선정된 것인데, 이 곡은 가사가 모두 영어여서 출시 전부터 해외 음반시장을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이너마이트는 총 3주 동안 1위를 유지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핫100 차트는 미국에서 스트리밍 실적과 음원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매주 가장 인기 있는 음원의 순위를 집계한다. 미국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이 포함된 만큼 비영어권 가수들이 핫100 차트에 진입하기는 음반 순위를 집계한 '빌보드200' 차트보다 진입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에 대해 포브스에서는 "현시점(2020년)에서 방탄소년단이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아티스트 중 하나라는 그들의 위상을 부인하는 것은 '고의적 무지'일 뿐이다"라며 대단한 극찬을 안겼다.

게다가 다이너마이트는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24시간 만에 세계 최초로 1억 110만 뷰를 기록하며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유튜브 동영상',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유튜브 뮤직비디오',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케이팝 그룹의 유튜브 뮤직비디오'까지 총 3개 부문에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또 K-POP 그룹 최초로 1년 이내에 유튜브 조회 수 10억 뷰를 달성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이같은 성공에 대해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은 자기 이야기와 시대, 숨기고 싶은 이야기까지 솔직히 표현한다"며 "이 부분에서 세계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를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SNS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메인 앨범 차트에서 네 차례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양대 차트를 모두 석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며 "1위에 오른 다이너마이트는 코로나19로 힘겨운 세계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만든 노래라고 하니 더욱 뜻깊다"고 강조했다.

방시혁, 안무가 손성득과 ‘방탄소년단 AMAs’ 참석 인증(사진=방시혁 SNS)
방시혁, 안무가 손성득과 ‘방탄소년단 AMAs’ 참석 인증(사진=방시혁 SNS)

방탄소년단과 신뢰 쌓으며 사업 다각화 노려

방 의장은 2020년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 영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를 개봉하며 사업 다각화에 공들이고 있다. 영화는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예매율 1위에 오르고, 개봉 첫날에 관객 수 2만 1,585명을 모으면서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체감케했다.

또 빅히트의 자회사인 빅히트 아이피(IP)는 2020년 8월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캐릭터화한 '타이니탄(TinyTAN)'을 내놓는 등 본격적으로 콘텐츠사업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타이니탄은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들을 귀여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킨 캐릭터다. 방탄소년단의 제2의 자아가 발현된 캐릭터가 '매직도어(Magic Door)'를 통해 현실 세계를 넘나든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빅히트 아이피는 '타이니탄'으로 피규어와 팬시 상품을 포함해 미디어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 멤버에게 빅히트 주식을 증여하며 장기적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방시혁은 2020년 8월 방탄소년단 멤버 7명에게 빅히트 주식을 각각 6만 8,385주씩 증여하기로 했다. 이는 빅히트가 상장된 이후 주식 총수인 3,384만 6,192주의 약 0.2% 정도다.

또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과의 재계약도 기존보다 이른 시점에서 체결했다. 빅히트는 2018년 "방탄소년단과 깊은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7년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재계약임에도 최대 계약 기간인 7년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는 것은 방탄소년단과 방시혁 사이에 신뢰 관계가 굳건하다는 뜻이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2020년 6월25일 Mnet의 아이랜드 온라인 제작 발표회에 가수 비(왼쪽), 가수 지코(오른쪽)와 함께 참석했다(사진=빅히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2020년 6월25일 Mnet의 아이랜드 온라인 제작 발표회에 가수 비(왼쪽), 가수 지코(오른쪽)와 함께 참석했다(사진=빅히트)

천재 작곡가에게 불어닥친 시련

어느 창작자에게나 표절 논란이 불어닥치지만, 천재 작곡가이자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방 의장에게 표절 논란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가장 대표적인 표절 논란은 JYP와 협업 당시에 만들어진 옴므의 '뻔한사랑노래'가 미국의 유명 가수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불면서다. 방 의장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해 논란이 가시지 않았다.

방 의장은 표절 논란 곡과 별개로 샘플링과 리메이크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2010년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표절에 대해 '어떻다'라고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지만, 샘플링과 표절은 확실히 다른 단어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리메이크는 원래 있는 곡을 그대로 만든 것으로 뼈대가 되는 멜로디와 작사를 그대로 두고 반주를 고친 것"이라고 말했다.

샘플링에 대해서는 "기존 곡의 일정 부분을 가져와 합법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며 "샘플링 시 저작권자에게 사전 허락과 사용에 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본인 곡을 향한 표절 논란에 정면 대응하지 않고 말을 돌리는 것 같아 아쉽다"며 더 정확한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후 표절 논란은 슬그머니 사그라들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2020년 2월4일 '2020년 상반기 빅히트 회사설명회'에서 무대에 올라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빅히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2020년 2월4일 '2020년 상반기 빅히트 회사설명회'에서 무대에 올라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빅히트)

방탄소년단 이후를 바라본 방시혁 의장 

방 의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방탄소년단 이후를 바라봤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5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지분 85%를 인수해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남자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와 '세븐틴' 등을 운영하는 국내 중소연예기획사로, 특히 세븐틴은 2020년 상반기 기준 국내 앨범판매량에서 '방탄소년단'에 이어 129만 8,122장을 판매해 국내 가수 가운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방 의장은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 매출 의존도를 낮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방 의장은 2020년 기업설명회에서 "세븐틴을 보면 2~3년 전 방탄소년단의 모습이 떠오른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이 2017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는데 2015년 데뷔한 세븐틴이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빅히트의 사업 인프라와 만나면 세븐틴이 가진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2005년부터 함께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하이브(HYBE)'로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방 의장은 바뀐 하이브의 정체성을 설명하며 "그동안 음악, 아티스트,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경계 없이 음악의 변주를 시도해왔다"며 "다만 저희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에 '빅히트'라는 이름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현재의 다양한 사업을 아우르고 연결하기 위해 새로운 사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연결과 확장, 관계에 집중한다. 음악을 기반으로 확장된 콘텐츠를 만드는 걸 넘어, 관련 비즈니스를 창출한 후 다시 팬들에게 돌려주는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트렌드를 이끄는 콘텐츠와 무엇보다 팬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방 의장의 생각이 듬뿍 담겼다. 

방시혁(왼쪽)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이 4일 온라인으로 공개된 ‘2021 공동체와 함께 하는 하이브 회사 설명회’에 참석한 모습(사진=하이브)
방시혁(왼쪽)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이 4일 온라인으로 공개된 ‘2021 공동체와 함께 하는 하이브 회사 설명회’에 참석한 모습(사진=하이브)

방 의장은 자신의 정체성에 맞춰 조직구조를 레이블·플랫폼·솔루션의 세 축으로 나눴다. 레이블 부문은 방탄소년단과 이현 등 '빅히트 뮤직'의 정체성을 이어나간다. 또 지코가 이끄는 'KOZ 엔터테인먼트'와 여자친구 등이 소속된 쏘스뮤직, 세븐틴 등이 소속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CJ ENM과 합작한 '빌리프랩',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은 지금처럼 레이블의 독립성을 유지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맡은 '위버스 컴퍼니'는 각각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결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빅히트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는 네이버 브이라이브와 통합해 더욱 강력한 K팝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솔루션 영역에는 공연 및 영상 콘텐츠, IP, 학습, 게임 등에 특화된 2차, 3차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자회사들이 포함됐다. 하이브 쓰리식스티, 하이브 아이피, 하이브 에듀, 수퍼브, 하이브 솔루션즈 재팬, 하이브 T&D 재팬 등이다. 

방 의장은 2019년 모교인 서울대학교 학위수여식에 참가해 "나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다. (아니) 나는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다.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다. 분명 더 잘할 방법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튀기 싫어서 일 만드는 게 껄끄러우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게 싫어서 혹은 원래 그렇게 했으니까 갖가지 이유로 입을 다물고 현실에 안주하는데, 난 태생적으로 그걸 못 하겠다"라며 "내 일은 물론, 직접적으로 내 일이 아니어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는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그런데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방 의장의 불만과 분노는 자신과 주변을 성장시켰다. 세상에 만족하면 그 자리에 멈춰있을 뿐이다. 성장하기 위해선 문제를 파악하고 직시해야 한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방시혁이 돼보자.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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