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내윤 감정경영연구원장

나태주 시인은 “시는 짧아야 하고 시는 쉬워야 하고 시는 근본적이어야 하고 시는 단순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한 번 듣고서 기억하는 그의 시 ‘풀꽃’은 정말 짧다.

하지만 여운은 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은 누군가, 무엇인가를 보게 될 때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하는 이유를 풀꽃에서 발견했다.

쿵! 유모차 위에서 놀던 두 살배기 아들이 뒤로 벌러덩 넘어진 때를 회상해 본다. 머리 깨지는 듯한 소리. 병원에 문병 갔다가 방심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머리를 만져보니 뒤통수가 쑥 들어갔다. 피가 고이는 건 아닐까? 이러다 바보 되는 건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들은 실컷 울고는 이내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종합병원을 찾아갔다. 예상은 했다. 역시나! 2시간을 기다렸다. 드디어 의사를 만났다. 어떻게 되었을까?

초시계로 재지는 않았지만 내 기억은 확실하다. 2분을 넘지 않았다. 의사는 아이를 바라보지 않는다. 컴퓨터만 바라본다. 그리고 말했다. “CT촬영 하시고 오세요? 결과 보고 말씀드릴게요.”

촬영을 하려면 아이가 움직이면 안된다고 했다. 스스로 잠을 자거나 그렇지 않으면 수면제를 먹여야 한다고 했다. 그 날 이후, 나는 그 병원을 바라보지 않았다. 바라보기는 그냥 보는 것이 아니다. 바라면서 보는 것이다.

바람(desire)을 가지고 보는 것이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것이 바람이다. 우리가 생각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 계발서의 오래되고도 공통된 메시지 중의 하나는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기 때문이다. ‘보다’라는 행위는 오감을 표현하는 모든 표현에 사용된다. 바라보다(시각), 들어보다(청각), 맡아보다(후각), 만져보다(촉각), 맛보다(미각). 바라보기는 경험의 바탕이며 중심이다.

계속 바라보면 놀라움을 발견한다.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은 놀라움(Thaumazein, 타우마제인)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경이로움! 이는 ‘바라보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테아스타이(Theasthai)가 어원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고 오래 보다 보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인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풀꽃 속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본성을 발견한 시인의 마음이 보인다. “너도 그렇다!” 놀랍다. 익숙함과의 결별을 고하는 순간이다.

못생기고 밉기만 한 내가 낯설게 느껴진다. 괜찮아 보이고 근사해 보인다. 익숙한 것들이 새롭게 발견되고 온전히 느껴질 때 삶은 예술이 된다. 견성(見性)! 나의 본성(本性) 바라보기(見). 견성은 깨달음을 얻게 되는 체험의 경지다.

견(見)은 눈(目)을 크게 뜬 사람(人)을 형상화하였다. 세상의 엄마들은 눈을 크게 뜨고 아기를 바라본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눈을 맞추는 존재가 엄마다. 엄마는 계속 아기를 바라본다.

어느덧 뒤집기를 한다. 걸음마에 도전한다. 비로소 아기의 직립보행의 역사가 시작된다. 수 천 번의 넘어짐 끝에 결국은 한 걸음을 내딛는다. 경이로운 순간이다. 아기를 걷게 만든 힘은 바라보는 사람의 무한한 돌봄과 오랜 바라봄에 있다. 나도 그랬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가?

<양내윤 감정경영연구원장 프로필>

-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양교수

- 경찰대학교 외래교수

- HRD명강사대상수상

- 유머경영연구소 설립

- 명지대학교 경영학 박사

-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졸, 동대학원 경영학 석사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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