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새 최장기 하락새 보여, 산업 생산은 두달 째 상승

[CEONEWS=정성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기(氣) 살리기’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제조공장을 일자리위원회 회의 장소로 택한 것부터 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솔직한 말로 대기업에 협조를 요청했다.

◆대기업 투자 고용 창출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위 회의에 앞서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곳에서) 2020년까지 2100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할 것”이라며 “협력업체의 신규 고용 인원도 3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규 공장 건설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직접 소개한 셈이다. 그러면서 “충북발전연구원은 2025년까지 매년 2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며 “산업단지 주변에 주민이 늘고 식당, 상가도 활기가 넘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2023년까지 M15가 일으킬 고용 창출 효과는 21만8000명이라고 추산했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생산 유발 효과가 70조9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2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위 회의 장소로 처음으로 제조 현장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자리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민간에서 창출하는 일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에서 열린 제8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솔직한 말로 대기업에 협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 “고용해법 찾지 못했다”
정부 "대내외 리스크 관리 만전…민생 개선 노력에 총력"

문 대통령은 “일자리 양을 늘리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과 함께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서포터 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민간 부문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자리정책 5개년 로드맵’을 발표한 지 1년 만에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일자리 해법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공일자리를 81만 개 창출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여 민간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겠다는 청사진이 담긴 로드맵을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받아든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 7월 5000명에서 8월 3000명으로 더 떨어졌다. 청년 취업자 수는 7월과 8월에 각각 4만8000명, 4만 명 줄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대정부질문에서 “9월 고용 동향은 8월보다 녹록지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총 20조원을 투자하는 거대 반도체공장을 살펴본 문 대통령은 최태원 SK 회장에게 “(규제 개선이) 필요하면 알려달라”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최 회장과 대화하던 문 대통령은 “데이터 수집 자체에 우리 규제 때문에 어려움은 없나요”라고 먼저 물었고, 최 회장은 “개인정보 보호가 강하기 때문에 외국과 경쟁할 때 좀 어려움이 있다”고 애로사항을 전했다.

◆4대그룹 사업장 찾아간 문재인 대통령…"기업 일자리 창출 서포터 될 것"

이날 SK하이닉스 방문으로 문 대통령은 취임 1년5개월 만에 4대 그룹을 모두 찾았다.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포함하면 다섯 번째 현장 방문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 중국 충칭공장을 시작으로 두 달에 한 번꼴로 기업 현장을 찾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과 직접 만나는 등 적극적인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2월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업어드리겠다고 했다”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문했다”고 했다. 7월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공장에선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혁신성장’과 함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라는 3개 축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정작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려 해도 숨은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는 설명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를 병렬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우선순위를 정해 기업들이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생산, 임협 조기타결·개소세 인하 효과로 5년만에 최대 증가
경기지표 하강…8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각각 5개월, 3개월째↓

[최근 국내 제조업 경기가 침체되면서 자동차, 기계업종을 중심으로 제조업체들의 매출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올 4분기 제조업 전망에서 반도체와 운송장비 제외하고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국내 반도체 설비투자 조정 등에 따른 영향으로 투자 지표가 20년 만에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8월 산업생산은 자동차 등의 호조로 두 달째 증가했지만, 소비는 제자리걸음했다.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모두 전달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를 더했다.

정부는 부진한 고용상황과 미중 통상분쟁 등 대내외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민생 개선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全)산업 생산지수는 광공업, 서비스업 등에서 늘어 전달보다 0.5% 증가했다.

전산업 생산지수는 올해 6월 3개월 만에 감소세(-0.6%)로 돌아섰지만 7월에 바로 반등하고선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 등에서 감소했지만 자동차, 고무·플라스틱 등에서 늘어 1.4%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생산은 전달보다 21.8% 늘면서 2013년 8월(24.1%) 이후 5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북미·중동 지역의 수출이 개선되고 임금 협상 조기타결로 완성차 생산이 늘어난 영향이다.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생산은 전달보다 6.2% 감소했다. 통계청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생산이 13.6%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감소는 출하 증가에 맞춘 재고 조정 성격으로,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5%포인트 상승한 75.7%였다. 구조조정으로 생산 장비가 효율화된 데다 자동차 등 광공업 생산이 늘어난 영향이다.

제조업 재고는 전달보다 1.1%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교육 등에서 줄었지만 보건·사회복지 등이 늘어 전달보다 0.1% 증가했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준내구재·비내구재는 감소했지만 내구재가 늘면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앞서 소매판매는 지난 6월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뒤 7월까지 두 달 연속 늘었었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에서 증가했지만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가 줄어 전달보다 1.4%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 9월∼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이후 약 20년 만에 최장기간이다.

호조세를 보이던 반도체업체 설비투자가 올해 3∼4월경 마무리되면서 투자 지표 둔화세가 계속되는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1.3% 감소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8.9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8월(98.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보다 0.4포인트 떨어진 99.4를 나타냈다. 이번 낙폭은 2016년 2월(-0.4)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 하강 우려에 대해 "단기간 하락은 맞지만 공식 전환 판단을 하려면 순환변동치와 함께 국내총생산(GDP) 등도 봐야 한다"라며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이라고 해도 하강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활동 동향이 GDP 흐름과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없으며 경기지수 흐름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계 경제 개선과 수출 호조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고용상황이 미흡하고 미중 통상갈등, 미국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과 민생 개선 노력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등 대내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나가고 대외 통상현안 등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공급 측면 성장을 이끄는 혁신성장을 가속하고 수요측면의 재정보강,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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