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취임하자마다 비상경영 체제 돌입, 불필요한 경쟁 줄이고 협력 강화

[CEONEWS=이재훈 기자] 지난 4월 13일자로 제20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사장으로 김종갑 전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회장이 올랐다. 김종갑 사장은 2017년 12월 조환익 전 사장이 사임한 뒤 송인회 전 한국전력기술 사장, 오영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사장 후보로 거론되다 이들을 제치고 사장에 낙점된 것. 그는 오랜 세월 공직생활을 하고 국내 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을 이끄는 등 공직과 민간기업 경험을 두루 갖춘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기업의 최고 맏형격인 한전의 수장을 맡은 그가 앞으로 해야 할 일과 그의 업적에 대해서 알아봤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 WHO is....?
그는 1951년 8월 10일생으로 경북 안동 임동면 갈전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6.25 참전으로 전사해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안동중학교와 대구상업고등학교를 나오고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안동에서 보충역으로 근무하던 당시 1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상공부 통상협력 담당관(미국과장), 미국 허드슨연구소 객원연구원을 거쳐 산업자원부 국제산업협력국장, 산업기술국장, 산업정책국장을 역임했다. 

산업자원부 차관보와 특허청장을 거쳐 산업자원부 제1차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고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 의장으로도 활동했다. 효성그룹 사외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한전 사장 전에는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로 대표된다. 김종갑 사장은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한국전력의 변화를 이끄는 동시에 수익성을 회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사장 취임사에서 그는 한국전력의 제일 과제로 수익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전력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무엇보다 수익성 개선에 힘쓰겠다”며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시점까지 비상경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력의 영업실적은 연결 재무제표로 평가받는다며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그룹사들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협력을 강화해 한국전력그룹 전체의 경영개선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수익성 개선과 함께 △에너지 전환정책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연구개발(R&D) 투자에 기반한 좋은 일자리 창출 △원전 수출과 기타 에너지사업 수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에너지밸리 구축을 통한 지역경제 기여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 공과

△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시절
2011년 6월 1일 그는 한국인 최초로 한국지멘스 회장에 올랐다. 지멘스는 2016년 기준 세계 197개 나라에서 35만 명이 일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 송배전 포트폴리오 등 에너지산업은 물론 공장 자동화, 의료장비 등 자본재, 산업재와 관련한 사업을 하는 독일 기업으로 1847년 설립됐다.

한국지멘스는 2011년 6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 CEO를 뽑는다고 공모를 냈다. 그가 회장 공모에 지원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도 그 이유였다. 한국지멘스는 김종갑 전까지는 독일 본사가 임명한 외국인 CEO가 이끌었다.

김종갑은 취임과 동시에 직원들에게 회사배지를 착용하게 하고 당시 서울 역삼동 본사 건물 외벽에 간판을 달게 하는 지멘스를 알리는 데도 힘썼다. 지멘스그룹 직원은 2011년 40만 명에서 2016년 35만 명으로 줄었지만 한국지멘스 직원 수는 같은 기간 1,700명에서 2,20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한국지멘스는 김종갑이 이끌며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지멘스 에너지솔루션사업의 아시아본부를 한국에 유치하기도 했다. 에너지솔루션사업의 아시아 지역본부는 가스발전, 복합화력발전, 석탄화력발전 공급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아시아태평양, 중동 지역을 총괄한다.

2014년 기업의 윤리적 경영을 확산하기 위해 출범한 윤경SM포럼 공동대표를 맡는 등 한국지멘스의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지멘스를 이끌던 2016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한독상공회의소 이사장도 맡았다.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 시절
2007년 2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그해 3월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에 취임했다. 산업자원부 출신의 고위공직자가 퇴임 직후 민간기업 CEO로 간 최초의 사례로 김종갑은 당시 주요 공기업의 사장 자리를 제안 받았으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에 지원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내부 유력인사들이 사장 후보로 거명됐으나 결국 김종갑이 사장에 선임됐다. 당시 경쟁률은 13대 1에 이르렀다. 김종갑이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에 오를 때는 반도체시장의 글로벌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때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006년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으나 2007년 5천억 원대로 줄어들었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영업손실 1조9천억 원, 순손실 4조7천억 원을 냈다.

김종갑은 2008년 말 임원을 30% 줄이고 희망퇴직과 무급휴가 등을 뼈대로 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 스스로 임금을 35% 깎고 그밖의 임원들도 10~20%가량 임금을 줄였다. 휴일 근무수당과 시간외 근무수당을 없애고 명절 선물 등을 없애는 자구노력도 진행했다.

이와 함께 2009년 신입사원 채용 대신 연구개발(R&D) 인력만 100여 명을 채용하는 등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하이닉스반도체는 2009년 3분기에 8분기 만에 영업이익을 내며 적자를 탈출했다. 이후 2009년 영업이익 1900억 원, 2010년 영업이익 3조 원을 올리는 등 건실한 회사로 변신했다.

김종갑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직원들의 신뢰가 있었다. 2007년 임기 초반 ‘대사면 프로젝트’를 통해 업무과실 등으로 징계를 받은 임직원 100여명과 납품 비리 등으로 거래관계가 끊긴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대사면을 진행해 직원들의 신뢰를 얻었다.

신입사원에게 책을, 신입사원 부모에게 감사편지와 와인을 선물하는 등 이색적 스킨십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자사주를 매입을 통해 경영 정상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하이닉스의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으로 노사가 공동목표를 지니고 함께 나아간 ‘노사 협력’을 꼽았다.

김종갑은 2016년 안동MBC와 인터뷰에서 “공직에 있을 때 기업 방문횟수가 1천 회가 넘을 정도로 현장을 자주 찾았다”며 “개인적으로 이런 관심이 계기가 돼 민간기업 CEO를 맡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비전과 과제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한국전력의 변화를 이끄는 동시에 수익성을 회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전력은 자산 기준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 공공기관계의 맏형격인 만큼 다른 공공기관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한국전력은 2018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276억 원을 내며 2017년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한국전력이 두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본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약 6년 만으로 한국전력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영향을 받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원전 수출 등 해외사업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원전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전력은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수출뿐 아니라 남북 관계 개선에 따라 이뤄질 남북 경제협력을 비롯한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도 한국전력의 주요 해외사업이다.

김종갑은 과거 공직생활과 한국 기업, 외국 기업을 이끈 경험을 살려 한국전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김종갑은 글로벌 에너지기업 지멘스에서 스마트공장 등 4차산업혁명에 주도적으로 대응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5대 신산업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 신산업분야를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독상공회의소 이사장을 맡은 경험이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독일의 에너지정책을 일정부분 참고하고 있다. 모든 공기업의 과제인 지역경제 활성화, 좋은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확대 등도 김종갑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김종갑 한전 사장(가운데)과 태종훈 한전 해외원전사업처장(왼쪽)이 알술탄 K.A.CARE 원장(오른쪽)과 사우디 신규원전 사업수주를 위해 양사간 협력방안을 협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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