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는 만약이 무효

[CEONEWS]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2012년 이를 다시 하나은행에 되팔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후 하나은행에 되팔기 전까지 매 분기마다 가져간 수익금만 4조7천억 원이다. 론스타는 도중에 HSBC에 매각하려 했으나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체해 HSBC가 계약을 파기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하라고 ISD를 제기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정부는 이 론스타 ISD 소송 대응팀을 바로 ‘불법’ 매각 의혹을 받는 당시 관련자들을 주축으로 구성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의 자격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매각됐고, 다시 하나은행에 되팔기까지 그 수익은 5조에 가깝다. 외환은행 매각에 관련된 의혹을 2회에 걸쳐 실어본다. <편집자 주>

얼마전 한 일간지 (조선일보; 2018. 05.12) 사회 면에 오랜 만에 눈에 띄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가고 있는 『론스타 ISD 소송』 (엄격히 말하면 ‘투자자 • 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에 관한 것이었다. 요지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 ISD’ 소송에서 우리 측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마련해 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의 불법성을 제기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내용이었다.

론스타(Lone Star)는 미국 남부 Texas주(州)의 별칭이다. 주의 상징 깃발의 흰 바탕은 ‘순수함(purity)’을 표상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기억 속의 ‘론스타’는 ‘순수함’이나 ‘정의(正義)’와는 거리가 먼 약탈적 투자를 일삼던 일개 헤지 펀드일 뿐이다. 굳이 되새겨 기억하자면 론스타는 우리나라가 ‘IMF 환란(換亂)’을 아직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2003년 무렵, 한국에 음흉한 마수를 뻗어와 결국 치밀한 ‘모략’과 ‘결탁’ 하에 당시 국가 소유이던 외환은행을 손에 넣었던 것이다.

그 후, 2012년에 다시 하나금융에 거액을 챙기며 넘기고 떠나갈 때까지 매 결산기마다 엄청난 배당금을 가져간 것을 합치면 무려 4조7천억원이라는 가히 천문학적 규모의 수익을 거두며 표표히 떠나간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이에 더해 론스타는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지) 도중에 HSBC에 매각하려 했으나 한국 정부가 ‘자의적이고 차별적으로’ 승인을 지체하여 HSBC가 계약을 파기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하라고 ISD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한 마디로 우리나라 주권(主權)을 통째로 업수이 보는 오만 • 방자함의 극치라고 해도 모자랄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 자세는 참으로 희한하고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정부는 이 론스타 ISD 소송 대응팀을 바로 그 ‘불법’ 매각 의혹을 받는 당시 관련자들을 주축으로 구성했던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정부는 무슨 꿍꿍이 속인지, 이미 변론이 종결됐다는 지금까지도 국민들에게 단 차례도 진행 경과를 보고한 적도 없다. 一金 5,000,000,000,000원. 대한민국 인구를 5천만으로 치면, 지금 갓 태어나 강보(襁褓)에 싸인 젖먹이로부터 이제 일생을 마감하려는 노인 인구까지, 빠짐없이 1인 당 10만원씩은 물어내야 하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럼에도, 저간의 돌아가는 기막힌 사정을 보아하니, 지금 정부가 서둘러 나서지 않으면, 국민들이라도 힘을 모아 가려진 ‘흑막(黑幕)’을 걷어내고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야 할 상황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천문학적 규모의 거금을 그것도 먹튀의 대명사인 론스타에 국민들 혈세로 속절없이 물어주어야 할 지도 모르는 절박한 시점에 당도한 것이다. 이 참에 다시 한번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 의혹의 전말(顚末)을 되새겨보고 이에 대한 대응 방향을 고심해 본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스 10년

■ 다시 한번, “당시 외환은행은 팔아 넘길 대상이었는가?”

때는 2003년 초로 거슬러 올라가 만 15년 전의 일이다. 당시 우리 은행들은 나라 경제가 통째로 흔들렸던 ‘IMF 위기’ 충격에서 막 벗어나 이제 겨우 회생의 기미를 찾아가던 시기였다. 그 중에도, 외환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앞서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고, 당국의 ‘경영개선권고’도 해제되어 전 구성원들이 자진해서 더욱 큰 인내와 고통을 감수하며 자발적인 구조 조정에 합심 매진하던 무렵이었다.

당시 외환은행 경영 상황을 좀 상세히 살펴보면, 금융감독원이 그 해 7월 실시한 종합검사에서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 은행 경영 관련 거의 모든 핵심 부문에서, 당시 상황에서는 준수한 수준인 “보통” 평가를 받았고, 은행 여신의 부실 정도를 나타내는 ‘고정(固定)이하 여신 비율’도 시중은행 평균 3.3%를 훨씬 밑도는 3.0%로 낮았다. 즉, 당시 외환은행 경영지표 어디를 보아도 당장 자본 확충이 필요할 만큼 부실하다는 징후를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정부 당국이 그토록 전가의 보도로 삼아오고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BIS 비율”)도 타 은행에 비해 월등히 개선된 9.6%를 기록하여 BIS가 제시한 기준비율 8%를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해 연말 기준으로 추산한 BIS 비율도 중립적 시나리오에서 9.3% ~ 11.7%로 예상됐었다.

이렇게, 그 당시 경영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기만 해도, 국가 재산이던 외환은행을 일개 사적 투자 조합 형태의 헤지 펀드에 불과한 ‘론스타’에 기필코 팔아 넘길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외환은행을 돌연 론스타에 팔아 넘긴 배후에는 여태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는 무슨 엄청난 흑막이 숨어 있다는 원천적인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당시 외환은행 매각을 발표하는 정부 관리들은 구차하게 선진 금융기법을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능청스러운 변명을 했을까?

원래 ‘헤지 펀드’란 몇 사람의 개인 및 기관들이 사적(私的)으로 (감독기관의 규제 밖에서) 결성하여 활동하는 투자 조합이라서 경영 행태가 지극히 불투명하고, 대개의 경우, 거대 은행 조직을 제대로 경영할 능력도, 인력도 태무하다. 자연히 ‘헤지 펀드’의 투자 결정 및 자금 운영 과정은 장막에 가리워져 있고, 내밀한 업무 관행이 태생적으로 체화(體化)되어 있는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속성을 가진 부류의 집단이다 보니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계획에, 이미 자신들이 인수하면 곧바로 국민은행에 되팔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는 것도 오히려 당연하다 할 것이다. 여기다 대고, 우리 정부는 장래의 금융 산업에 대해 무슨 비전을 가지고, 이런 일개 사적 집단을 상대로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傳受) 받겠다는 등, 운위하는 등 치졸한 노름을 벌였는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 의혹의 핵심 “조선호텔 9인 회의”; 누가, 무엇을, 어떻게 결정했나?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서야 밝혀진 일이지만,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정부 부처 인사 등이 은밀하게 만나며 실무 협의를 해왔던 모종의 그룹 모임이 있었던 모양이다. 소위 ‘조선호텔 9인 회의’ 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관련 부처 관료들, 전문 조언자들, 그리고 일부 외환은행 인사들이 참여했다고 알려진다.

이 ‘조선호텔 9인 회의’와 관련하여 아직도 최대의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이 모임이 입수하여 매각 결정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는 의문의 5장 짜리 ‘외환은행 BIS 비율 추정’ 팩스 문건이다. 이 문건은 외환은행의 경영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과장하여 BIS 비율을 추정해서 외환은행을 ‘부실 징후가 있는’ 은행으로 둔갑시켜 매각 결정의 결정적 근거로 활용됐다고 뒤늦게 밝혀졌다.

누군가 고의로 최악의 시나리오로 과장해서 작성한 이 ‘BIS 비율 문건’은 팩스로 전달됐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금까지도 누가 작성했는지, 어디서 보내왔는지, 어떻게 산출했는지 등,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다. 기관 간 공문 수발에 필수적이며 최소한의 정당성과 효력을 부여하는 문서번호조차 아예 없었다고 알려진다.

치자면, 참으로 담대한 일단의 국장급 공무원들이 문건의 진위 확인이나 상세한 산출 근거도 없이 팩스로 보내온 몇 장의 怪 문건에 근거하여 수 조원 대 국가 재산을 알량한 헤지 펀드에 덜컥 팔아 넘겼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 자신들도 참으로 어려운 일을 감행했다는 생각에 속으로는 많은 땀을 흘렸을 법한 일이다.

또 하나의 의혹은, 당시 실무 주역이던 김 모 국장이 했다는 ‘도장 값’ 발언의 묘한 암시다. 그는 그렇게도 떳떳한 일을 하면서 왜 도장 값은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괴이한 발언을 했을까? 혹시 자신들이 무슨 범상한 음모라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암시한 것은 아니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정부 측에서 매각 실무를 주도했던 인사들, 외부에서 전문적 조력을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진 기관들, 그리고 외환은행 내부에서 이들과 내통하며 협력했던 인사들, 특히 은행 매각을 승인하는 내부 의사결정을 했던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 멤버들은 아직 대부분 건재해 있다. 그러하니, 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언제라도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가 있다.

■ 왜, “헐값” 매각 시비로 “불법” 매각의 본질을 흐려야만 했나?

우리나라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나, 산업 자본이 금융[은행] 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엄격한 차단(遮斷)벽을 마련하고 있다. 소위 ‘은산(銀産) 분리’ 원칙이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은행법에는 은행을 소유하려는 자가 ‘비금융(非金融)’ 부문 자산이 자본 합계의 25%를 초과하거나 동 자산이 2조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산업 자본’[비금융 주력자]으로 간주되어 원칙적으로 은행 지분을 10%를 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고 의결권도 4%로 제한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당시 론스타의 보유 자산 현황은 어떠했을까?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당시에 이미 한국에 극동건설 등 다수의 기업들을 소유한 외에 일본에 수 많은 골프장을 소유하고 음숙업(飮宿業) 등을 영위하는 사업체 PGM Holdings를 소유한 ‘산업 자본’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마디로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당시에 이미 우리나라 은행법 상 은행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할 자격이 아예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사실이 사후에 백일하에 드러났던 것이다.

당시 도하 언론 보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마자 각계 각층 인사들이 들고 일어나 론스타의 정체를 밝혀 외환은행 인수 자격 여부 및 적법성을 따져야 한다고 거세게 주장했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환은행 매각을 밀어 부쳤고 이후 논쟁은 교묘하게도 엉뚱한 매각 가격의 타당성 시비로 옮겨져 ‘헐값’ 시비로 변질되고 말았다.

더욱 기가 찰 일은 이런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우리나라 금융 감독 당국은 법령 상 정기적으로 대주주의 적격성을 판정하게 되어 있는 의무를 저버리고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판정을 계속 해태(懈怠)해 오다가 시민단체 등이 항의 • 고발을 거듭하자 마지 못해 시늉만 내다가 흐지부지해 버린 경위도 있다. 이것 또한 당시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에 대해 지극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론스타 게이트’의 원천적인 의혹의 핵심이고 앞으로 더욱 철저히 밝혀내서 처단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연유로 당시 관련자들은 그토록 온갖 거짓과 기만으로 일관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 후 벌어진 수사·감사에서도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않?)하고 지금까지 흘러온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 검찰도 감사원도 할 말을 다 못한 채 세월에 묻혀가는 진상

‘론스타 게이트’ 진상을 알아보려고 조금이라도 시도했던 사람들은 이를 두고 단군 이래 최대 • 최악의 ‘적폐(積弊)’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멀쩡한 국가 소유 은행을 일개 헤지 펀드에 덜컥 팔아 넘겼다는 게 수상한 일이기도 하고 그 거래 금액도 가히 천문학적 규모라서 그러하다. 이런 미증유의 황당 그 자체인 ‘불법’ 매각 의혹인 ‘론스타 게이트’는 그 간 두 차례 정부 사정 기관의 수사 및 감사를 받았다.

2006년 1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국회 재경위, 시민 단체, 국세청 등의 고발에 따라 진행한 ‘외환은행 매각 비리’ 수사의 중간 수사 결과를 공개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 보고서에서 BIS 비율의 임의 조작, 매각 과정의 불법 행위,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없음 등을 분명한 사실로 적시하고 있다. 론스타 게이트의 진실은 이미 대부분이 파악되어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어서 2007년 3월 감사원은 ‘론스타 게이트’ 의혹에 대한 오랜 감사를 펼친 뒤에 “한국외환은행 매각 추진 실태” 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에서도 검찰의 수사 결과와 대동소이 하게 ‘불법’ 매각 의혹을 적시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 매각 과정에는 정부의 금융 감독당국, 외환은행의 당시 최고경영층 등 각종 전문기관 및 관련 인사들이 개입 내지 공조한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한편 대검 수사에서는 심지어 론스타가 ‘인수 자격을 승인해 달라고’ 정부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펼쳤던 정황을 찾아내고도 이에 대해 아무런 법의 심판은 내려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유야무야 흘러오고 있는 것이다. 로비를 직접 지시한 ‘Steven Lee’ (한국명 이정환)가 해외로 도피한 때문에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검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로비 대상으로 떠오른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를 계속한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이에 대한 소식을 들어본 적은 없다.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은 몇 해가 더 흐른 뒤에 일어났다. 론스타 게이트가 일어난 지 10 수년이 지난 작년 8월 우리 검찰이 ‘론스타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했던 바로 그 ‘스티븐 리’가 이탈리아에서 체포됐다고 보도됐으나, 우리 정부는 그로부터 2 주일이나 지난 뒤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고 알려졌다.

그 때 그 ‘스티븐 리’는 이미 수일 전에 풀려나 자취를 감춘 뒤였고 그 뒤로 우리 정부가 여태까지 무슨 조치를 취했다는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혹시 조그만 불법 행위를 저지른 범죄 혐의인이 해외로 도피해도 득달같이 국제 사법 공조를 요구하느니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느니 야단 법석인 정부가 이 무슨 해괴 망측한 일인가? 이러니 “이게 나라냐?” 하는 자조가 나올 만도 한 게 아닌가?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