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 A등급’ LH 혁신을 이끈 국토, 도시 전문가

[CEONEWS=이재훈 기자] 정부가 지난 6월 19일 김동연 부총리 주재로 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개최하고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1년차 공공기관 평가라는 점과 새로운 평가기준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 결과였다.

공운위에 따르면, 기관평가 대상은 35개 공기업과 88개 준정부기관 등 총 123개 기관이었다.  전체 결과를 놓고 보면 전년도와 비교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A등급을 받은 기관은 10.6%로 2.8%포인트 줄었고, B등급 기관도 35.8%로 4.5%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C등급 기관은 6.3% 증가한 38.2%로 나타났고,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은 기관이 6.9%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기관장에 대한 평가는 보통이 20명(80%)으로 가장 많았고, 미흡 3명(12%), 우수 2명(8%)으로 집계됐다. 우수 2명 중 한 명이 바로 박상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할 과제 등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박상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전) 충북대 도시공학과 초빙교수,
전)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
전)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

WHO?

1983년 27회 행정고시 합격해 국토부 기조실장으로 퇴임
낙제점이었던 LH를 취임 2년만에 공공기관 경영평가 1위 공기업으로 이끌어
꼼꼼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주택·도시정책 분야 최고 전문가
임기 9개월 남은 박 사장, “효율 중심에서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경영 전환”선포

박상우 사장은 1961년 5월2일 부산에서 태어나 1980년 동래고등학교를 56회로 졸업했다. 1992년 5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으로, 2007년 8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2015년 2월 가천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고, 국토부에서 주택정책과장으로 시작해 2008년 건설정책관에 올랐다. 이후 2010년 국토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 해 8월 1급 주택토지실장으로 승진된다. 2012년에는 전월세가격 안정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고, 이듬해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고 2014년 5월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국토부 제1차관 자리로 복귀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행정고시 동기인 박기풍 전 국토부 차관이 올라 기회를 얻지 못했고,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내정됐다가 ‘정피아’ 논란을 빚은 박승준 이사장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2015년 3월부터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초빙교수를 지내는 등 학계에서도 도시정책 전문가로 활동했다. 같은해 12월에는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에 취임, 2016년 1월 건설주택포럼 회장에 선임되고, 그 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 3대 사장으로 임명됐다.

국토부 시절부터 박 사장은 업무처리가 꼼꼼하고, 아이디어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0년 주택토지실장 자리가 공석이었을 때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를 만큼 평판과 신임을 얻었다. 주택토지실장직은 국내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로 국토부에서 가장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 선임되는 이른바 ‘주택라인’으로 불린다.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도 모두 주택토지실장을 거쳤다. 때문에 박 사장도 LH 사장 취임 이전부터 장관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주택토지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강남재건축 완화를 비롯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주택취득세 감면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키운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침체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반론도 있었다.

서울시와도 재개발 재건축 정책에서 이견을 보였다. 당시 서울시는 임대주택 공급을 우선적으로 하면서 재정비사업 속도를 늦추려고 했지만 국토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일자리 창출과 주거복지로드맵 등 정부 정책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 발표 이후 지금까지 총 3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면서 추진력을 보여줬고, 주거복지로드맵에 맞춰 청년주택과 신혼희망타운 등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했다.

내년 3월 24일까지, 임기가 9개월여 남은 박 사장은 최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비전 ‘사람과 세상을 이어가는 행복터전, 위드 LH’을 선포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LH 경영의 근본이고, 효율 중심의 경영에서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LH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관료출신인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직시절부터 주택토지정책 최고 전문가로 꼽혀왔다. 탁월한 식견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국내 토지·주택정책을 이끌어오며 국토교통부 안팎으로도 신망이 두텁다. ‘부채 공룡’ 꼬리표를 달았던 LH는 박 사장 취임 이후 2년만에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1위 공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공과

취임 2년만에 실적 개선 등으로 ‘부채 공룡’ 오명 떨쳐
공공기관 평가 1위 달성..기관장 평가서도 최고등급
임대주택 탈피, 민영 명품 아파트와 견줄 LH 새 브랜드 시도

지난 2016년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장으로 부임한 박상우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굳건한 재무안정을 위해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부채 감축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경영전략을 내세웠다. 부채감축, 방만경영 등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공사의 공적인 역할을 적극적으로 완수한다면 50년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2년여 지난 지금 LH는 부채 공룡이라는 오명을 떨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당시 83조1000억원에 달하던 금융부채는 2017년 76조3000억원으로 줄었고, 2년 연속 최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탄탄한 재무 건전성의 기틀을 다졌다.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사업규모를 조정해 지출을 줄이고 사업방식을 다양화해 여러 민간자본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늘려 2~3년 안에 금융부채를 60조 원대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평가에서도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다. LH는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A등급을 획득했다. 박 사장도 25개 기관장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경영 혁신 성과는 LH의 주거복지와 공공주택 공급 등 공공기관의 공적 역할 뿐 아니라 4차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판교 제2테크노 밸리 조성과 핵심산업인 스마트시티 사업을 주도하는 등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매진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스마트시티는 올해 세종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 등 2곳에 시범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신도시개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 사장은 최근 국내 건설 공기업으로는 최초로 인도의 경제 수도인 뭄바이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를 계기로 인도의 건설시장과 부동산 개발 사업 등 인도의 스마트시티 사업에 안정적 진입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베트남과 홍이엔성 스마트 산업도시 개발 상호협력협약을 체결하고, 쿠웨이트, 볼리비아 등의 해외 신도시개발 사업 진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일자리 창출 성과도 두드러진다. LH는 일자리 정부 출범과 함께 ’LH Good Job Plan(굿잡플랜)’이라는 일자리 창출계획을 마련했다. 작년 공공기관 중 최대 규모인 126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추가로 파견·용역근로자 1680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청년 소셜벤처와 LH 희망상가 등을 통해 청년층 창업도 실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가 할 일은?

LH공사의 저가형 이미지에서 고급형으로 이미지 변신 시도
후분양제 도입과 부채감축
공적 역할 수행과 사회적 가치 실현 매진

이제 박상우 사장은 LH의 이미지 변신을 통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저가 임대아파트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대형건설사와 맞붙겠다는 것이다. 사실 박 사장의 이런 고민은 취임 전부터 있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LH 아파트에 살고있는데 아마 사장하면서 LH에 살고 있는 경우는 내가 처음일 것이다. 과거 주공아파트라고 하면 작고 저렴하지만 튼튼한 아파트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 이미지를 살려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사장의 아파트 구매 시기도 취임 전인 2012년 전인 만큼 LH아파트에 대한 애착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회사의 부채 감축 등 경영여건이 개선되자 이를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아파트라는 오명을 벗고 민간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겠다”며 LH의 새 브랜드 출시 계획을 밝혔다. 서민에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대이면서 민간아파트 부럽지 않은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앞으로 박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LH의 품질 확보와 브랜드 구축 뿐만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맞춘 후분양제 도입과 부채감축 등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가운데 토지주택공사가 직간접적으로 수행하는 과제만 40개에 이른다.

박 사장은 “그동안 경영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자율과 소통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경영혁신으로 공적 역할 수행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더욱 매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신사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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