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이숭규 주OECD대표부 참사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시장에서 개인, 기업 등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방식이 급격히 변화했다. 위험을 분산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얻기 위해 직접투자 대신 펀드 등 기관투자자를 통한 간접투자 비중을 늘린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직접투자 비중은 1960년대 중반 84%에서 2011년 40%로 감소한 반면 뮤추얼펀드와 ETF(Exchange Traded Funds)의 규모는 2011년 이후 2배 넘게 증가해 2015년 말 기준 총 4조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들은 이러한 펀드의 증가가 특히 항공, 은행 등 집중도가 높은 분야에서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소수의 투자기관이 특정 분야 전반에서 여러 경쟁회사들의 공동의 주주가 됨으로써 가격을 높이고 담합을 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OECD도 지난해 말 개최된 제128차 경쟁위원회(Competition Committee)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동일시장 내 복수 경쟁사에 대한 지분 공동소유(cross-holding)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그 내용을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3대 펀드의 美 상장사 지분율 17.6% 넘어…‘담합 형성자’ 역할도

펀드규모의 증가와 더불어 펀드 내 집중도도 높아졌는데, 블랙락(BlackRock), 뱅가드(Vanguard),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등 3대 펀드의 2015년 1,662개 미국 상장사에 대한 지분율은 평균 17.6%를 넘고 있다(Fichtner et al, 2017, p.2). 또한 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특정 산업 내 복수 경쟁사에 대한 지분을 소유하는 공동소유도 늘어났는데, 미국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같은 산업 내 여러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소유한 상장사 비중이 1980년대 10% 미만에서 2014년 약 60%로 증가했다(He and Huang, 2017).

기관투자자의 복수 경쟁사 지분 공동소유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보면, 미국 항공산업의 경우 연구방법에 따라 3~12%의 항공료 인상과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Azar et al, 2017). 한 기관투자자가 여러 경쟁사들의 공동주주인 경우 한 회사의 가격인상 시 고객이탈로 인한 손실이 경쟁사의 고객 증가로 보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관투자자의 복수 경쟁사 지분 공동소유는 투자대상 회사들 간 담합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이 공동의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 회사들 간에 정보를 전달하고 담합 준수를 감독하는 담합 형성자(ringmaster)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가 담합에서 이탈해 추가이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 일부는 담합 와해로 인한 공동이익의 손실로 상쇄되기 때문에 담합 이탈을 방지하려는 유인이 있는 것이다.

공동소유의 경쟁에 대한 효과와 관련된 또 하나의 쟁점은 이러한 소수 지분소유가 기업의 행태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동소유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율보다 낮다면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대상 회사의 지분이 분산돼 있거나 다른 투자자들의 주주총회 참석율이 낮을 경우 이들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으며, 복수의 기관투자자들이 소수의 전문 의결권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할 경우 투표연합을 통해 영향력을 높일 수도 있다.

의결권 행사 외에 기업투자자들이 투자대상 회사 경영진과의 비공식적 접촉이나 인센티브 구조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투자대상 회사의 경영진들은 상당한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자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고, 경영진에 대한 보상이 기관투자자들의 이해관계와 연관돼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경영진의 보상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성과와 연관돼야 할 것이나 실제로는 개별 기업의 성과보다 산업 전반의 성과와 연관돼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Anton et al, 2016).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심사, 기관투자자의 소수 지분 취득에는 적용 안 돼

우선 기존 경쟁법상 대응방안으로는 경쟁제한적 기업결합(M&A)에 대한 심사가 있다. 그러나 투자대상 회사에 ‘통제력(control)’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의 소수 지분 취득은 기업결합 심사대상에 해당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투자대상 회사로 하여금 가격을 인상하도록 하는 등 반경쟁적 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가령 EU는 인수대상 회사에 대한 ‘결정적 영향력(decisive influence)’을 심사대상 기준으로 하며, 영국은 ‘실질적 영향력(material influence)’을 기준으로 통상 25% 이상의 지분인수를 심사대상으로 한다. 미국의 경우 ‘통제력’ 대신 ‘실질적 경쟁제한성(substantially lessen competition)’에 초점을 맞춰 보다 포괄적인 접근방법을 취하나 이 경우에도 10% 이상의 지분취득을 심사대상으로 한다. 그마저도 ‘단순투자목적(solely for investment)’인 경우에는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므로 기관투자자의 소수 지분 취득에 기업결합 심사를 적용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경쟁법 이외에 추가적인 규제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가령 과점시장 내 복수회사 지분 동시소유 시 시장점유율을 일정비율로 제한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런 강한 규제에 대해서는 아직 이를 정당화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경쟁제한성이 없는 공동소유도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기업지배구조 관점에서 투자대상 기업들의 성과 고취를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 기업의 지배구조에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독려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 기관투자자의 이해관계가 투자대상 회사들의 공동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면 이들 간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에게 혜택이 가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韓도 기관투자자 투자규모 증가세…공동소유 현황이나 잠재적 경쟁제한성에 대한 연구 필요

물론 우리나라의 상황은 미국, 유럽 등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이들 나라는 기업에 대한 지분소유가 분산돼 있고 은행 등 전통적 금융기관의 투자비중도 높은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에는 확실한 지배주주가 있는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펀드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간접투자의 비중이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에는 이들이 투자한 기업들이 활동하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의 공동소유 현황이나 그 잠재적 경쟁제한성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고 하겠다.

[글. 이숭규 주OECD대표부 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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