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법·제도 정비하고 거버넌스 체계 정립해야

[CEONEWS=김경만 주OECD대표부 참사관] OECD는 2015∼2016년 ‘차세대 생산혁명(The Next Production Revolution)’에 이어 2017∼2018년 ‘디지털 수평적 프로젝트(Going Digital)’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논의 동향과 경제·사회적 영향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소득분배가 지속적으로 악화됨에 따라 OECD 등 세계경제기구와 주요 국가들은 경제 성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의 발굴과 성장의 과실을 사회적 약자에게 공정하게 분배하는 정책 개발에 노력 중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성공적인 4차 산업혁명 완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OECD의 4차 산업혁명 논의 동향[2015∼2016년 차세대 생산혁명(The Next Production Revolution), 2017∼2018년 디지털 수평적 프로젝트(Going Digital)]을 기초로 해 4차 산업혁명의 동인(動因)과 경제·사회적 영향 및 정책과제를 분석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디지털 편익은 늘어나지만 승자 독식구조로 인한 양극화 심화, 사생활 침해 등 역기능도

인류가 겪은 여러 차례의 산업혁명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과 그 활용이 있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를 이용한 기계화, 2차는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3차는 ICT를 이용한 자동화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무엇으로 일어날까?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사물(IoT)이 연결(hyper connected)된 네트워크(5G 등)와 ICT 기술(데이터 분석, AI, 로봇 등)을 결합해 초지능화(hyper intelligent)된 생산 플랫폼이 4차 산업혁명(디지털 변혁)을 촉진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플랫폼은 규모 및 범위의 경제 실현, S/W 등 연성자본(soft capital) 가치 중시, 정보수집과 데이터 분석·판단의 실시간화, 학습(딥 러닝)을 통한 자율 진화 등을 통해 사회·경제 분야에서 혁신 및 성장의 기반을 제공한다.

우선, 산업 분야에서는 데이터·지식이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플랫폼 및 생태계 중심으로 경쟁방식이 변화됨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 통합(servitization) 현상이 두드러져 개별 제품·서비스의 성능보다 통합서비스가 제공하는 효용·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편 플랫폼 보유기업은 가입자·데이터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로 승자독식(Winner-takes-all) 우려를 야기하나, 글로벌 플랫폼의 이용·확산은 스타트업 등 소규모·신생 기업에 빠른 성장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용의 경우 정형적·반복적 업무가 기계로 대체되고, 인간은 창의적·감성적 업무에 집중하는 고용구조의 양극화(job-polarization)가 나타나며, 인간과 기계 간 일자리 경쟁으로 업무의 질과 대우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로봇산업종사자, 데이터분석자 등 혁신에 따른 새로운 직업 창출도 예상할 수 있다. 한편 플랫폼 종사자(거래 계약에 기반한 1인 자영업자는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나 회사가 제공하는 교육·사회보장, 노조의 임금협상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음) 등 비정형적·탄력적 고용의 확대로 전통적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되고 숙련 사무직도 거래 계약·프로젝트 기반으로 지식노동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은 일반 국민의 생활양식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한다. AI를 활용한 질병진단, 교통정보의 실시간 공유·제어를 통한 혼잡 및 사고 예방, 개인 수준별 맞춤형 학습 및 행정서비스의 보편화 등으로 디지털 편익은 증진하나, 승자독식 구조로 인한 양극화 심화, 수집되는 정보량 확대로 인한 사생활 침해, 네트워크 해킹 등 사이버 보안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주요한 역기능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디지털 변혁을 실현하는 물리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고속·초용량·초저지연의 네트워크(5G, Giga internet) 구축과 이를 개인·기업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혹은 개방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전통적인 통신정책(주파수, IPv6, IX, 망중립성)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아울러 IoT 등으로 생성된 데이터의 자유로운 교환과 상호 호환성 확보를 위한 시장 중심의 개방되고 자발적인 표준 마련도 데이터 주도 경제(data driven economy)의 핵심 과제일 것이다.

승자독식 현상 완화를 위한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혁신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 및 성장과 좀비기업의 시장퇴출이 용이한 자본시장 조성, 신-구 기업 간 경쟁촉진 정책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크라우드 펀딩 등을 활용한 중소기업의 ICT 서비스 투자 경감 및 자본 조달의 편의성 증대를 통해 SME(중소기업)의 플랫폼 경제로의 빠른 진입을 장려해야 한다.

인터넷을 활용한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밸류체인(GVC) 강화는 전통적 오프라인 거래 중심의 조세·무역 관련 제도를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상품·서비스 교환(digital trade) 방식에 적합하도록 개선을 요구한다.

한편 디지털 변혁으로 인한 사회적 도전과제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AI·자동화로 인한 실직자들에겐 일자리 탐색비용 및 실업수당 지원과 재교육이 필요하고 플랫폼 경제하의 비정형화된 근로 계약자의 사회 안전망 확충도 우선돼야 한다. 아울러 미래의 직업에 대비하기 위해 S/W 및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and Mathematics)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원격진료, 사이버 교육, 클라우딩 서비스 등 국민의 웰빙 증진 및 사회적 약자(저소득층, 중소기업, 소외지역) 보호를 위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도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은 디지털 기술 개발 및 신규 비즈니스 창출, 지식자본 투자, 디지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조직 혁신 등을 추진해야 하고, 정부 또한 공공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 보유 데이터를 개방해 데이터 주도 경제의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미국 기술(100) 대비 한국 클라우드는 77.0, 빅데이터는 76.3, 인공지능은 70.5 수준(과학기술정보통신부)]임을 고려할 때, 정부의 기초과학(뇌과학,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 및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 투자 증대 및 기술 확산기관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한편 디지털 변혁에 대한 대중의 신뢰 획득과 신기술 수용도 향상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네트워크 보안 및 프라이버시 보호 관련 법·제도 개선과 국제 협력체제 구축, 데이터의 활용 ·공유로 인한 이익과 프라이버시 및 지식재산권 보호, 이익 간 충돌의 조화로운 조정 등은 대표적인 해결 과제다. 특히 AI, 유전자배열 편집 등은 인간의 안전 및 윤리 문제와 충돌하는 기술인데, 이러한 기술의 확산은 대중의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獨·日·中, 4차 산업혁명 대비 종합적 국가전략 수립…韓, 법·제도 정비하고 거버넌스 체계 정립해야

OECD와 주요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일관된 국가 전략을 수립[독일(Industry 4.0), 중국(中國製造 2025), 일본(일본재흥전략)]하고 있다. 9월에 출범한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의 사회·경제적 영향이 광범위하고 불확실하므로 기업·사회·정부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협력을 바탕으로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덴마크가 정부(총리·8명 장관)·기업 CEO·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혁신위원회(Disruption Council)를 통해 일자리, 교육, 경쟁력 강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국가계획을 2년(2017~2018년)에 걸쳐 수립 중인 점은 참고할 만하다. 아울러 정책 집행의 효과성 향상을 위해 정부 부처 내의 거버넌스 체계 또한 잘 정립해야 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과 낡은 아날로그 정책 간 괴리(gap between Technology 4.0 and Policy 1.0)를 극복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는 필수적이다. OECD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정책과제를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되, 디지털화로 인한 급속한 세계화를 고려해 국제 규범과의 조화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성장과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지역, 계층 간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취약계층도 디지털 편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포용성 증진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변혁으로 초래되는 실업자 및 비정형 노동자의 사회 안전망 강화,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기초 ICT 역량 및 S/W 교육 확대, 개인 맞춤형 질병치료, 중소기업의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 낙후지역 주민 온라인 교육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중요하다.

[글. 김경만 주OECD대표부 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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