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세계 인공지능 의료시장 규모 66.6억불 규모 전망

[CEONEWS=박상민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4차 혁명으로 대두되는 인공지능은 미래의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는 인공지능의 활용에 있어서 의료산업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의료 AI의 전통적인 강자는 미국으로 여러 나라들보다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국의 후발 추격자들의 성장세도 엄청나다.

중국 유명 ICT 업체인 Tencent가 개발한 영상의학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이미 100여 개의 현지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중국에는 총 131개의 기업들이 의료 AI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MIT Technology review, 2018.03.)

우리나라의 경우, 카카오가 AI 정밀의료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Frost and Sullivan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의료시장 규모는 ’14년 6.3억 불에서 ’21년 66.6억 불로 7년 새 10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급성장의 배경에는 ‘AI 기술의 발전’과 ‘의료 데이터의 축적’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의료 데이터의 축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가 두 배로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950년대에 50년이었다면, 2020년에는 0.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 73일마다 인류가 축적한 의료 데이터가 두 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인공지능의 성능은 학습하는 데이터의 양과 질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런 의료 데이터의 폭발적 증가는 의료 AI의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IBM왓슨 도입으로 집단치료체계 구축

가천대학 길병원은 2016년말 국내 최초로 IBM 왓슨(Watson for Oncology)을 집단진료체계에 도입했다. 이어서 부산대병원 등 총 7개의 지방대학 병원들이 연이어 도입을 결정했다. 왓슨은 환자의 데이터가 입력되면 수많은 임상사례, 300여 종의 의학저널 등 방대한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방법을 제시하여,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길병원의 경우, 도입 이전 대비 10대 암 청구액이 102억 원 증가했다. 이전에는 상위권에 들지 못했던 3개 암종(대장암, 유방암, 위암)이 국내 10위권 내 진입했다. 또한 서울 소재 대형병원에서 U턴하는 환자들이 발생하는 등 환자와 가족들의 반응도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1년 후 대장암에 대한 의료진과 왓슨 간 의견 일치율이 7%p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왓슨에 대한 의료진의 신뢰도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종합해보면 도입 이후 우수한 경영성과 개선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대형 메이저 병원들은 IBM 왓슨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별도의 인공지능 의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왓슨의 기존 입력 데이터가 미국인을 통해 수집한 의료 정보라 한국인의 식습관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또 대형병원들은 의료 인력의 높은 질과 숙련도, 진료 인프라, 독자적으로 축적한 의료 데이터 등 자체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인다.

2017년 삼성서울병원, 연세의료원은 한국형 인공지능의료 시스템 구축을 선언하고,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었다. 정부도 민간과 함께 한국형 AI 기반 정밀의료 서비스 ‘닥터 앤서(Dr. Answer)’를 2020년까지 개발하기 위해 지난 4월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총예산은 3년간 357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총괄기관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25개의 의료기관, 19개의 기업이 참여한다. 특히 삼성SDS와 카카오브레인, 뷰노 등 토종 ICT, AI 기업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의료 데이터의 신뢰도는 데이터의 무결성

국내 암환자의 절반 정도를 커버하고 있는 대형병원으로서는 자신이 생성한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굳이 외부기업과 공유할 유인이 적다. AI 자체는 기본적으로 오픈소스로 구현 가능하기 때문에, AI보다 의료 데이터 자체의 전략적 가치가 더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AI 알고리즘은 다른 누군가에게 공급받을 수도, 자체적으로 만들어 볼 수도 있지만, 양질의 데이터는 오랜 축적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아무리 좋은 AI 알고리즘이라 해도, 학습할 데이터가 없거나 잘못된 데이터로 학습하게 되면 그 성능을 발휘할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아무리 머리가 좋은 학생도 잘못된 교과서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면 별 볼일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이를 반영하듯 컨설팅 기관 Accenture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의료기관 최고경영진 89%는 의료 데이터의 무결성이 AI 등 도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에 대응하는 2가지 방법

결국 대형병원들은 ① AI 선도기업과의 정보공유 및 협업을 통해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느냐, 아니면 ②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유정보자산의 이점을 보호하면서 자체 개발하느냐의 전략적 고민 중에서 후자의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전략선택의 갈등은 다른 지식산업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금융권도 4차 산업혁명의 변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핀테크, ICT 기업과 공유해야 하는가, 아니면 AI와 블록체인 등 신기술들을 자체 내재화하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이처럼 의료, 금융 모두 데이터 기반 산업의 성격이 강조되고 있는 현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연으로 보인다.

정책과제 : 균형잡힌 규제개선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닥터 앤서(Dr. Answer)’, ‘신약 개발을 위한 AI·빅데이터 활용 플랫폼’ 구축에 착수하는 등 원활한 데이터 공유·활용을 통한 AI 활성화 기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중국과 같은 경쟁국보다 개인정보보호가 엄격해 의료 AI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이 제약받고 있는 만큼 균형 잡힌 규제의 개선이 시급하다.

이상적인 미래에 AI를 통해 모든 이가 최고의 의사에게 진료받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면, 의료보건의 민주화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포브스 사설, How to Democratize Healthcare, AI gives everyone the Very Best Doctor)

물론 그런 미래를 위해서, 의료기관·AI 업체·정부 각 영역권 간 치열한 혁신경쟁과 협업이 필요하고, 때로는 주도권 다툼이 있을 것이다.

글. 박상민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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