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권위 버려야 업무 효율 높아져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CEONEWS=김한솔 HSG 휴먼솔루션 그룹 수석연구원] 일을 하러 모인 조직에서 일이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상황은 '이걸 내가 왜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다. 이미 방향이 다 정해져서 실행만 하면 되는데 윗 분에게 보고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어야 할 때, 한 명의 상사와는 합의가 끝났는데 그 위 상사의 ‘또 다른 취향’ 때문에 같은 내용으로 다른 양식의 보고 문서를 만들고 있을 때 등… 결국 ‘보고’의 문제다.

조직에서의 일은 누군가의 지시로 시작되고, 구성원이 상사에게 결과를 보고하며 마무리된다. 그래서 보고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게 많은 직장인들의 불만이다. 해야만 하는 보고, 이걸 효과적으로 바꿀 방법은 뭘까?

최첨단의 기술을 다루는 NASA. 이들도 과거엔 부서 간 보고를 위해 수많은 연구원들이 관리자 혹은 다른 부서 담당자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업무 공유 앱, <슬랙>을 도입해 온라인 상에서 정보 공유를 하기 시작한 뒤로 사람을 찾으러 건물을 오고 가던 엄청난 시간이 절약됐다. 시간만이 아니다. 현황을 자주 공유하게 되면서 부서 간 개발 방향이 어긋나는 일도 확 줄었다. 결국 얼마나 ‘자주’ 소통하느냐가 핵심이었다.

구성원과 리더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때가 돼야만 상사에게 찾아가서, 혹은 구성원을 불러서 체크를 하는 게 아니라, 일상 업무 과정 속에서 서로 묻고 답하며 조율해 가는 보고 문화가 필요하다. 그 방식이 ‘보고의 일상화’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상사들은 좋아한다. ‘그래 맞아, 내가 자주 불러서 체크하는 게 맞아.’ 미안한 얘기지만,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부르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구성원이 일을 잘 하나 못하나 검사하는 게 아니다. 조언을 해 주고 함께 문제를 풀어주려는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배달 주문 서비스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이색적인 기업 문화 덕분에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회사다. 이곳의 CEO 김봉진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상사가 그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으면 가서 물어보면 돼요. 중간 과정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게 좋죠.”

장소가 뭐 그렇게 중요할까? 상사의 자리에 불려간 직원은 혹시 보고 내용에 막힘이 생기면 당황한다. 하지만 상사가 구성원의 자리로 왔다면? 얘기가 막히면 과거 자료를 바로 찾아볼 수 있다. 혹은 비슷한 고민을 함께 나눴던 옆 자리 동료에게 SOS 를 청할 수도 있다. 그럼 보고의 진짜 목적인 ‘문제 해결’이 좀 더 쉬워질 수 있다.

자유로운 벤처기업이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물론 이들의 문화가 그렇기에 좀 더 쉬울 순 있다. 하지만 많은 대기업 구성원들과 인터뷰를 할 때도, ‘팀 문화가 젊어진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젊어졌다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나오는 대답 중 하나가 ‘상사가 부르는 게 아니라, 직접 와서 물어봐 주세요’라는 얘기다. 벤처이기에, 스타트업이기에 쉬울 순 있다. 하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결국 사람과 사람이, 리더와 팔로어가 만나 일을 한다. 리더가 얼마나 ‘젊은’ 생각을 하느냐가 핵심이다.

보고는 단순히 리더와 구성원 간 업무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다. 보고 ‘받는다’는 불필요한 권위를 버릴 때 구성원의 업무 효율이 확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좀 더 생산적인 문제해결이 이뤄질 수 있다. 어떤가, 우리 조직의 보고 문화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프로필>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

▲Kellogg School of Management 협상과정 수료

▲IAW POP workshop 수료

▲KDI 정책갈등 조정과정 수료

▲HSG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장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 컨설턴트

▲IGM 협상스쿨 R&D 팀장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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