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연인, 해양스포츠 마니아에게 최적

[CEONEWS] 성경과 탈무드에 등장하는 ‘지혜의 왕’으로 익숙한 이름인 솔로몬 왕의 이름을 딴 솔로몬 제도(諸島)는 28,450km나 되는 넓은 면적에 992개 이상의 섬 들이 북서-남동쪽 방향으로 대각선을 이루며 길게 뻗은 열도에 가까운 섬나라다. 솔로몬은 전 세계 음식, 와인, 여행 작가 협회(IFWTWA)에서 발간하는 FWT 매거진이 선정한 2018년 최고의 여행지 중 남태평양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최 상위권(전체 11위)에 오르기도 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여행지역이다. 박재아 기자가 떠난 세계적인 관광지 솔로몬제도로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호니아라

솔로몬까지는 브리즈번, 파푸아뉴기니, 피지, 뉴질랜드를 경유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중 호주 브리즈번을 경유하는 방법이 도시+휴양으로 가장 괜찮은 조합이다. 솔로몬에어가 브리즈번에서 솔로몬의 수도 호니아라까지 주4회 운항하며 2시간5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먼저 과거여행부터 시작했다. 루마 타포포호라는 이름의 ‘모로문화’를 실천하며 사는 원시부족마을에 도착했다.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진짜 원시 방식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처음 만났기 때문에 그들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태도와 표정에 신경을 썼다.

외부사람이 왔을 때 비틀넛을 깨물며 벌이는 환영의식을 ‘찬다’라 부르는데 족장처럼 보이는 할아버님이 자리를 잡자 최소한 가릴 곳만 가린 옷을 입은 젊은 남녀, 아기, 부인네들이 나와 우리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다. 족장님이 먼저 비틀넛을 깨물고 나뭇입을 젖가락 두개 넓이만큼 접어 흰가루에 찍어 드신다. 비틀넛은 솔로몬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매개체다.

이 마을은 원시부족의 모습을 사는 10개의 마을 중 호니아라 시내와 가장 가까운 마을이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마을이다.

 

모로 운동(Moro Movement)

솔로몬의 원시마을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라져가는 전통방식 생활을 일부러 보존한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삶을 살다가 다시 원시생활로 돌아가기로 작심한 사람들이 만든 공동체라는 점이 특이하다.

이를 모로 운동(Moro Movement)이라 하는데,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가 위치한 과타카날 섬(면적은 6,500 km²,현지어로는 이사타부 Isatabu)에서 1950년대 부터 60년대까지 이어진 ‘과거로의 회귀(back to custom)’ 운동이다.

모로운동은 단순히 전통부족이 살던 삶의 방식 그대로 ‘되돌아’가는 행위 뿐 아니라 주술적이고 영적인 요소가 결부되어 있다. 이 운동은 2차세계대전 당시 솔로몬에 일어난 변화에 응전하기 위한 일부 솔로몬 사람들이 가진 하나의 ‘선택지’였다.

모로운동에는 솔로몬 사람들의 민족성에 잠재된 ‘불가침 원칙’이 흐르고 있다.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는다’. 영어로는 None of your business 정신이 솔로몬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솔로몬과 함께 멜레네시아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피지, 바누아투에서는 보기 어렵다.

가난하지만 불편함은 덜 한 현대식으로 살다가 주어진 것이 단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야하는 원시시대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정말 이런 삶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믿음체계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기조와 문다 (Gizo and Munda)

솔로몬의 수도는 ‘호니아라’지만 여행자들의 수도는 ‘기조’로 불린다. 기조와 문다에서는 세계대전 당시 난파된 비행기와 탱크, 전투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굳이 박물관이 아니라 학교 앞 마당이나 전통공예품 판매장 앞에도 늘어서 있다. 2차 대전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탄 함대가 적의공격에 침몰되었는데 간신히 헤엄쳐 와서 구조된 섬에 그의 이름을 붙여 ‘케네디 아일랜드’로 불리는 곳도 있다.

예쁜바다 라고 하면 보통 색으로 구분하지만 솔로몬, 특히 기조의 바다는 물고기와 산호, 해삼, 불가사리, 대왕조개가 그득해 색의 경계를 구분짓기가 어렵다. 보통 리조트 인근에 그렇게 많은 물고기와 산호가 지천이기 어려운데 남태평양에서도 유독 솔로몬의 바다 속 환경은 압도적이다. 연산호의 수도라 불리는 피지나 에메랄드 빛 사모아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다이버라면 이매지네이션 아일랜드 리조트를 추천한다. 시설은 백팩커 수준이지만 4명이 1박에 10∼15만 원 정도로 이 만한 바다환경을 누릴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한다. 바다놀이는 좋아하지만 다이빙만 할게 아니라면 숙소 선택이 중요한데, 자신이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기준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

가족, 커플, 허니문(물론 바다를 무척 좋아하는)이라면 팻보이스 리조트를 추천한다. 공항에서 배로 20여분 떨어져있다. 선비스 리조트와 오라바에는 ‘에코 리트리트’라는 생소한 분류기준에 속하는 리조트다. 정말 생존을 위해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것만 갖춘 지나치게 군더더기 없는 시설이 특징이다.

 

솔로몬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솔로몬은 유독 태평양 도서국 대부분이 따르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파푸아뉴기니를 비롯 피지, 사모아, 바누아투 등 태평양을 주름잡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국의 원조와 투자를 내세운 ‘달러외교’에 젖어들고 있지만 솔로몬을 비롯한 세계 최빈국인 나우루, 투발루, 마셜제도 등은 대만과 여전히 손을 잡은 상태다.

최근 팔라우도 중국의 대만과의 단교요구를 과감하게 거절해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솔로몬에는 가짜여권을 소지한 중국인들이 상권을 장악하기 시작해 대만인 거주자 수를 압도적으로 넘긴지 오래다. 이 역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솔로몬의 특이한 민족성 때문에 처리를 못하는 상황이다.

다들 중국의 원조를 받아 도로, 항만, 공항을 증설하고 있는 마당에 솔로몬은 중국의 원조를 받는 것도 아니고 작정하고 밀려드는 중국인을 밀어내지도 못하는 골치아픈 상황에 빠졌다. 답답한 솔로몬의 현실에 한숨이 절로났다. ‘솔로몬 왕의 지혜’가 절실한 때다.

 

〔솔로몬 가는 방법〕

모든 영토가 섬으로 이루어진 솔로몬은 수도인 호니아라에 위치한 호니아라 국제공항에서 내려 보트나 국내선을 타고 이동한다. 한국에서 직항이 있는 브리즈번과 시드니(호주), 난디(피지)에서 가는 방법이 가장 편리하다. 일본이나 호주에서 포트모리스비(파푸아뉴기니) 혹은 포트빌라(바누아투에서 항공을 갈아타고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자세한 항공과 여행정보는 솔로몬 관광청 홈페이지를 참고한다.

참고로, 기조와 문다에서 호니아로 돌아올 때는 한 비행기가 두 곳을 다 들리는데 어떤 때는 좌석지정이 안되어 있기도 해서 비행기가 도착하면 잽싸게 달려가 좋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섬이 많은 나라라 비행기도 버스처럼 운영하는 모양이다. 경비행기로 운항하기 때문에 체크인 할 때 사람도 무게를 재야한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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