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한 번쯤 각종 위기(risk)를 겪기 마련이다.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존폐가 결정되기도 한다. 위기관리는 그만큼 중요하다. 최근 국내 대기업의 경우 이러한 위기를 겪는 경우가 종종있다. 특히 요즈음은 오너 뿐 아니라 그들의 자식들로 인해 발생하는 위기 또한 적지 않다. 대기업의 갑질, 서비스 직원에게 대하는 태도, 고객대응 방식에서도 위기의 순간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전사적 위기상황을 맞아 이를 잘 해결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효과적인 위기관리를 위한 방안을 짚어보았다. [편집자 주]

최근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 사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페이스북이 부적절하게 유출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직후 시가총액이 70조 원 가량 증발하는 등 페이스북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해명과 사과를 위해 즉각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와 동시에 미국의 주요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게재하는 등 별도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역시 시행했다.

사실 우리 기업들에게도 이런 위기관리 과정은 낯설지 않다. 국내 기업들도 부정 이슈 등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신문에 해명광고를 싣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소극적이고 잘못된 대응으로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관리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우리 기업들의 일반적인 대처방법과 다른 몇몇 차이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이들의 전략이 우리와 어떤 점에서 달랐는지,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알아본다.

사례 ① 미리 준비한다

준비(Preparation)야말로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위기는 위기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통해 관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정확한 판단과 빠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맨해튼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테러로 무너졌다. 당시 그곳에는 미국 최대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본사가 입주해 있었고, 약 3,500명의 직원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증권 등 금융자산을 관리하고 있었다. 다수 언론들은 세계적 금융마비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했고, 세계 경제공황이 다시 올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테러 다음날인 9월 12일, 모건 스탠리의 전 세계 각 지점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고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처리했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대응의 비결은 바로 꾸준한 대비였다. 모건 스탠리는 1993년부터 이미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 플랜을 갖추고 있었는데, 심지어 본사 ‘테러’에 대비한 매뉴얼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직원들의 안전한 대피뿐 아니라 완벽한 자료 백업까지 해낸 모건 스탠리는 이 사건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사례 ② 압도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위기의 지속기간과 부담을 최소화하는 ‘하이 프로파일’ 대응 역시 중요하다. 하이 프로파일(High Profile)이란 주목을 끈다는 뜻으로, 기업에 위기발생 시 이해관계자들의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해결책을 제시해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2011년 7월 4일,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산하의 영국 신문사 <뉴스 오브 더 월드>가 특종을 위해 해킹과 도청을 일삼아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16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구독 부수도 한국 최대 신문의 두 배인 260만부에 달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언론이었기 때문에 이 사태는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일 정도의 큰 스캔들로 비화됐다.

[ 뉴스 오브 더 월드 폐간호(11. 7. 10.) ]

머독은 즉시 대책회의를 소집했고, 문제의 신문사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폐간과 관련 경영진 전원 해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려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정도로 파격적인 조치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일파만파 확산되던 논란과 비난은 일소되었다. 오히려 머독은 부정을 일절 용납하지 않는다는 신뢰의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었다.

사례 ③ 최고책임자가 전면에 나선다

리더가 숨어 버린 위기관리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 누구도 리더가 숨은 조직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에서는 리더가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단순히 앞에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2007년 8월,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장난감 기업 마텔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 중 일부에서 납 성분이 검출돼 약 2,000만 개의 장난감을 리콜하게 되었다. 초대형 리콜 사태는 마텔의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밥 에커트 회장은 “다른 말은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며 사과의 메시지와 적극적인 리콜을 지시했다.

[ 마텔의 에커트 CEO 사과영상 중 일부 ]

또한 언론 노출을 극히 꺼리는 다른 CEO와 달리 TV 뉴스 방송의 인터뷰에도 직접 응했다. 여러 지상파뉴스에 직접 출연해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했고, 리콜 정보를 알리기 위한 동영상에 직접 출연해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소통했다. 홍보담당 임원이 사태의 수습을 맡는 통상의 기업들과 달리 CEO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대규모 리콜에도 불구하고 마텔의 주가는 고작 5.2% 하락했으며, 당해 연도 4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등 마텔은 소비자 신뢰를 되찾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고객의 지지를 이끌어 낸 다음 고객들이 위기 시에도 일관되게 기업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도 위기관리의 한 축인 것이다.

사례 ④ 고객의 지지를 이끌어낸다

고객들이 위기 시에도 일관되게 기업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도 위기관리의 한 축인 것이다.

2008년,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맥닐은 한 편의 광고를 공개했다. 아기를 안고 다니는 엄마들이 겪는 어깨와 허리 등의 통증에 자사의 진통제 모트린(Motrin)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광고의 타깃인 아기 엄마들로부터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광고 속에서 아기가 마치 짐짝이나, 엄마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인 것처럼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태를 보고받은 마케팅 총괄 부사장 캐시 위드머는 의외의 조치를 취한다. 불만을 표한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친절하게 이메일 답신을 보낸 것이다.

[ 맥닐의 모트린(Motrin) 광고 중 일부]

위드머는 해당 메일을 통해 해당 광고가 사려 깊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이번 사태에 대한 고객들의 피드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전했다. 그중 특히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내용이 있었다. 바로 ‘나도 어린 세 딸을 키우는 엄마’라는 메시지였다. 이러한 문구는 화가 난 고객들에게 ‘실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제가 엄마들의 기분을 나쁘게 할 의도가 있었겠는가? 제 실수에 넓은 이해를 구한다’는 느낌을 주었고, 곧 제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사그라들었다.

사례 ⑤ 원칙을 지킨다

위기관리 시 가장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되는 점이 바로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위기상황에서 원칙을 외면하고 편법을 꾀한다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2005년 3월, 보잉은 당시 CEO였던 해리 스톤사이퍼의 경질을 발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스톤사이퍼 CEO는 보잉을 위기에서 구해낸, 이른바 ‘회사의 구세주’였기 때문이다. 스톤사이퍼는 2003년 취임 이후 특유의 신속하고 강력한 결단력으로 보잉 주가를 50% 이상 끌어올렸고, 취임 직전 군납 로비 파문으로 박탈당했던 국방부 입찰 자격도 되찾아왔다.

제가 된 것은 그의 사생활이었다. 사내 여성 임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단순히 개인의 사생활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문제는 스톤사이퍼가 취임 이후 윤리강령을 제정해 사내에 강력하게 강조하고, 전국을 순회하며 윤리경영의 전도사를 자처해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보잉 이사회는 스톤사이퍼의 놀라운 실적에도 불구하고 그의 해임을 결의했다. 그의 해임 이유는 “사내 윤리강령에 따르면 CEO는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나무랄 데 없는 품위를 갖춰야 한다”는 문구였다. 스스로 세운 방침에 발목이 잡힌 셈이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원칙은 지켜져야 원칙인 것이다.

 

<자료제공 :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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