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효과 …‘대기업의 해외 엑소더스’가 걱정이다

한편,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 정부는 법인소득세의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법 개정을 하였다. 법인세율은 다른 선진국의 경우에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 상례이다. 세법 개정 이전까지 우리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35개 OECD 회원국 가운데 16위로 중간 정도였다. 2017년 말경까지 최고세율이 미국 35%, 프랑스 33.33%, 이탈리아 24%, 일본 23.4%로 우리보다 높았으나 영국 19%, 캐나다와 독일은 15%로 우리보다 훨씬 낮았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를 오히려 인하하는 것이 하나의 추세이다. 일례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해 12월 20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8개로 되어 있던 조세구간도 하나로 통일하는 법 개정에 성공함으로써 이제는 우리보다 낮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7~80년대 고도성장을 하던 경제가 지금과 같은 장기 저성장경로로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 1992년경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992년은 중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진 해이다. 제조업의 고용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임금상승 때문에 고비용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중국으로 대거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이었던 것은 고효율 기업 대부분은 국내에 남았기 때문에 제조업의 고용비중이 10% 포인트 이상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비중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제부터 기업의 해외 엑소더스가 일어난다면 고효율, 대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 동안 해외에서 우리 대기업들이 창출한 고용이 이미 3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보호무역 때문에 외국의 관세는 높아만 가는데, 법인세율 높고, 고용 경직적이고, 정부정책 적대적인 환경에서 사투를 벌여야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지나치게 감정적인 재벌 다루기… 법과 규칙 엄격 적용하되 자유로운 활동은 보장

사정이 이러한데 문정부가 재벌 다루는 방식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밖에 달리 말하기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재벌은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필요악의 측면이 있다.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자본을 축적하고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키는데 기업집중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각종 특혜를 주어 키운 것이 재벌이다. 그리고 여러 폐해에도 불구하고 재벌이 우리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 이제 와서 재벌을 막무가내로 해체한들 우리 경제에 무슨 득이 되는지 모르겠다.

재벌의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법과 규칙이라고 본다. 법과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엄격히 다스리되 그렇지 않은 것은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여야만 한다. 그리고 정경유착은 재벌이 필요로 하는 측면이 있으나 권력이 나서서 요구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아닌가? 최근에 정부부처가 나서서 몇 천 억의 기부를 요구하는 것을 보면 이 정부도 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벌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 수단이 잘 작동하지 못하는 데에는 다스리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자성하여야만 한다.
 

“일본 장기불황 원인은 고령화·노동시간의 단축·과다한 공휴일 등 노동공급 감소, 그에 따른 자본생산성의 하락과 투자부족 때문”…교훈으로 삼아할 과제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1년은 합격점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더욱이 염려스러운 것은 앞에서 열거한 여러 정책사례들이 20년 이상의 긴 불황을 겪은 일본에서, 그와 같은 불황이 시작되기 바로 전에 시행된 정책들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저명한 거시경제학자 하야시(Humio Hayashi)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석학 프레스캇(Edward C. Prescott)에 따르면 일본의 장기불황은 고령화, 노동시간의 단축, 과다한 공휴일 등 노동공급 감소, 그에 따른 자본생산성의 하락과 투자부족 때문에 일어났다. 문정부의 경제정책 1년을 보면서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의 개연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지난 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 모 월간지에 새 정부에 바라는 내용의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어느 것도 지난 1년 이루어진 것이 없다. 심지어 어느 것 하나 시도해보지도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 1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과제로 같은 내용을 되풀이 해 제안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특정 칼럼의 내용이 반드시 정책에 반영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40년 동안 배우고 연구한 경제학도로서 이 나라가 직면한 다음의 문제는 앞으로 한국경제 100년을 위해 절실히 개혁되어야 할 과제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제안하고자 한다.
 

경제혁신의 핵심은 규제혁파와 노동, 교육의 개혁, 사회안전망의 확충

지금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고도 성장기에 무분별하게 도입된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제도들이 마치 혈전처럼 굳어 있으며 선진국형 저성장 경제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것들로 넘쳐나고 있다. 장기 저성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혁신의 핵심에는 너무나 상식적이게도 규제혁파와 노동, 교육의 개혁, 그리고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있다.
 

실업보험의 소득대체율 높이고 급여기간을 크게 늘려야

먼저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것을 제안한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지 않고 시스템의 개혁을 운위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조선과 해운산업의 구조조정에서 보았던 것처럼 개혁은 필연적으로, 고통과 실업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혁에서 피해를 보는 시장참여자들이 재기할 수 있는 동안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미봉책으로 손볼 것이 아니라 실업보험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급여기간을 크게 늘려야만 한다. 재교육의 기회도 반드시 확대·제공되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목적을 분명히 한 증세도 고려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교육부 폐지,대학의 구조조정, 과감한 교육법 개정을 촉구한다.

다음으로 교육이 개혁되어야만 한다. 우리의 교육은 관치의 전형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교육까지 철저하게 정부가 관리하고 창의교육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자율이라는 것이 그다지 없다. 교육혁신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교육부를 폐지함으로써 교육의 자율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교육부의 기능은 지방정부, 교육청 및 대학교육협의회에 이관하고 교육재정 또한 이 기관들에서 객관적이고도 확고한 원칙을 정해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교육현장의 무얼 안다고 학생선발부터 연구, 교과서와 교육까지 일일이 간섭하나.

대학의 구조조정 또한 뒤로 미룰 수 없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과감히 문을 닫거나 다른 특화된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해야만 한다. 교육과정의 혁신을 통해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력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구조조정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만 하는 노동력이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바탕이 마련하여야만 한다. 정부는 효율적인 교육제도를 만들고 장기목표를 관리하는 역할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교육개혁이 가능하도록 국회는 빠른 시일 안에 교육법을 과감히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노동시장의 개혁은 정규직의 과보호부터 완화하고 정규직 전환 정책 추진해야

지금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경직적이다. 특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바와 같이 무작정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계속한다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의 개혁은 정규직의 과보호를 완화하는데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정규직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같은 노동을 하는데 임금과 근로조건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시장 친화적이지도 않고 사회정의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노동관련 법규를 개정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할 것을 정치권에 호소한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진다고 해서 고용의 안전성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회안전망의 확충, 교육과 노동시장의 개혁과 함께 불필요한 규제를 시급히 혁파하여야만 한다. 고도성장시대의 유산 가운데 아직도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것이 규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위원회라는 것을 유지하거나 새로 만들었으나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었다. 심지어는 중앙에서 이미 혁파한 규제가 지방에서는 버젓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우선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중앙과 지방이 긴밀히 협조하여 실질적이고도 철저한 규제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만 한다.
 

상부구조 정치가 하부구조 경제를 왜곡하는 현상을 국민들은 언제까지 용납할 것인가?

이 이외에도 재정, 금융, 산업, 기업, 가계 등 여러 분야에서의 개혁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하여야 할 것은 어느 한 부문만을 선별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큰 효과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회안전망의 확충 없이, 또 교육의 개혁 없이 구조조정을 시도하거나 노동시장을 개혁한다면 그에 따른 고통에 비교하여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규제혁파 없이 교육의 혁신을 이루기도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개혁과제들이 포괄적으로 동시에 추구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모든 경제제도의 혁신은 정치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정치는 경제제도를 다루는데 있어 반드시 가장 타당한 선택을 하는 장치가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경제문제의 상당부분은 오히려 정치가 없었다면 이미 해결되었을 것이다. 상부구조로서의 정치가 하부구조로서의 경제를 왜곡하는 현상을 언제까지 용납해야 하는가는 이 나라 국민이 선택해야만 하는 몫이다. 내년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이 되었을 때에는 무언가 달라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조장옥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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