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을 맞았다. 촛불을 밝혔던 시민의 힘으로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문재인 정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했다. 특히, 경제성장과 관련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희망, 그리고 사회 부조리를 정상화시킬것에 대한 기대와 남북평화까지.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한 평가가 여러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언론사들조차 장밋빛으로 치켜세웠던 남북정상회담은 잘 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잘 한 점은 칭찬하고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또 미흡한 점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장옥 전 한국경제학회 회장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지의 편집방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으나, 글 쓴이의 의견을 존중해 2회에 걸쳐 내용을 그대로 실었다. <편집자 주>

정치갈등, 적폐청산에 가려 경제는 어디로 가는지 조차 ‘오리무중’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벌써 1년이 됐다. 늦봄을 시작으로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환영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늦봄이다. 자연과 계절 그리고 시간의 흐름으로 표상되는 질서에서 인간의 무기력함을 느낀 1년이었다. 그 사이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느껴지지만 북한의 핵 놀음 이외에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다. 얼마 전에는 김정은이 무슨 구세주처럼 판문점을 넘어 왔다 갔다.

지난 1년 경제는 정치에 가려 어디로 가고 있는지 헤아리기가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럴듯한 경제정책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고, 문재인 정부 1년 경제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허송세월이다. 예를 들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의욕에 넘쳐 시작한 것이 일자리정책이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아래에 일자리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대통령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만들어 사안들을 총괄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자리가, 그것도 양질의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없다.

이론적으로 말해 경제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는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로는 정책에 영향을 받는 경제주체와 집단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정책으로부터 득을 보는 계층이 있으면 반드시 손해를 보는 집단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책은 적어도 득이 손해를 초과한다는 계산이 설 때 실시하여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처럼 무슨 실험을 하듯이 불쑥 정책이라는 것을 내놓고는 부작용이 생기면 재정을 들이대는 식의 정책행위는 정책을 가장한 폭력이라고 밖에 달리 예기하기 어렵다.

둘째로 정책이 변하면 일반 대중의 기대도 변한다는 사실이다. 기대란 미래를 예측하고 바라보는 시각인데 기대가 변하면 경제행위도 변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루카스 비평(Lucas critique)이라고 한다. 루카스(Robert E. Lucas, Jr.)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대학의 석학으로 그의 비평이 등장한 이후 경제정책은 더욱 신중해지고 정교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어려워지기도 하였다. 일반 대중도 정책당국자 못지않게 경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특히 자기들이 종사하고 있는 업에 관하여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성과는?

시회과학으로서 경제학이 어려운 것은 현실 경제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험이 실패하였을 경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일반대중이 떠안게 된다는 것이 자명한데 실험을 하듯이 정책을 실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모든 사회정책이 안고 있는 애로인데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다분히 실험적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지난 1년 가장 많이 회자된 것으로 문정부의 정책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이 있고, 그를 위해 단행한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이 있다.

경제성장의 요인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너무나 명확하다. 그러나 그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선진국도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하고 따르는 나라는 없다. 즉 소득주도성장이론의 핵심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성향이 다른 데에 있다. 소득에서 차지하는 소비의 비중이 저소득층에서 높기 때문에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에 재분배하면 소비가 증가하고 따라서 소득이 증가하는 성장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일시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에서 말하고 있는 소비, 곧 수요의 진작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증적으로도 그와 같은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성장이 일어난다면 왜 그리 많은 나라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겠는가?

나아가 소득주도성장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첫째, 소득재분배에 따른 소득의 증가가 장기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재분배가 계속해서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소득 재분배는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비용을 부담하는 계층의 노동과 기술개발에 대한 유인을 말살하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둘째, 소득의 재분배가 일시적으로라도 소득증가를 초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크기여야만 하는데 그와 같은 재분배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낳는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무슨 점령군이나 되는 것처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였다. 나아가 2020년까지는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공약이었으니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고용시장이 불안해지니 최저임금 노동자를 다수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비용증가를 정부 재정을 풀어 보조하는 정책을 들이 밀었다. 이와 같은 미봉책에도 불구하고 지금 고용시장의 동향이 심상치 않은 것은 최저임금의 지나친 인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제도 혁신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강행하면 고용절벽 만날 뿐

대통령이 공항공사를 찾아 한 말씀 하시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듯이 보였다. 기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비정규직이 남발되고 있는 현실이 누군들 한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남성과 여성,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조원과 비노조원 등의 직업안정성과 양극화는 전혀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노동제도의 혁신이 없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까? 공항공사의 경우와 같이 밀어붙이면 아마도 비정규직을 포함한 일자리의 고용절벽 이외에는 다른 효과가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

노동시간 단축도 정부가 나서서 강제적으로 밀어붙일 사항은 아니었다고 본다. 노동(여가)은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누군들 모르겠나. 따라서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강압적이라고 생각될 때 노동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노사가 합의 아래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약자인 노동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인 문제로 얼마든지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벌써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하거나 비용증가 때문에 신음하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나? 또 재정을 이용해 보조할 건가?

조장옥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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