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을 시작할 땐 망하는 계획부터 만들어라

이우창 HSG 휴먼솔루션그룹 소장

[CEONEWS] ‘이리듐(Iridium)’이라는 원소가 있다. 원자번호 77번인 이 금속은 ‘공룡이 왜 멸종했는가?’ 하는 논쟁이 있을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공룡 화석이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지층에는 다른 지역보다 30배나 더 많은 이리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리듐은 운석이 떨어진 곳이나 화산이 폭발한 지역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그래서인지 거대 운석의 충돌이나 대규모 화산 폭발 때문에 공룡이 멸종했다는 근거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실제로 이리듐 때문에 공룡이 멸망한 것일까? 이런저런 학설만 난무할 뿐이지 공룡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수만 년이 지난 1999년 지구상에 존재하던 또 다른 거대한 공룡은 이리듐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1989년‘모토로라(Motorola)’라는 거대 통신기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세계 47개국의 통신사를 끌어들여 50억달러가 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상 800km 저궤도에 77개의 통신위성을 쏘아 전 세계를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는 위성통신 서비스 프로젝트였다. 이리듐 서비스의 상업적 성공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 휴대전화와 PCS 서비스가 순식간에 아날로그 시장을 대체해 버렸다. 기존에 있던 지상 기지국을 이용해 다른 나라에서도 음성 통화가 가능한 로밍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모토로라는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이었다. 결국 90억달러까지 늘어난 돈을 투자한 프로젝트는 99년 출시한지 1년만에 단돈 2,500만 달러에 매각되고 말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신사업을 시작할 때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반드시 해봐야 한다. 1) 신사업 진출에 실패했을 때 모기업까지 타격을 받지는 않을까? 2) 실패 시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빠져나올 방안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차라리 기존 사업에 더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철수 계획의 핵심은 신사업이 실패하는 경우 투자한 돈을 얼마나 회수해 빠져나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000년대 초 이랜드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하던 카르푸를 인수해 할인점사업에 뛰어들었다. 1조 7천억원에 달했던 막대한 인수 비용이 당시 회사의 재무상태로는 감당하기 어렵지 않냐는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자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인수하자마자 심각한 노사분규로 몇 년을 시달린 끝에 2008년 결국 업계 3위였던 테스코에 사업을 매각하고 할인점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이 업체는 비록 신사업 진출에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노사분규로 큰 곤욕을 치러 기회비용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조 2천억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 덕분에 이 회사는 명목적으로는 투자금 이상을 회수할 수 있었다.

‘철수계획’과 함께 ‘망하는 계획’에 들어가야 하는 핵심사항은 ‘퇴출기준’이다. 기업은 신사업 진출 시 몇 년 간 얼마만큼 지원을 해주겠다는 인큐베이션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와 함께 기업이 희망하는 도전적인 목표도 수립한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퇴출 기준은 세우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신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는 퇴출 기준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5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5년 내로 매출 5,000억원과 영업이익률 10퍼센트를 달성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5년이 지난 후 최소 매출 500억원에 손익 분기점에도 도달하지 못한다면 매각이나 청산을 한다는 퇴출 기준도 사전에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퇴출 기준이 없다면 신사업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 사업에서 자원을 빼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무한지원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모기업까지 동반 부실로 무너질 위험도 커지게 됨은 물론이다. 이제부터 신사업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망하는 계획을 먼저 세워보도록 하자. 실제로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망할 것에 대한 계획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우창 HSG휴먼솔루션그룹 소장 프로필>

현)HSG 휴먼솔루션그룹 경영전략연구소 소장

IGM 기업교육본부 부본부장

한국능률협회 컨설팅 (KMAC) 전략그룹장

(주)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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