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검사환경 구축에 올인"

엄용기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기술이사

우리나라는 승강기가 설치 된지 100년(1910년 조선은행)이 넘었지만, 자체기술로 승강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 안팎이다. ‘80년대부터 급속도록 성장한 국내 승강기 산업은 현재 43만대가 운행 중이고, 매년 2만5천여대 가량이 신규로 설치되고 있다. 이 분야에선 세계4위의 설치강국에 해당된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 비해 시장상황은 적잖은 고민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토종기업들이 오티스나 티센, 미쓰비시, 쉰들러 등 외국계 기업에게 인수합병 됐고, 80%이상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하청에 의존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은 관련 산업이 건실해야 한다. 기업들이 양질의 제품을 만들고 투자를 해야 사고도 줄일 수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처지도 비슷하다. 내년이면 만으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지만 외형적인 성장에 비해 다방면의 전문성을 가진 기술인재 육성과 선진화된 기술경영 부분은 손질할 게 많다. 특히 승강기 증가에 따른 검사인력 충원은 공공기관의 슬림화를 추구하는 정부 정책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기관의 기술경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원 임명권자인 김남덕 승관원장은 엄용기 전임 선진화전략실장을 기술이사로 선임했다. 누구보다 승강기 산업과 조직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자체이사로 선임 된 것은 기업과 기관에도 던지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 엄 이사는 ‘84년부터 9년간 LG산전(OTIS 전신)에서 잘나가는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 ‘92년 승관원의 원년 맴버로 입사했다. 그동안 ▲부산지원장 ▲기술부장 ▲기술안전본부장 ▲선진화전략실장 ▲한국승강기안전엑스포추진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13일 승관원 대회의실에서 엄용기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기술이사를 만나 취임 소감과 앞으로 계획 및 포부에 대해 들었다. 승관원 창립 20년만에 최초로 내부 승진한 엄 이사는 "인재경영을 필두로 스마트한 검사시스템에 구축에 주력하는 한편 취약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해외사업 등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무엇보다 승강기공업협동조합 등 5개 협단체와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다음은 엄용기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기술이사와의 일문일답.

 

먼저 승관원 창립 20년만에 최초로 내부승진으로 기술이사에 취임했다. 소감이 어떤가?

-200통이 넘는 축하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일반기업과는 달리 공공기관에선 내부승진으로 임원이 된다는 것이 사실 힘든 일이다. 특히 이사로 취임하기 위해 인사실에 사표를 제출할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 어깨가 무겁다.

 

취임사에서 다양한 전문기술인력 육성을 강조했는데?

-현재 우리기관은 85%가 넘는 직원이 기술직이다. 승강기 검사업무가 기관의 주요사업이다 보니 일반 행정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직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분야별 전문화된 기술인재 육성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미래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진화에 따른 분야별 전문화된 기술인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앞으로 승강기 분야 말고도 전기, 전자, 기계, 소방,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진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건축물이 고층화 및 대형화되는 추세에서는 더욱 그렇다. 앞으로 급변하는 승강기 기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인재 확보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이해관계자인 협단체와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복안이 있다면 말해 달라?

-현재 국내엔 승강기공업협동조합 등 5개 협단체가 활동 중이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이해관계자와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모두가 소통의 부재에서 생긴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난 따로국밥보다는 비빔밥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이해관계는 때론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냥 뒤통수를 내줄 생각이다. 우리기관이 지속가능한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이나 협․단체와의 신뢰적 상생협력이 절실하다. 조만간 이해관계자들과 협력 할 수 있는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 다함께 대한민국 승강기 산업과 안전인프라를 위해 서로 고민하고, 울고 웃는 ‘롤모델’을 만들어 보이겠다.

 

수익구조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사업 확대 방안은?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승강기 안전관리를 위한 독립법을 갖고 있는 나라다. 승관원도 단일 승강기 검사기관으로서는 세계 최대의 규모다. 지난 3년간 우리원은 세계최대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몽골, 베트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5개 국가와 기술과 정보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몽골과는 두차례에 걸쳐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과는 실무협의체도 구성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우수한 승강기 안전관리 경험과 기술을 살려 나간다면 국제적으로 승강기 안전에 대한 기술표준이나 검사, 감리, 진단, 전산, 홍보, 교육, 사고조사 등에 대한 리드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시작단계지만 해외사업은 우리기관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원조 공여국가로서 대외적 책임을 다하는 한편, 국가 브랜드 가치상승에도 상당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IT시대를 맞아 새로운 검사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고 본다.

-가파른 승강기 증가는 검사인력의 충원으로 이어졌고, 이는 당분간 지속될 수 밖 게 없다. 그러나 검사인력에 대한 파이(π)를 무한정 키워나갈 수는 없는 게 지금의 고민이다. 따라서 첨단화된 장비를 도입하고, ‘인력 의존형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급변하는 미래환경에 대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IT 강국이다. 이 같은 환경을 충분히 살려 ‘스마트(Smart)한 검사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생각이다. 반드시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미래지향적인 검사시스템을 만들어 내겠다. 지난 30년간 이쪽 분야에서 일해 온 노하우를 모두 쏟아 붓겠다.

 

취약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기관의 태생법인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제15조의3에는 “승강기로 인한 위해를 방지하고 승강기 안전관리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을 설립한다”고 조문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검사수수료만으로 목적사업을 수행하다보니, 대국민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홍보, 정보전산, 연구조사 등의 사고예방을 위한 목적사업을 수행하기란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검사수수료에서 일부를 떼어 편성된 지금의 목적사업 예산을 갖고서는 늘 한계에 부닥치는 것이 우리기관의 자화상이다. 특히 타기관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한 홍보예산은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정부의 경영평가단은 우리기관을 검사기관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기관이 세계적인 승강기 종합전문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창립당시 직원이 100여명이 조금 넘었는데 지금은 정원만 500여명에 이른다. 검사수수료에만 의존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졌다. 재임기간동안 우리기관이 가진 장점을 이용해 재무구조에 대한 안정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제 우리가 수행하는 대국민 승강기 안전은 승강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에서 강도 높게 요구하는 탁월한 경영성과를 내고, 상위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목적사업 수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중책을 맡아 어꺠가 무거울 것 같다. 앞으로의 각오와 포부에 대해 설파해 달라.

-임원이 되고나니 우리기관이 진정 가야할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기관은 공공기관이면서도 승강기 검사물량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하고 95%의 수익은 검사수수료로 충당하고 있다. 대부분 정부기업이 독점이나 과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데 반해, 타 기관과 경쟁하는 구조다. 반면 검사수수료는 지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한 수준이다. 그간의 물가 상승분을 따지만 오히려 내린 셈이다. 또 승강기 증가로 인해 직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정규직 한명을 늘리는 것도 늘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덩치를 키워왔던 많은 국가기업들이 그랬듯이 이대로 가다가는 기관 전체가 위기에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지만 지금의 아날로그식 검사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미래설계가 힘들다. 스마트 검사에 대한 절실함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검사에 대한 동선을 최소화하고 업무절차를 간소화하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와 인력운영, 인사, 행정, 경영기획, 정보시스템 등도 새로운 환경변화에 걸맞게 미래지향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새로운 생각과 사람들로 새로운 기관의 미래를 만들어 보겠다. 지켜봐 달라.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