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 “고추가 가장 매울 때가 언제 일까요?” 언젠가 TV대담 프로그램에서 작가 이외수 선생이 한 질문이다. 고추를 빠서 고추가루로 먹을 때,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을 때…… 생각만해도 입이 맵다.

언제 일까? 그는 말했다. “고추가루가 눈에 들어갔을 때!” 상상만 해도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어서 물었다. “그것보다 더 매울 때는 언제 일까요?” 아니, 고추가루를 눈에 집어 넣으면 됐지, 또? 궁금증이 밀려왔다. 뭐라 말할까?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답을 청했다. “내 아이의 눈에 고추가루가 들어갔을 때입니다.” 눈가에 물이 고였다. 눈이 아파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다. 마음이 아파서 고이는 눈물이다.

 

진정으로 바라본다는 것!

진정으로 바라볼 때 그 마음과 하나가 된다. 시인은 ‘되어 보기’의 천재들이다. 자세히 오랫동안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되어보게 된다. 삼라만상이 바라보기와 되어 보기의 대상이다.

‘서울 시’라는 단편 시집이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공감 시인으로 등극한 하상욱씨. 그의 시는 간명하다. 그래서 명쾌하고 유쾌하다. 통쾌하면서 경쾌하다. <생각의 차이일까? 오해의 문제일까?> ‘미용실’ 中에서 <짧은 순간, 많은 생각> ‘모르는 번호’ 中에서, <바쁜 거니? 나쁜 거니?> - ‘이따 전화할 게’ 中에서, <진짜 싫은데, 자꾸 끌리네> - ‘막장드라마’ 中에서. 되어 보기는 대상의 본질을 깊이 바라볼 때 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언젠가 장애인 체험을 하는 비장애인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비장애인들이 눈을 안대로 가리고 지팡이를 짚고 걷는 모습,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나서는 모습. 처음에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우며 재미있어 한다.

하지만 휠을 밀다 보면 어느새 팔이 아파온다. 낮은 턱을 만나거나 약간의 경사만 있어도 아주 난감하다. 안대를 한 채 지팡이를 짚고 가다 보면 여기저기 부딪히기 시작한다. 사방이 온 통 지뢰밭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낭떠러지에 선 느낌이 들 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고 했다.

 

온전히 되어본다는 것!

그들의 입장에서 온전히 그들이 되어 본 것일까? 비장애인들의 체험은 잠시 불편함의 경험일 뿐이다. 비장애인들은 잠깐 동안의 장애인 체험을 통해 몸의 불편함만을 경험하고서 호들갑을 떤다. 정녕 몸이 아닌, 마음의 불편함은 느끼지 못한 채.

생각해 보았는가? 장애우들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온전히 감당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그들을 향한 세상 사람들의 차가운 눈길, 불쌍한 시선, 비하의 언어, 인간적 차별 등 온전히 되어 보기 위해서는 나와 그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문득 헬렌 켈러의 명언이 떠오른다. “시각장애보다 더 불행한 것은 시력은 있지만 비전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긋이 두 눈을 감았다. 비전을 바라보고 온전한 내가 되어보기 위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아~ 이래서 기도할 때 눈을 감는구나.’ 작은 깨달음의 순간이다.

눈을 감을 때 나의 세계가 보인다. 눈을 떴을 때 그들의 세상과 만난다. 나에게는 꿈만 같았던 시간들이 있다. 꿈이었으면 하는 순간들도 있다. 자,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수고 많았던 나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 보자. 그리고 밝아오는 2018년에는 진정으로 바라는 것들이 온전히 되어 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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