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여성들을 부르르 떨게 한 ‘그것!’... 그 위대한 탄생 실화!

 

'히스테리아' 포스터
'히스테리아' 포스터

[CEONEWS=김영란 기자] 20128월에 개봉한 영화 히스테리아’. 이 영화를 보게 되는 호기심의 출발은 포스터에 적혀진 다소 선정적인(?) 문구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용 자위기구 바이브레이터(vibrator)’ 탄생비화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여성의 자위라는 부분을 다루고 있기때문에 광고나 홍보를 할 수 없었고 개봉관 또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영화 속 내용을 보면 그 흔한 노출신이나 정사신은 한 장면도 없다. TV보다 성인물 수준이 낮아 어쩌면 알싸한(?)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작품이다.

(스틸컷=네이버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바이브레이터’, 이성과 본능 사이

19세기 영국이 배경이 된 이 영화는 억눌리고 욕구를 표현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여성에 대한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 여성에 대한 저급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 당시 히스테리아는 정신병의 일종으로 심하면 정신병원에 보내거나 자궁까지 적출 당하는, 여성에겐 끔찍스런 중증의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실상은 갇힌 실내에서의 집안일과 남성위주의 불만족스런 성관계에서 오는 욕구불만이었던 것을, 병으로 생각하고 상류층 부인들을 수동적(?)인 방법으로 욕구를 해결시킴으로써 어느 정도 치료됐다며 만족해 하는 의사의 모습은 다소 코믹스럽기까지 하다.

시대의 흐름과 명석한 관찰의 눈을 가진 청년의사 모티머 그랜빌은 원시적으로 치료하고 예방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의술에 반기를 들다 근무했던 여러 병원들에서 쫓겨난다. 이러한 부분들은 위대한 선서를 통해 의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진료하지 못하는 그의 의사로서의 정체성에 회의감을 품게 만든다.

(스틸컷=네이버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여러 번의 거절 끝에 찾아간 곳은 주로 상류층 여성들의 히스테리아를 치료하는 곳이었다. 병원장의 치료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가 튀어 나오게 한다. 물론 히스테리라는 부분이 그 당시엔 심각한 병으로 취급됐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심각성에 비해 치료법이라는 것이 상당히 원시적이고 심지어 장난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다.

실제로는 치료라는 미명 하에 자신의 성적불만족을 의사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또 시간을 두고 상습적(?)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예약을 다투는 상류층 여성들의 모습은 본능과 이성에 대한 묘한 엇박자적인 느낌을 준다.

병원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그랜빌의 손 또한 혹사로 인해 마비가 오고, 친구가 발명해 낸 먼지떨이용 기계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규칙적이고 효과적인 기구를 만들어낸다. 대박! 그가 만들어낸 기구는 시대적 혁명이었다. 치료용에서 보급용까지!

(스틸컷=네이버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기구가 아니라 여성에 대해 말하는 영화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단순한 성적욕구 불만이나 바이브레터의 탄생기에만 있지 않기에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더욱 새롭다. 병원장의 큰딸인 샬롯 댈림플의 시대를 앞 선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 상류층에게 주어진 기득권에도 불구하고 소외되고 유린당하고 있는 빈민층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 그녀의 발언들은 현재와 다른 과거라는 시점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쾌감과 의지의 마음까지 품게 한다.

의학이라는 것, 발달된 문명이라는 영역에서 어떠한 인간도 소외되어서는 안 되며 궁핍하고 버려진 이들도 보살피고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의식이 느껴진다. 역시 복지강국 영국답다는 생각이 든 건 혼자만의 생각일는지...

(스틸컷=네이버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다소 밋밋한 스토리지만 장면 하나하나가 주는 소소한 재미와 웃음코드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억눌리고 금기시되던 여성의 성이라는 부분을 통한 여성의 사회적 권리, 사회적 인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영화.

세기가 달라지고 남녀차별없이 세상이 뒤집어진 상황이라지만 아직 서로가 극복하고 넘어야할 장벽들은 많다. 특히 섹스리스 부부가 늘어간다는 요즘의 통계를 볼 때 언어적 소통뿐만이 아니라, 육체적 소통 또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느끼게 된다. ‘자위기구탄생기이면서도 사회적이고 인권적인 부분까지 믹싱된 이 영화는 단순한 기구가 아니라 여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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