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 변호사

보건·의료 분야를 주된 업무분야로 하는 로펌에 근무해 오면서 많은 의사들을 만나왔다. 첫 개원을 준비할 때 개원컨설팅부터 시작해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찰서도 같이 가고, 직원과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노동청 사건도 함께 대응했으며, 병원 확장 타이밍이 됐을 때 의료법인 전환도 함께 검토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병원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 매출과 수익이 안정화되는 단계에 이르면 함께 여가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병원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 무렵이 되면 성향에 따라 사업 확장을 고민하는 원장들이 있다. 2호점을 생각한다거나, 아예 네트워크 사업을 해보고 싶다거나, 화장품이나 의료기기 개발 등에 뛰어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을 고민한다.

담당변호사로서는 과감한 투자와 확장, 새로운 사업으로의 진출 과정에서 법률 해석 문제와 각종 분쟁들이 다이나믹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의료 소송이라는 한정된 영역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업무를 취급해볼 수 있다.

오늘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원장들을 위해, 병원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법률적 쟁점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거대 자본의 유치, 사실상 영리 병원

우리 의료법 제33조는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를 의료인,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주체에 대한 제한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비의료인과 영리법인이 병원을 설립할 수 없다는 점인데, 이 조문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주식회사 등 영리법인이 병원에 자본을 투자하는 ‘영리병원’이 금지된다고 평가받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자본가들의 병원에 대한 직접 투자도 금지된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 그리고 남다른 경영능력에 비추어보면 7층짜리 통건물을 매입해서 적어도 300베드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외부 자본을 투자받을 수 없으니 결국 내 돈으로 건물을 사거나 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선택의 폭이 작아진다.

이럴 때 자본조달형 MSO(병원경영지원회사, Management Services Organization)를 고려해볼 수 있다. 병원의 경영, 마케팅 등에 특화된 사람들이 모여 주식회사(MSO)를 설립하고, 주식회사를 통해 투자를 유치한다. 그리고 병원은 MSO로부터 각종 경영 지원을 받고, 건물을 가진 MSO로부터 공간을 임차하여 병원을 운영한다. 그렇다면 의사로서는 사실상 외부 자본을 유치하여 병원을 확장할 수 있고, 외부 자본가들 입장에서는 의료법을 우회하여 병원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본조달형 MSO는 어디까지나 불법이고, 이런 방식으로 병원을 설립하면 의료법이 금지하는 사무장병원 또는 의사와 비의료인간의 동업에 해당할 수 있다. MSO가 어느 수준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지분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병원에 관여할 수 있을지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이는 우리 의료법 입법자가 금지하고자 한 ‘영리병원’과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에 신중한 법률적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 사례를 보자. 바이오 분야의 제약사가 임상시험 등을 위해 의료기관을 설립하고자 할 때, 마침 병원을 확장하고자 하는 야심만만한 의사를 만나 의기투합했다. 제약사가 돈을 대서 병원 건물을 마련했고, 의사는 이를 임차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제약사에서 마련해준 의료장비와 각종 보조인력들이 병원을 채웠고, 초창기에 병원이 자리잡기 전까지는 원장의 월급도 보전해 줬다.

의사 입장에서 제약사는 외부 투자자들일 뿐이고, 이 병원은 내 병원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투자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간섭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결국 법정 다툼까지 이어졌다.

이 병원이 내부 제보로 법정까지 갔을 때, 사무장병원 이슈를 피해가고,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을까? 아니, 쉽지 않을 것이다. 둘 사이의 관계는 첫 단추부터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저 구조에서 몇 가지는 필수적으로 바꾸었어야 했다.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서라도 말이다. 의외로 많은 병원이 간단한 것들을 놓쳐서 의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곤 한다.

자본조달을 위한 MSO 설립은 대체로 위법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MSO가 투자를 받는 것이 다 불법인 것은 아니다.

수평적인 확장, 네트워크 병원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 전에는 “컨설팅”, “간판사용료”,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네트워크 병원 원장들로부터 매달 돈을 수금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 도입된 이후로는 MSO를 통하지 않고서는 네트워크 병원의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네트워크 병원을 해보고자 하는 의사들의 목적은 다양할 수 있다. 나만의 진료 노하우를 널리 퍼뜨리고 싶을 수도 있고, 내가 만든 브랜드와 로고를 전국 병원 간판에 새겨넣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1개 병원을 운영할 때보다 더 큰 수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전혀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 병원을 하려면 MSO가 각 지점으로부터 어떤 명목으로 수금을 할 수 있을지, 그 명목과 실질적인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빈번하게 들어오는 상담 중에는, 본인이 네트워크 본점(MSO)과 체결한 계약이 불공정계약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분원 원장들의 사례가 참 많다.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는데, 매번 유니폼을 새로 맞춘다고 돈을 따로 걷어가고, 공동구매를 한다면서 내가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더 비싸게 공급하고, 처방을 지정해주는 경우도 있으며, 경영 컨설팅을 해준다면서 실제로 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경우도 있다. 다 실제로 상담하면서 들은 이야기들이다. 위 사례들을 몇 개만 조합하여 주장한다면, MSO와 분원과의 계약은 단박에 무효로 만들 수도 있다. 그만큼 법률적인 안정성이 많이 떨어지는 계약이다.

변호사로서 네트워크 병원 설립 자문업무를 맡게 되면, 본원 원장 및 MSO 관계자들과의 미팅, 계약서 초안을 주고받는데 적어도 10시간 이상의 work-time이 소요된다. 그만큼 조율할 것도 많고, 민감한 부분도 많다는 말이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병원컨설팅 업체들이 작성해준 계약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사업으로의 진출

외국의 Drug store 와 비슷한 컨셉의 대형 화장품 매장에 들어가면, 의사가 개발에 참여한 Dr. 시리즈의 화장품들이 매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마스크팩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한 병원은 회사를 상장시켜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함께 사업을 하자고 꼬드기는 사람들이 많다. 병원 이름과 브랜드를 화장품과 접목시키고, 의사의 공신력을 이용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팔아보자는 것이다.

이런 사업에 진출하고자 할 때에는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할까? 먼저 짚어봐야 할 부분은 이 사업으로 인해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이다. 단순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유통 법인의 지분을 취득한 것만으로는 아무런 수익을 올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상장까지 가지 않는 이상, 그냥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브랜드에 관한 지식재산권의 귀속, 수익 배분 구조 등에 대해 신중히 따져보고 동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병원에서 제품을 판매하거나 의사가 홍보에 관여할 때 전문의로서 그 효과나 효능을 보증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뉴스 기사를 검색해 보면, 병원에서 아토피, 지루성 피부염, 건선 등 의약적 효능ㆍ효과를 표방해 판매되는 화장품류를 단속한다는 기사가 정기적으로 나오고 있다. 사실 병원에서 화장품 등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의사가 추천한다는 공신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인데, 정작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굉장히 곤란하고 어려운 문제다.

현재도 자문변호사로서 한의사가 만든 다이어트 관련 식품, 의사가 개발에 참여한 건강기능식품 등의 광고 문구를 검토하고 있는데, 식품 분야 광고 규제가 까다로워서 문구의 선택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위법한 광고로 단속되면 매출에 비례한 과징금이 부과되어 큰 손해를 입게 될 수 있다.

오승준 변호사
오승준 변호사

합법적인 사업

가끔 “법 다 지키고 세금 낼거 다 내면 돈을 벌 수 없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십분 공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을 잘 알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 법을 모르는 사람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건, 관련 법률을 체크하고 전문가와 상의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여러분들의 사업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오승준 변호사 프로필>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스포츠)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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