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천년에너지를 품은 석탑과 아날로그 감성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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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천년에너지를 품은 석탑과 아날로그 감성의 만남
  • 하윤나 기자
  • 승인 2020.08.10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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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모 사진작가

 

양현모 사진작가
양현모 사진작가

 

[CEONEWS=하윤나 기자] 필름카메라는 솔직하다. 디지컬 사진처럼 이리저리 조작할 수 없다. 필름 특유의 색감, 수정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추억을 담아내는 아날로그 감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탑에 관해서는 최고의 아날로그 사진작가로 유명한 양현모 사진작가. 최고의 아날로그 사진작가와 한국 문화가 담긴 최고의 피사체인 천년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품고있는 석탑의 만남. 그 매력을 탐구하기 위해 양현모 사진작가를 만나보았다.

 

이태리의 감성을 지닌 양현모 사진작가의 석탑 작품에서는 클래식한 건축미학이 도드라진다. 일리커피가 한국에 수입되기도 전부터 이태리에서 일리커피를 직접 들여와 자신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스불로 직접 커피를 타주고 했다는 그의 사진작품에는 이태리의 고전미학이 묻어난다. 수억원을 받았던 스타 사진작가 시절보다 클라이언트 없이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자기가 원하는 방법대로 찍는다는 아티스트인 지금이 더 행복하다며 순수한 웃음을 짓는 양현모 사진작가. 그의 트레이더 마크와도 같은 일리커피를 함께 마시며 그의 사진작품의 주제인 석탑에 대해 대담을 나누어보았다. 다음은 기자와의 일문일답.

 

신복사
신복사

 

Q.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비(Rain)·이나영·송혜교 등 유명 연예인들 사진을 찍었던 스타 사진작가로 유명하신데요. 갑자기 사람 대신 석탑을 찍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요?

이태리 유학 시절, 오래된 유적을 촬영하면서부터 늘 생각했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스 하면 파르테논 신전이 떠오르고 이집트하면 피라미드가 떠오르고 로마하면 콜로세움이 떠오르듯, 해외의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를 수 있는 한국만이 가진 아름다움이나 문화에 대해서 고심을 많이 했었어요. 가장 한국스러운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위해 전국을 여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9, 경주로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오게 된 게 검은사지 3층 석탑이었어요. 해질무렵 폐사지에서 검은사지 3층 석탑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 멋지다라고 탄성이 입밖으로 나오더구요. 어떻게 그 자리에서 천년을 버텨왔을까? 라는 감탄사와 함께요. 석탑이 뿜어내는 웅장한 에너지와 감동에 일정에 있던 다른 여행지로 떠나지 못하고, 근처로 숙소를 잡고 하루를 더 머물렀어요. 다음날 아침 일찍 카메라를 다시 들고 검은사지 석탑 3층을 찾았어요. 제 마음을 울렸던 그날의 감동을 잊지못하고, 그 때부터 석탑 본연의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Q. 탑을 찍는 양현모 사진작가님만의 방법도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고대의 예술가들이 오랫동안 만든 예술품을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하신다고요.

국내에 100대 이내 밖에 존재하지않는 빈티지 엔틱 아날로그 카메라로 석탑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하시는 분도 전국에 몇 분 안될 거에요. 아날로그 카메라고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필름을 석탑 촬영에 사용했어요. 인위적인 조작이 들어가지않은 석탑 본연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모든 탑의 디테일이 살아있도록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Q. 탑 사진 촬영을 위한 장비 준비만도 1년이 걸리셨는데요. 모티브를 얻으신 촬영기법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석탑 촬영기법을 우리나라의 고전적인 초상화 기법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촬영했습니다. 조선시대 초상화의 지향점은 전신사조(傳神寫照)’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정신을 그려내는 것으로 형상을 통해 정신을 전하기 위해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일 점 일 획이 어긋남이 없이 정성을 들여 정확하게 그리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저도 석탑을 만들었던 그 시대 조상들의 정신을 형상화하여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해, 탑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탑의 모습을 한치의 왜곡도 없이 표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었습니다.

 

황금석탑
황금석탑

 

Q. 탑의 모습을 왜곡 없이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석탑을 촬영하는 시점입니다. 우리나라에 석탑을 촬영한 사진은 많지만, 자세히 사진을 관찰을 해보면 대부분 탑을 우러러보거나 밑으로 보고 있어요. 게다가 주변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 석탑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반면, 저는 천년이 넘는 역사를 버텨온 웅장한 에너지를 지닌 석탑이 가진 아름다움 그 자체에 가장 포거스를 두고 싶었어요. 사람이 눈으로 봤을 때 석탑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촬영 시점부터 탑의 정중앙의 위치를 촬영하여 렌즈와 거리에 의한 왜곡을 없앴습니다. 탑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사진을 촬영하는데요. 이러한 사진 작업을 위해서 탑이 있는 산까지 500kg에 이르는 장비를 운반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5 - 6번이나 비가오나 눈이오나 촬영을 나가곤 했습니다. 장인 정신이 없다면 이런 사진 촬영 작업은 불가능하지요. 남들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정성이 들어가냐고 놀라워하곤 하지만, 저는 어떻게하면 더 어렵게 더 힘들게 찍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며 사진작품이 탄생하기 위한 인내의 과정 자체도 즐겼습니다. 공든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옛 속담이 있듯, 최고의 석탑 사진을 촬영하기위해서는 최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생각했던 것 같아요. 최고급의 재료만을 쓰며 온전히 탑의 에너지를 담아대는데 집중했습니다.

 

Q. 오로지 자연광에만 의존한다고 들었는데요.

인위적인 조명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어요. 해의 움직임을 통한 내추럴한 자연광으로 사진작품을 촬영했습니다. 빛의 각도부터 원하는 빛이 비치는 시간까지, 이를 놓치게 되면 며칠 동안 기다려야 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3~4시간 동안 장막을 설치하다 해의 위치가 달라져 원하던 조광(照光)을 놓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Q .대기업 회장님이나 CEO분들이 양현모 사진작가님 작품을 소장하신다고 들었어요.

사진도 판화와 같이 Edition이 있는데요. CEO분들께서는 Edition 넘버가 들어간 사진작품을 소장 하십니다.

 

Q. 앞으로 개인적인 소망이 있으시면 무엇일까요?

지난 30년동안 사진만 찍어왔습니다. 아티스트로서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사진 작품 활동으로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1500여년 전 신라시대 토우(흙으로 만든 인형)가 현대인의 장난감 레고를 융합한 작품도 그런 일환이에요. 덴마크와 한국의 수교 60년을 맞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도 제 사진작품이 전시되기도 했었죠. 한국의 미를 살린 문화재를 저만의 아티스트 감성으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라나는 제 아이들을 보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멀리 있는 산이나 절에 가지 않고도 사진을 통해서 한국의 천년 역사의 에너지가 흐르는 석탑의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지난 10년간은 작품에만 온전히 집중했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석탑 사진을 찍기 위한 생각만이 제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죠. 이제는 제 작품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석탑의 아름다움을 알았으면 하는게 제 개인적인 소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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