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상태바
[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 엄금희 기자
  • 승인 2020.05.24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길동이 펼치는 세상, 증세와 국민 부담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코로나19 사태 대응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재정 지출을 시행하고 있어 증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증세는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새삼 사회와 경제적 모순을 비판한 조선시대 대표적 걸작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소설인 '홍길동전'이 생각난다.

​홍길동이 펼치는 세상과 지금의 경제 상황이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홍길동은 누구인가? 홍길동은 적서 차별에 반대하면서 자신의 신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집을 나온 뒤, 의적이 되어 활빈당을 조직한다. 탁월한 무예와 도술로 전국 곳곳에 나타나 빈민들을 돕고 못된 탐관오리들을 응징하자 나라에서는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결국 왕은 그에게 병조판서 자리를 주고, 나라는 안팎으로 평안을 되찾는다. 이후 홍길동은 해외로 나가 율도국의 왕이 된다.

​우리가 읽었던 '홍길동전'이다. 이 소설에는 당시 사회의 각종 문제가 잘 드러나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능력이 있어도 벼슬길이 막히는 서자, 백성들의 세금으로 자신들의 창고를 채우는 탐관오리, 배가 고파 도적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백성들 등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홍길동은 율도국을 세워 스스로 왕이 되는 결말로 당대 사회의 모순을 척결하고 새로운 이상향을 만들고자 하였다. 홍길동을 들여다보고자 한 이유는 증세의 국민 부담, 세금이다. 당시의 조선이나 지금의 대한민국이 세금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고용안전망, 사회안전망 전체를 확충하기 위해서 재정건전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지만 매년 예산 균형을 맞춰 가는 것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과감하게 펼쳐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재정을 확장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경상 GDP를 빨리 본궤도로 회복시키고, 재정건전성 회복은 중장기적으로 이뤄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국제기구들이나 경제학자들의 일반적 컨센서스이다. 증세 문제는 세금 부담이란 측면에서 쉽게 결론 내릴 것은 아니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기획재정부에서 급증하고 있는 정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증세를 거론하고 있다. IMF는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3%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 보호 기금 마련 방법으로 연대특별세를 활용해 소득과 부동산, 부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재정 여건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세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도 우리나라 1인당 국민 부담액은 1000만 원을 넘었다. 1인당 국민 부담액은 국민 한 사람이 내는 세금과 각종 강제성 연금 및 보험료 부담액을 합한 개념이다.

​우리나라 연도별 국세, 지방세, 사회보장 기여금 납부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인당 국민 부담액은 1014만 1000원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지난해 조세수입은 얼마인가? 384조 8000억 원이다. 국세가 293조 5000억 원, 지방세가 91조 3000억 원이다.

4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과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기여금과 보험료로 구성된 사회보장 기여금은 지난해 총 139조 6000억 원이었다.

​조세수입과 사회보장 기여금 두 가지를 합친 총 국민 부담액 524조 4000억 원을 지난해 인구 수 5170만 90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국민 부담액이 1014만 1000원으로 산출된다.

​1인당 국민 부담액은 해마다 증가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2013년 688만 5000원, 2014년 720만 원, 2015년 771만 5000원, 2016년 841만 1000원, 2017년 906만 3000원, 2018년 981만 7000원 등이다.

​지난해에는 증가율이 예년과 비교해 완만했다.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 실적이 부진한 탓에 한동안 급증하던 세수가 전년과 비슷하게 걷힌 영향이다. 국민 부담액을 국내총생산, GDP로 나눈 국민부담률은 지난해 2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부담률은 2013년 23.1%, 2014년 23.4%, 2015년 23.7%, 2016년 24.7%, 2017년 25.4%, 2018년 26.8% 등으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증세가 아니라도 국민 부담액과 국민부담률이 빠르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준조세 성격의 사회보장 기여금이 국민부담률과 1인당 국민 부담액을 높이는 주요인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복지 수요도 커지면서 사회보장 기여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만 보더라도 건강보험료율은 3.2% 올리고, 장기 요양 보험료율도 10.25% 인상하였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고용보험 기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고용보험을 비롯한 각종 기금의 재정수지로 증세가 이뤄지면 국민의 세금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다.

​국민부담률의 경우 충분한 경제성장이 뒷받침되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성장이 부진한 상태여서 적지 않은 국민 부담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잇따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해 재정지출을 급격히 늘렸다. 이로 인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40%를 훌쩍 상회했다.

​뿐만 아니라 다음 달 초 제출할 예정인 3차 추경 규모를 두고 40조∼50조 원 수준으로 충분하게 편성하려 한다. 이로 인한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적자국채의 추가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복지 등 재정지출 확대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세입 확충과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증세에 대해 국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증세가 현실화할 경우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허균의 '홍길동전'은 당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하며 태평성대를 꿈꾼다. 현실의 경제 또한 태평성대를 꿈꾼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KDI 역시 지난 20일 올해 경제 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대응과 복지 지출 등으로 인해 재정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도 '혁신적 포용 국가 미래 비전 2045'에서 "법인세 세율 상향과 단순화, 부가가치세 강화 등으로 조세 부담률을 4∼5% 높여야 한다"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증세가 경기에 미칠 부담을 우려하며 감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증세만이 능사가 아니란 점도 챙겨 볼 일이다. 경제 난국 극복을 위해 재정 지출 확대보다 감세와 적극적 통화정책도 고려해 볼 만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부담에 영향을 미치는 증세와 감세란 세금 문제에서 정확한 처방이 결정되면 언제 실물 경제가 숨이 트일지 시간과의 싸움에서 걱정이 태산이다. 태평성대 홍길동의 이상향인 율도국이 될는지 고민이 늘어나는 것이 경제와 세금이다.

​엄금희 논설주간 hankookceo@ceomagazine.co.kr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