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사사례를 통해 본 코로나19의 영향 예측
코로나 19의 경우 지속기간, 경기침체로의 전이 가능성이 변수

 

코로나 19의 경제적 영향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과거 유사 사례에서 경제와 산업 영향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코로나 19의 영향 예측과 정책 대응 관련 시사점을 분석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 320일 산업연구원(KIET, 원장 장지상)이 발표한 유행성 감염병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유사 사례를 통해 볼 때 업종별 피해 정도에 큰 편차가 존재하고 일부 업종에 피해가 집중되는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서, 정책 대응도 보편적 지원보다는 주요 피해 부문 및 계층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사스(SARS) 주요 발병국인 홍콩, 대만, 싱가폴의 사례와 한국의 메르스(MERS) 사례를 통해 경제와 산업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공통적 특징을 추출했다. 사스 홍콩 사례의 경우 인구당 발병률에서 한국 코로나 19의 약 2, 인구당 사망률은 약 40배에 달하여 홍콩경제에 큰 충격을 미친 바 있다.

2000년 이후에 나타난 주요 유행성 전염병으로는 2002~2003년의 사스(SARS), 2009년의 신종 플루, 2015년의 메르스(MERS)를 들 수 있다. 이 중 확산 정도나 지속기간은 신종 플루가 가장 넓고 길었으나, 신종 플루는 치사율이 낮고 치료약이 존재하였으며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회복기에 발생하여 경제지표상으로는 가시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스는 전 세계적 확산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상기 3국에서 집중적으로 발병하였고 치사율이 높아 이들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쳤다. 메르스 역시 일부 국가에 한정적으로 나타났으나 한국이 주요 발병국이어서 사스나 신종 플루보다 국내경제에 더 큰 가시적인 영향을 미쳤다. 인구당 발병률 및 사망률에서는 사스 홍콩 사례가 가장 높으며, 이 사례는 한국의 금번 코로나19에 비해서도 두 지표 모두 월등히 높다.

사스 홍콩의 경우 인구당 발병률은 한국 코로나19(2020310일 기준)의 약 2, 인구당 사망률은 약 44배에 달한다. 인구당 사망률은 사스 3국 사례가 모두 한국 코로나19보다 높다.

 

 

거시경제에 미친 영향

사스 3국 사례를 보면 2분기에 걸쳐 GDP 성장률 1.2%포인트~2.4%포인트 하락 효과를 보였다. 사스가 주요 발병국인 홍콩, 대만, 싱가포르 3국 경제(이하 사스 3국으로 지칭)에 미친 영향은 이들 경제의 GDP 추이에도 뚜렷이 나타난다.

발병기간인 20024분기~20032분기의 3GDP 성장률이 확연한 둔화를 보이고, 특히 20032분기에는 3GDP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다.

반면 메르스의 한국경제 영향은 이보다 훨씬 작아 GDP 영향은 미미하고 다만 민간소비와 일부 업종에 가시적 영향을 미쳤다. 추세 대비 발병기간의 GDP 성장률 하락 폭은 사스 3국 평균 1.8%포인트, 저점(20032 분기) 하락 폭은 3.3%포인트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홍콩의 GDP 성장률 하락 폭이 2.4%포인트로 가장 컸고, 저점(20032분기)의 성장률 하락 폭은 대만이 3.8%포인트로 가장 컸다.

종료 후 빠른 회복으로 장기 영향은 미미했지만, 사태 종료 이후인 20033~4분기에는 3국 모두에서 사스 발생기간의 성장률 하락 폭을 상쇄할 만큼 성장률이 급반등했다.

저점인 20032분기의 3국 평균 성장률은 2.2%였지만 사태 종료 직후인 3분기 성장률은 5.8%로 급격히 반등했다. 이에 따라 2003년 연간 전체로 본 추세 대비 성장률 하락은 3국 평균으로 분기 성장률 기준 0.1%포인트에 그쳐 장기 영향은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스 사례의 지속기간이 비교적 단기간(3분기 이내)에 그쳐 일시적인 외생적 충격으로 작용하였다는 점에 기인한다. 주요 업종별 영향이나 메르스 한국 사례의 경우에도 이러한 특성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간소비와 수요 측면을 통해 주로 영향

GDP를 구성하는 지출항목별로는 소비와 투자의 하락 폭이 비슷하고 수출은 상대적으로 작은 폭으로 하락했다. 수출 영향이 작은 것은 사스나 메르스가 전 세계적 확산이 아닌 국지적 발발에 그친 점에 기인했다.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투자보다는 소비 충격이 GDP 성장률 하락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민간소비 둔화 폭은 싱가포르가 가장 커서 3.1%포인트였고 사스 3국 평균으로는 2.3%포인트였으며, 메르스 기간의 한국은 이보다 충격이 훨씬 작아 민간소비가 0.2%포인트 하락했다.

3개 지출항목 모두 사태 종료 이후에는 급반등을 보여 장기적 영향은 미미했다. 영향의 경로 측면에서는 관련 선행연구에 의하면 주로 수요측면의 충격을 통해 나타났고, 공급측면의 충격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들 국가의 공급망이 주로 중국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당시 중국경제에의 충격은 제한적이었던데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세부 업종별로는 영향에 큰 편차

세부 업종별로는 충격이 일부 업종에 집중되고 그 외의 상당수 업종은 별다른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점이 특징적이다.

사스 3국 사례의 경우 GDP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쳤고 최대 피해업종은 성장률이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였으나 상당수의 여타 업종은 지표상으로 가시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충격이 훨씬 작았던 메르스 한국 사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업종별로 영향의 정도에 큰 편차가 존재하는 것은 상기 사례들이 전반적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과 유행성 전염병이라는 충격이 갖는 고유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유행성 전염병의 특성상 대면형 서비스에 가장 큰 충격을 미치고, 반면 필수재나 내구재 소비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피해업종의 내용은 공통적으로 음식숙박 등 일부 서비스업에 피해가 집중됐다. 피해가 집중된 이들 업종의 내역에는 상당한 공통성이 관찰된다. 사스 3국 사례의 경우 3국 공히 음식숙박업에의 영향이 압도적으로 가장 크고 이어서 운수업, 유통업의 순으로 영향을 미쳤다. 3국 모두 20032분기에 음식숙박업과 운수업이 비교적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음식숙박업의 경우 3국 평균으로 사스 발병기간의 성장률 하락 폭이 약 12%포인트에 달했고, 저점인 20032분기 성장률은 20%포인트 이상 하락 했다. 가장 충격이 컸던 홍콩의 음식숙박업은 최대 하락 폭이 30%포인트에 달했다.

메르스 한국의 경우 음식숙박업이 큰 타격을 받은 점은 사스 3국 사례와 같으나 보건의료와 문화 및 기타서비스도 주요 피해업종인 점은 특징적이다.

메르스 발병기간의 성장률 하락 폭은 보건의료 부문이 가장 크고 이어서 문화 및 기타서비 스, 음식숙박의 순이며, 저점 기간의 성장률 최대 하락 폭 기준으로는 음식숙박, 보건의료, 문화 및 기타서비스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메르스의 경우 보건의료 분야의 충격이 큰 것은 당시 메르스 발병이 주로 병원 내 감염의 형태로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의료 부문의 발병기간 성장률 하락 폭은 약 2%포인트로 사스 3국 주요 업종의 하락 폭 보다는 훨씬 작다.

충격이 크게 나타난 주요 업종의 경우도 사태 종료 이후에는 성장률이 빠르게 반등하면서 장기 영향은 미미했다. 이는 사스 3국의 경우나 메르스 한국의 경우나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영향 예측에의 시사점

이들 전염병의 공통적인 특징은 단기적 충격, 업종별 편차, 피해업종의 내용 등이다. 위 사례의 공통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충격의 크기와 무관하게 영향이 비교적 단기에 그치고 상황 종료 뒤에는 빠르게 반등 하면서 장기 영향은 거의 미미했다. 이는 상기 사례들의 지속기간이 비교적 짧았다는 점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둘째, 충격이 일부 업종에 집중되고 업종별로 충격의 정도에 큰 차이가 있었다. 사스 3국의 경우 주요 피해업종은 두 자릿수 성장률 하락을 보였음에도 상당수의 여타 업종은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셋째, 주요 피해업종의 내용이 서로 비슷했다. 사스 3국의 경우 공통적으로 음식숙박, 운수, 유통의 순으로 피해가 컸고, 한국 메르스의 경우도 음식숙박업이 주요 충격업종의 하나였다.

 

코로나19 영향 예측 적용엔 일부 차이 유의할 필요

상기 공통적 특징을 이번 코로나19에 적용할 경우 상기 사례와 코로나19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스나 메르스는 국지적 발발에 그쳤지만, 코로나19는 전세계적 확산에 이른 점이 중요한 차이다. 또한 지속기간은 사스나 메르스는 비교적 단기에 그쳤으나 코로나19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코로나19의 영향이 상기 사례처럼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인가는 코로나19의 지속기간과 경기침체로의 전이 가능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확산이 비교적 단기에 진정된다면(금년 상반기 이내), 또 주요국의 경기침체로 전이되지 않는다면, 충격의 특성상 상기 사례처럼 주로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전 세계적인 확산, 최근 세계경제의 취약성 등에 비추어 주요국의 경기침체로 전이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세계경제가 사상 최고의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위험요인이다.

충격의 특성상 코로나19의 경우도 업종별로 피해 정도에 상당한 편차를 보일 것이나, 피해업종의 범위는 상기 사례보다 더 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염병이라는 충격의 특성상 피해가 집중되는 업종이 있는 반면 영향이 미미하거나 일부 수혜 가능성이 있는 업종도 존재한다. 다만 전반적 경기침체로 전이된다면 더 많은 업종으로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경우 전 세계적 확산을 감안할 때 상기 사례와 달리 수출과 제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피해업종의 내용은 과거 사례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충격의 특성상 음식숙박, 관광레저, 운수 등의 서비스 업종이 가장 큰 피해를 보일 것이고 필수재나 내구 소비재 업종은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가 전망되고 있다.

충격의 크기는 현재까지 나타난 확산 정도만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사스 3국 사례에 준하는 단기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세계 경기침체로 전이될 경우는 더 큰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질병의 확산 억제에 자원배분 최우선

상기 유행성 감염병들의 사례로 정책적 대응에 시사하는 바를 살필 필요가 있다.

첫째, 질병의 확산 억제에 자원배분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질병의 확산 억제가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책임을 깨닫고 이를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전시경제체제에 준하는 정부의 행정기능을 통한 자원배분도 동원할 필요하다. 다만 이 경우 가용한 행정자원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행정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염두에 두고 시장기능과의 역할분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실물경제를 위한 경제정책의 경우 경기침체로의 전이를 막기 위한 총수요 부양, 피해업종의 기업과 자영업의 흑자 도산을 막기 위한 유동성 지원, 피해업종 종사자 및 취약계층에 대한 생계 지원 등의 세가지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충격의 특성상 업종별 부문별로 피해 정도의 편차가 클 가능성을 고려할 때, 최근 거론되는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지원보다는 주요 피해 부문과 계층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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