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석학에게 길을 묻다
[CEONEWS 안성열 기자]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물리학, 생물학 등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되는 기술 혁명을 의미한다. 산업 측면에서 살펴보면 공유 경제 및 온디멘드 경제를 이용한 산업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며,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전문 기술직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단순직의 일자리는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달 KAIST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술보증기금과 공동으로 '2017 KAIST 4차 산업혁명 핵심 특허기술 설명회'가 개최되었다. KAIST가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이전 등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기업인을 초청, 대규모 공개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개교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KAIST 신성철 총장은 "이번에 선정된 10대 핵심 특허기술에 대한 기술이전 마케팅을 적극 추진해서 대학의 연구가 경제적 가치창출로 직결되는 기술사업화 혁신의 성공신화를 KAIST가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성렬 기자 asy@ceomagazine.co.kr
‘4차 산업혁명이야말로 우리가 갈 길’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인류사회,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에 다가 오고 있다. 초연결, 초지능, 융복합화의 메가트렌드 속에서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다음은 KAIST 신성철 총장의 개회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향후 발전상과 가야할 길을 들어본다.
50년 후에 펼쳐질 세상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해
4차 산업혁명이 선도하는 변화의 폭과 속도는 지난 250년간의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의 그것에 비해 훨씬 크고 빠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50년 후에 펼쳐질 세상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변혁의 시기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생존할 것이냐?’는 문제는 국가적으로 큰 관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열었지만 11년째 2만 불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2만 불에서 3만 불로 가기까지 약 5~1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보았을 때, 현재 우리나라는 ‘중진국 트랩에 있을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냐’는 고민을 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아
기업인들은 기업의 환경변화에 특별히 민감할 것입니다. 2000년 이후에 Fortune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서 반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지난 10년 사이에 글로벌 10대 기업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습니다. 에너지나 제조업 위주의 기업들이 차지하던 자리를 지금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ICT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이야기를 다시 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지능이 높은 종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론’의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을 현실에서 실증해낼 수 있는 최적의 국가
개인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나라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합니다. 지난 6월에 중국 대련에서 ‘2017 하계 다보스 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포럼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 개념의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과 개인적으로 좌담회를 가지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슈밥 회장과의 대화에서 ‘대한민국이야 말로 4차 산업혁명을 현실에서 실증해낼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고 공통된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ICT 최강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인터넷 속도는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하며, 국민 대부분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메모리나 또는 스마트폰 매출이 수년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인프라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 민족에게는 ‘속도의 DNA’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속도의 경쟁입니다. 선진국이 산업화‧정보화를 150∼250년 만에 이룬 것에 반해 우리는 반세기만에 엄청난 기적을 일구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국민적 관심’ 입니다. 슈밥 회장은 그의 저서가 장시간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전 국민이 폭넓은 관심을 보이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인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비가 많이 왔던 어제 아침에 한 단체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했습니다. 컨퍼런스 장소로 이동하면서 ‘이렇게 비가 오는 아침에 몇 명이나 참석할까’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기우였습니다. 300여 명이 모인 것을 보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초당적 관심’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 새로운 정치 슬로건을 내겁니다. MB정부의 ‘녹색성장’이나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를 이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다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4차 산업혁명이야말로 우리가 갈 길’이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최소한 10년은 이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불씨를 잘 만들어서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는 것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 고려해야 할 3가지의 핵심인자로 혁신, 협업, 속도를 꼽습니다. 특히 ‘교육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인재를 양성해야 하느냐?’, ‘연구혁신’으로 ‘어떤 선도적인 연구를 해야 하느냐?’, ‘창업‧산업혁신’으로 ‘혁신적인 연구결과를 어떻게 기술사업화 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KAIST를 ‘글로벌 가치창출 세계 선도대학’으로서 ‘혁신의 진원지’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