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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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 엄금희 기자
  • 승인 2020.03.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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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의 역사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
엄금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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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코로나19는 21세기 지구적 전염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과 최고 권력자들의 질병에 대한 기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질병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여 역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그중에서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인물들의 건강과 목숨을 앗아감으로써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로날트 D. 게르슈테가 쓴 최근 3월 20일에 나온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질병은 무엇이며 최고 권력자들을 무너뜨린 질병은 무엇인지를 통해 현재를 바라본다.

고대로부터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싸움으로 점철되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한 종족의 씨를 거의 말린 페스트와 천연두, 콜레라와 같은 무서운 전염병도 시간이 지나면서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 약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어느 정도 위협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인류는 항상 또 다른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 앞에 다시 놓이곤 했다. 치명적인 독감 인플루엔자와 에이즈 역시 아직 완전한 예방과 치료 약을 찾지 못한 상태다. 병은 또한 국경의 높은 장벽을 가볍게 넘으며 남녀노소와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거리의 하층민에서 최고 권력자에 이르기까지 질병은 한 집안을 무너뜨리고 때로는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14세기 중반 흑사병이라 불리던 페스트가 창궐하면서 유럽 인구 3분의 1이 사망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경제적 여파에 대해서는 상세한 연구들이 진행된 바 있다. 그런데 그러한 거시적 관점도 중요하지만 미시적 관점, 즉 역사의 물줄기를 좌지우지할 만큼의 결정권을 지닌 정치가들 개개인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뜻밖에 찾아온 죽음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다루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물론 다수의 역사학자들은 거물급 정치가 한 사람이 역사의 진행 방향을 좌우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히틀러가 없었다면 20세기의 유럽사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선출되지 않았더라면 냉전 시대가 평화롭게 종식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사망하기 11일 전부터 고열에 시달렸고 상복부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사흘 후에는 친구인 메디오스와 주사위 놀이를 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 몸이 좀 나아질 것 같다며 유프라테스 강가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도 했다. 사망하기 이틀 전인 6월 8일에는 심지어 함대에게 다음 출격을 준비하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후,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약해지더니 기원전 323년 6월 10일에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계몽주의 시대 독일의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는 이런 글을 남겼다. "보라, 승리자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할 때에 숨을 거두었다. 그와 함께 새로운 그리스에 대한 희망도 숨을 거둔다!"

페스트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역별로 편차가 매우 크지만, 역사학자들은 1347년부터 1352년까지 유럽 전체 인구 중 30퍼센트가 흑사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그 수는 대략 1,800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당시 교황이었던 클레멘스 6세의 지시로 시작된 어느 조사에서는 흑사병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가 정확히 4,283만 6,486명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듯하다. 한편, 흑사병은 분명 엄청난 인명피해를 불러왔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는 이점을 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여 모든 분야에서 노동력이 부족해졌던 것이다. 이에 따라 살아남은 수공업자나 농부들은 그 이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유리한 위치에서 거래처나 지주들과 협상할 수 있게 되었다. 서유럽과 북유럽을 비롯해 유럽 내 수많은 지역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했고 농노를 구하기 힘들어져 노예를 부릴 수 있는 기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매독은 4세기가 넘도록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을 뿐 아니라 유럽 문화사에도 커다란 손실을 입 혔다. 매독에 걸리거나 그와 비슷한 증상을 앓은 시인, 작가, 예술가들이 수두룩했다. 특히 '프랑스 질병'이라고 불리던 이유를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프랑스 예술가들 중에 매독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유독 많았다. 샤를 보들레르, 귀스타브 플로베르, 기 드 모파상, 에두아르 마네, 폴 고갱,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어느 유명한 음악 백과사전에 따르면 베토벤도 매독 증상을 보인 적이 있다고 한다. 베토벤은 꽤 젊은 시절에 이미 매독에 걸렸다고 한다. 음악 거장들의 삶을 다룬 어느 전기작가는 "베토벤이 매독에 걸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10명이 있다면, 베토벤이 분명 매독 환자였다고 말하는 학자도 10명이 있다"라고 말했다.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당시 빈곤층에 속하는 젊은이들이 으레 그랬듯 천재 음악가 슈베르트 역시 매독이라는 운명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지체가 높으신 분들 중 천연두에 걸려 사망한 가장 유명한 이는 러시아의 차르 표트르 2세와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였다. 표트르 대제의 손자이기도 한 표트르 2세는 열두 살에 즉위했다. 왕위에 오르고 3년 뒤인 열다섯 살에는 어느 귀족 집안의 딸과 결혼하기로 약속까지 했지만, 그 약속은 영원히 지켜지지 못했다. 3년이라는 짧은 재위 기간을 뒤로 한 채 1730년 1월 29일 천연두로 사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는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머물렀다. 루이 15세는 '친애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이는 국왕의 방탕한 생활을 반어법으로 조롱하는 표현이다. 루이 15세에게 있어 정부, 애첩, 외도는 일상생활의 일부였다고 한다. 루이 15세의 여인 중 가장 유명한 여성으로는 퐁파두르 부인이 있다. 루이 15세는 공식적으로는 증조부 루이 14세가 사망한 뒤인 1715년, 다섯 살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열다섯 살에는 폴란드의 왕녀를 아내로 맞아들였고, 이로써 공식적으로 어른이 되었다. 아내와의 사이에서 10명의 자녀가 태어나기도 했다. 그 후에도 루이 15세는 약 50년 동안 왕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1774년 5월 10일, 예순네 살에 천연두에 걸려 부와 권력, 아리따운 여성 등 모든 것을 향유했던 삶을 마감하고 만다.

함부르크에서 콜레라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에 대서특필되어 함부르크 지도층의 위상이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유행병이 발발할 때마다 으레 그렇듯 힘 있는 자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 소식이 전파되지 않도록 막았다. 함부르크라는 대도시에서 사람들이 질병에 걸려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이 외부에 알려져 거상들의 사업이 치명타를 입는 사태를 방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기자들이 함부르크로 몰려들었고, 그곳의 상황을 자국으로 타전했다.

그런데 빅토리아 시대에 접어들면서 폐결핵은 매독이나 페스트 그리고 무엇보다 콜레라와는 달리 아름다운 질병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비단 영국에서만 일어난 현상은 아니었다. 일단, 폐결핵 희생자들 중 많은 이들이 젊은 층이었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게다가 폐결핵에 걸린 환자들의 외모는 시간이 흐를수록 창백해졌는데, 새하얀 피부를 선호하던 당시의 미인상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게다가 다가올 최후를 감지한 덕분인지, 폐결핵 환자들 중에는 폭발적인 창의력을 발휘한 이들도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위대한 문필가 집안인 브론테 가문을 들 수 있다. 지방 교구의 사제였던 패트릭 브론테의 자녀들은 모두 폐결핵에 걸렸다. 그중 특히 유명한 자녀들은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의 앤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가 있다.

우리가 지금 걱정할 것은 무엇인가? 계속해서 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19의 진원지가 어딘지 모르고, 이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항생제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이제 전 세계 인류는 사람의 생명에 치명적인 고위험 살상균의 확산이 곧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위협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가 한국과 함께 공동 대처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순식간에 종말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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