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을 꿈의 1조 클럽에 진입시킨 전문경영인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글로벌 종근당’을 만든 CEO로 기억되고자 시장 개척에 총력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는 연 매출 ‘1조 클럽’ 진입을 눈앞에 뒀다. 종근당이 성공할 경우 제약 빅5가 나란히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 덕분이다.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혁신적 치료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도입 신약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김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의 마케팅영업 전문가로 오랜 경험을 다져 해외제약업계의 흐름에 밝고 인적 인프라가 탄탄하다.

[CEONEW=윤상천 기자] 김 대표는 1964년 2월12일 태어나 고려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뒤 미국 롱아일랜드대학교 대학원에서 면역학으로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제약회사 한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중외제약과 스미스클라인비참을 거치며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제약회사 릴리로 자리를 옮겨 영업마케팅 본부장으로 5년 동안 재직한 뒤 노바티스에서도 영업마케팅 총괄을 맡았다. 독일제약회사 머크의 한국지사가 한국세로노를 인수합병해서 만든 머크세로노의 초대 대표에 발탁됐다.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뒤 '글로벌 종근당'을 만드는데 전력하고 있다. 

 

창립 이래 연 매출 첫 1조원 클럽 진입 눈앞

12월 10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창립 이래 첫 1조원 연 매출 돌파가 기대된다. 1~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13% 성장한 7,807억원이다. 4분기 매출이 2018년 동기 수준인 2,651억원만 돼도 1조400억원 가량의 매출 달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018년 매출 9,557억원을 기록한 종근당은 올 들어 매출이 두 자릿수로 늘고 있어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매출 ‘1조클럽’에 무난히 진입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와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 등 기존에 판매 비중이 높은 제품이 꾸준했고 올해 초 계약에 따라 판매에 들어간 위식도역류질환제 ‘케이캡’ 등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이 같은 종근당의 호실적은 지난 2015년 취임한 김영주 종근당 대표의 적극적 외형 확대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혁신적 치료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도입 신약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자누비아, 글리아티린과 더불어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젯’ 등 김 대표 취임 후 지난해 까지 도입된 해외 의약품은 40개가 넘고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 대표 취임 전인 2014년 5,441억원이던 매출은 올해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종근당이 1조원 연매출을 달성할 경우 지난 2014년 유한양행이 업계 최초로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이후 5년 만에 제약사 빅5가 나란히 1조클럽에 가입 된다. 이미 유한양행과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은 수년째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 매출 1조원은 글로벌 기업 출발선 또는 꿈의 매출이라고도 불린다”면서 “내수시장 위주였던 제약업계가 최근 몇 년간 신약 기술수출, 해외 영업 등에 힘입어 외형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입신약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모두 이뤄내다

종근당은 외형 성장과 도입신약 확보로 성장하고 있다. 김영주 대표 취임 후 본격적으로 이뤄진 일이다. 김 대표는 노바티스, 머크세로노 출신으로 다국적제약사 정서를 잘 파악하고 있다. 김 대표가 도입 신약 계약에 절대적 공헌을 한 셈이다. 도입신약은 종근당을 대형제약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종근당 매출은 2014년 5441억원에서 김 대표 취임해인 2015년 5925억원으로 늘었다.

김 대표 취임 후 영업이익률은 7%대를 유지했다. 2015년 7.2%, 2016년 7.4%, 2017년 8.8%, 2018년 7.9%, 올 반기 6.8%다.

대외적으로 도입신약 확보에 노력하는 한편 미래성장동력 확보에도 힘썼다. 급격한 외형 성장 속에서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했다는 게 그 증거다. 지난해는 연간 R&D 금액이 1153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규모의 경제로 R&D 여력이 커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종근당 도입신약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보내지만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준다. 특히 향후 있을 기술수출(LO) 무형자산을 쌓았다는 점은 큰 성과로 평가한다.

여러모로 업계 모범사례로 꼽히는 유한양행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건의 기술수출로 업계 리딩 기업으로 올라선 유한양행이 도입신약 판매로 쌓은 스킨십을 LO 당시 활용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종근당 도입신약 파트너는 글로벌 공룡 제약사들이다. MSD, 암젠, 화이자, 로슈, 릴리, 알보젠, 에자이 등이다. 향후 기술수출에 파트너십을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주 대표의 사업 목표는 일단 사이즈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도입신약은 종근당으로 향한다는 공식이 있는 만큼 영업 마케팅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고 평한다.

인도네시아 항암제 공장
인도네시아 항암제 공장

인도네시아에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종근당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현지 항암제 생산공장에 대한 GMP 승인을 획득하고 공장 준공에 들어갔다. 현재 제품 허가를 위해 시험생산이 진행 중이며 품목 허가 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종근당이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은 현지 의약품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수가 약 2억5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 

제약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7.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 개정으로 전 국민이 의료보험 가입을 앞두고 있어 향후 의약품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13%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지 항암제 시장의 경우 연평균 38% 이상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항암제 주사제 시설은 높은 공정난이도로 인해 현지 생산업체가 적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종근당 관계자는 전했다.

시험생산이 진행 중인 현지 항암제 공장은 유럽 GMP 수준 시설이 완비됐다. 브랜드 제품 생산기술과 운영시스템을 이전해 설립됐다. 이 공장은 벨록사주와 젬탄주, 베로탁셀주 등 종근당 주요 항암제를 생산해 현지에 공급하게 된다.

김 대표는 “올해는 종근당의 글로벌 진출 원년이 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항암제 공장은 글로벌 진출 신호탄이자 세계 시장을 향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향후 5년 이내에 인도네시아 항암제 시장 점유율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신규 공장을 생산 거점으로 아세안 10개국을 비롯해 중동과 북아프리카(MENA), 유럽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시장 공략 혁신신약 개발 활발

글로벌 진출 거점을 마련한 종근당은 해외 시장을 공략할 혁신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헌팅턴증후군 치료제가 유럽과 미국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첫 번째 바이오의약품인 ‘네스벨’은 올해 일본 정부 품목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말 ‘미국 암학회(AACR, 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에서는 경구용 항암제 ‘CKD-516’에 대한 전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가장 앞선 혁신신약 후보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이다. 종근당은 작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18 미국 류마티스 학회(ACR, 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에서 CKD-506 전임상과 임상1상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이날 발표는 CKD-506 우수성을 높이 평가한 주최 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학회에는 글로벌 100여 개국에서 1만5000여 명의 의료진과 유관단체, 제약기업인 등이 참석했다.

CKD-506은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를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을 조절하는 T세포 기능을 강화해 면역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새로운 작용기전 치료제다. 전임상과 임상1상을 통해 우수한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현재 유럽 5개국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a상이 진행되고 있다. 종근당은 CKD-506을 기존 관절염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신약으로 개발하고 향후 미충족 수요가 높은 여러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용범위를 넓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헌팅턴질환 치료제 ‘CKD-504’는 미국에서 임상1상이 진행 중이다. 헌팅턴질환은 인구 10만 명당 3~10명에게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근육간 조정능력을 상실하고 인지능력 저하 및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인지능력을 개선하는 헌팅턴질환 치료제가 없어 CKD-504가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로 인지기능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헌팅턴질환 치료제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 현지 임상을 통해 조기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종근당 측은 설명했다.

차세대 항암제 CKD-516의 경우 경구제와 면역관문억제제 병용투여 시 시너지효과를 확인한 전임상 결과가 미국 암학회에서 발표됐다. CKD-516은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해 세포 괴사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전의 물질이다.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기존 항암제보다 직접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고 종양세포에 대한 약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표준요법과 병용임상 1·2a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병용투여 시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약물로 업계 관심이 높다. 

또 다른 항암 신약 후보물질 ‘CKD-581’은 ‘팬히스톤디아세틸라제(Pan-HDAC)’ 억제제로 항암유전자 발현을 증가시켜 종양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현재 다발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요법과 병용투여 임상1상이 이뤄지고 있다.

종근당은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작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호 바이오의약품인 네스벨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네스벨은 다베포에틴 알파를 주성분으로 하는 오리지널 의약품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다. 만성 신부전 환자의 빈혈치료에 효과적이며 약물 투여 빈도를 대폭 줄여 환자 편의성을 개선한 2세대 제품으로 전해졌다.

종근당에 따르면 네스벨 주성분인 다베포에틴 알파의 신규 제조법을 개발했으며 지난 2014년부터 국내를 비롯해 유럽과 일본, 미국 등 총 9개국에서 제법특허를 획득했다. 2조8000억 원 규모 글로벌 네스프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네스벨에 이어 후속 바이오의약품으로는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CKD-701’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25개 기관에서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오는 2021년까지 임상을 완료해 연간 약 200억 원 규모 국내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과 4조 원 규모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바이오신약 ‘CKD-702’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CKD-702는 고형암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2개의 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 증식 신호를 차단하고 수용체 수를 감소시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기전 바이오신약이다. 현재 전임상 시험이 완료됐고 기존 항암제 내성 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혁신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다양한 암세포에서 항암효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향후 폐암과 위암, 대장암, 간암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비전과 과제

김 대표는 종근당의 성장동력을 신약에서 찾고 있다.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돼 종근당의 '글로벌 종근당' 비전을 이끌고 있다. 종근당은 "세상에 없던 신약(first-in-class)을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제품 부문별로 영업조직을 전문화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가 종근당 대표이사에 오를 때 외부의 시선은 경악에 가까웠다. 보수적인 제약업계는 내부 인물을 대표로 승진시키거나 약사출신을 기용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김영주는 글로벌제약회사 출신의 외부인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종근당을 지금의 자리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종근당을 글로벌 종근당으로 성장시킨 사장'으로 남는 게 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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