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래머블 or 역사적인 Instagrammable or Historic
갬성’ 몰타 MALTA - 01

여전히 생소한 이름 ‘몰타’였지만, 올 여름 서울 지하철 광고판에서 볼 수 있었던 한 장의 사진 속 몰타는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를 소환했다. 그렇게 찾아간 몰타는 그 광고 속 사진보다 더 포토제닉 했다. 도심 속 시선강탈 풍경 뒤에는 몰티즈maltese들의 자부심 가득한 역사의 페이지들이 든든한 후원자로 도시를 지키고 있었다.   <글+사진 김관수  travel.everythings@gmail.com>

아기자기한 유럽과 지중해가 뿜어내는 원색적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몰타는 꽤 좋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남심을 자극하는 지중해의 파란 바다와 몰티즈의 투박함이 섬과 섬을 둘러싸고 있고, 여심을 사로잡는 소담하고 소소한 감성의 디테일이 섬 안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때문에 요모조모 숨겨진 볼거리들이 제주도 면적의 1/6밖에 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10위의 크기를 한 뼘 더 부풀려놓고 있었다. 여행이 계속될수록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는 몰타의 크기는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남겨지는 사진의 수와 비례했다. 푸르고 파란 하늘과 바다, 몰타를 뒤덮은 라임스톤이 전하는 빈티지함, 골목 안을 수놓은 금손들의 지중해 식 감성 그리고 트렌디한 몰티즈 패피들의 화려한 옷차림. 모두 사진으로 남겨지고 있었다.

슬리마 Sliema 
지중해 감성+도시 갬성

오후의 슬리마를 걷다가 소위 말하는 ‘도시 갬성’을 발견했다. 몰타의 번화가 중 하나인 슬리마에 모여 있는 세련된 쇼핑몰과 카페, 상점 그리고 길거리 음식 등이 바다를 앞에 두고, 그 바다가 전하는 풍경을 더해 본격적인 몰타의 갬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목마 태운 아이와  바다 곁을 걷는 아빠, 길쭉한 빌딩의 꼭대기 층 발코니에 앉아 독서에 빠진 사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요리조리 행인들 틈을 빠져나가는 아이들, 새하얀 요트 위에서 대화에 빠져 있는 사람들, 그리고 멍하니 바다 건너 몰타의 수도 발레타를 감상하는 누군가까지. 이 모든 것이 슬리마에서는 지중해 감성에 더해진 도시 갬성이었다. 슬리마의 풍경은 해가 저물면서 지중해 감성을 더욱 더 마음껏 뽐낸다. 컬러풀한 몰타의 전통 배 루쯔Luzz, 발레타와 고조 및 코미노 섬 등을 유랑하는 유람선 그리고 요트가 한꺼번에 흩뿌려진 바다와 그 건너 발레타의 오래된 첨탑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순간, 슬리마는 눈앞에 지중해를 대표하는 감성을 펼쳐놓았다. 

Editor's Tip. 
Instagrammable Spot - Tigne Point 

슬리마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포인트.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갈 수 있는 포토존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육교 위 공중에 만들어진 이곳에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몰려들어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보다 한적하게 풍경을 즐기려면 그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곳이 2층이라면, 육교를 내려가서 1층에서 다시 지하로 내려가는 것처럼 작은 길을 따라 가면 현지인들이 낚시를 하거나 선텐이나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높이에 따라, 그리고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즐기면서 인생샷을 건져보자. 포인트 옆에는 몰타 최고의 쇼핑몰, ‘THE POINT'가 있다.

마르사쉴록 어촌마을 Marsaxlokk Fishing Village
선데이 피쉬 마켓의 시골 갬성

지중해의 바다를 감상했으니, 이제는 어촌마을로 가볼 차례. 몰타 남동쪽에 위치한 마르사쉴록 어촌마을로 향했다. 마침 일요일, 장이 서는 날이다. 몰타 최대의 재래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도시가 아닌, 어촌의 ‘갬성’이 물씬 풍겨왔다. 조금은 비릿한 바다냄새와 그 바다 위에 작은 배 루쯔가 둥둥 떠 있는 풍경은 슬리마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느낌을 건넸다. 보다 진한 지중해 감성, 아니 갬성? 바닷가 옆에 꾸려진 7일장 ‘선데이 피쉬 마켓Sunday fish market'이 슬리마에는 없던 시골 갬성을 풀풀 풍겨내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의 바닷가 시장은 시끌벅적했고, 시장 안은 해산물, 먹거리와 농산물 외에도 각종 수공예품과 꿀 등의 몰타여행 쇼핑리스트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좁은 통행로는 종종 정체되기도 했다. 길을 막는 것은 비단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만은 아니었다. 몰타에서 가장 크다고 하지만 우리 눈에는 그적 작다고밖에 할 수 없는 시장 안에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종류의 생선과 해산물을 잔뜩 올려놓고 폭탄세일을 하는 집들이 여럿이다. 이곳 사람들은 물론이고 여행객들도 잠시 멈춰 서서 고민에 빠지는 순간. 몰티즈들의 ‘국민생선’처럼 사랑을 받는 '람푸키Lampuki' 앞에서 안내를 하던 가이드도 흥정을 시작했다. 동네 시장이었다면 당장 집어 들었을 가격이지만 여행 중이라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지중해에서 자란 생선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얼른 주변의 해산물 레스토랑으로 달려갔다.

Editor's Tip. 
Instagrammable Spot - Marsaxlokk Parish Church

마을 입구에 우뚝 선 웅장한 성당 앞 광장은 바로 앞의 시장이나 바다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성당 앞 낡은 건물에 파스텔톤의 발코니와 출입문이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역시 알만한 사람은 이미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그 자리를 선점했다. 컬러풀한 원피스를 맞춰 입고 온 젊은 처자들이 포즈를 취하느라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블루 그루토 보트 트립 Blue Grotto Boat trip
푸른 동굴의 신비 속으로

몰타의 남쪽 해안가를 달리다가 멈춰 선 곳에 수려한 경치를 선보이는 뷰포인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웅장한 해안절벽이 이어지며 절경을 이루는 그곳에서 바다는 눈이 부시도록 파랗게 출렁이고 있었지만, 절벽 안쪽으로 형성된 동굴 안에 더욱 파란 신비가 감춰져 있다고 했다. 블루 그로토는 ‘푸른 동굴’이라는 뜻으로, 이 지역에 형성된 푸른빛을 띠는 수많은 해식 동굴들을 뜻한다. 동굴의 입구를 통해 들어온 햇빛이 바닷물에 반사되어 동굴 벽과 천장에까지 파란 음영이 나타나는 현상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로 내려갔다. 지중해까지 와서 그 푸른빛을 놓칠 수는 없다. 여행객들을 가득 태운 보트는 거칠게 달리기 시작했다. 먼저 뷰포인트에서 내려다보던 그 지점까지 어느새 달려와서  거침없이 동굴 입구를 통과하며 절벽 아래 가려져 있던 동굴과 동굴을 넘나든다. 빛의 각도에 따라 동굴 속 바다색은 완연하게 서로 다른 색을 나타낸다. 그 색이 절벽에까지 닿은 모습을 보려면 더 깊은, 더 좁은 곳까지 들어가야만 할 것 같다. 그러려면 날씨와 파도가 모두 도와줘야겠지. 늘 그렇듯 어마어마한 자연의 신비는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중해의 변화무쌍한 파란 속살을 눈앞에서 감상한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Editor's Tip. 
Instagrammable Spot - Blue Wall and Grotto Viewpoint 

보트를 타면 출렁이는 파도를 이겨내느라 온전히 풍경을 감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으니, 좋은 사진을 남기는 건 더욱 힘든 일이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은 ‘Blue Wall and Grotto Viewpoint’에서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 파란 바다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Filfla 섬, 그리고 거대한 절벽 동굴과 그 사이를 오가는 보트까지, 한 장의 사진 속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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