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빌 게이츠’에서 국민 복지를 책임지는 CEO로 변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민연금의 신뢰 회복과 인력 확충 과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전주의 빌 게이츠라 불린 적이 있는 사업가 출신에 정치가이기도 한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제는 국민연금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격적 시행에 나서고 있으며 국민연금의 신뢰 회복과 기금운용본부 인력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CEONEWS=이재훈 기자] 김 이사장은 1964년 4월10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시민사회운동을 하다 노무현 대통령 대선캠프에 몸담았고 전라북도 도의원으로 정계에 들어왔다. 민주통합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고향에서 당선된 정치가의 이력을 지니고 있다. 

국회에서 국민연금공단 본사와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을 추진해 성과를 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일하면서 연금 관련한 경험도 쌓았다. 총선에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에게 패한 뒤 문재인 후보의 대선캠프에 참여해 복지공약 전반을 맡았다.

김 이사장은 자칭 '전주의 빌 게이츠'다. 대학 졸업 후 고향인 전주로 돌아와 한누리컴퓨터를 창업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

김 이사장은 2017년 9월 국민연금공단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이사장 후보 4명 안에 들어갔다. 그 뒤 11월1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11월6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을 받았다.  

그가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국민연금 관련 경험을 많이 쌓았던 점이 반영된 결과로 꼽혔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단장으로 일하면서 복지정책 개발에 참여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국민연금의 공적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근혜 게이트로 크게 흔들린 국민연금공단의 독립성 확보도 과제로 제시됐다.

김성주 이사장은 19대 국회의원들 가운데 대표적 복지정책 전문가로 꼽혔다. 하지만 정치인 출신 첫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인 것 때문에 야당 등에서 낙하산인사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연금공단 노조는 김성주의 임명에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이사장이 임명되면서 국민연금공단은 1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이사장을 새로 맞이하게 됐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검토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라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9년 1월23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여부를 놓고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논의 결과를 토대로 2월 초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가 결정된다.

국민연금이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첫 주주권 행사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을 12.45% 보유한 2대주주이고 한진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을 7.34% 보유한 3대주주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주는 2019년 1월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태를 놓고 “행정소송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필요하면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정상화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인력공백을 해소하고 정상화를 이끌었다.

국민연금공단은 2018년 12월8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에 박성태 리스크 관리센터장을 임용했고 26일에는 주식운용실장에 이석원 전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을 임명했다. 

이와 더불어 채권운용실장에는 김한국 크레딧투자팀장을, 리스크관리센터장에 김종희 채권운용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또 기금운용본부의 조직개편도 단행해 기존 7실 1센터에서 10실 1센터 1단 체제로 변경했다.

조직개편에 따라 수탁자책임실, 기금정보실이 추가되고 대체투자실과 해외대체실  두 곳은 사모투자실,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등 3개의 실로 재편됐다. 대외협력단도 신설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년 넘게 본부장이 공석으로 있으면서 인력 이탈이 심각했다. 2018년 6월 정원의 3분의 1이 공석일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10월8일 안효준 전 BNK금융지주 사장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임명하면서 기금운용본부 정상화 수순을 밟았다. 공석인 실장도 채우고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기금운용본부의 인력충원은 2019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기금운용역의 목표정원은 278명이었지만 2018년 12월 인원은 그에 미치지 못한 240여 명이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김 이사장은 두루누리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의 소득기준을 올리고 건설일용근로자의 가입기준을 개선하는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2018년 11월19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워크숍에서 국민연금은 건설 일용근로자의 사업장 가입기준 개선과 영세사업장 보험료지원 확대 등 사각지도 해소 노력을 자평했다.

2017년 취임사에서 “국민이 주인인 연금으로 국민연금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신뢰회복”이라며 “두루누리 등 저소득층 가입지원과 출산, 실업크레딧 확대를 통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2018년 1월부터 두루누리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의 소득기준을 기존 월 140만 원 미만에서 월 190만 원 미만으로 인상했다. 

두루누리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저소득 근로자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의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특성을 반영해 신규 가입자의 요건을 완화하고 건설 일용근로자의 가입기준도 개선하는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김 이사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도 사각지대 해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국민연금은 2018년 7월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따른 책임경영과 독립성 등을 확보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운용하는 자산을 잘 관리하도록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한다. 

기관투자자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자금을 위탁한 투자자에게 주주권 행사 과정을 투명하게 보고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2017년 11월7일 취임식에서 김 이사장은 “선량한 기금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사회적 책임투자 원칙에 입각해 주주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며 “이를 통해 기금운용의 독립성, 투명성,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코드가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두고 그는 2018년 7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연금 사회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연금 자본주의"라며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관리·운용하는 기관으로서 수익을 최대로 올리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경영에 앞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전과 과제

국민연금의 당면과제는 수익률을 개선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등 투자지역과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방식도 위탁투자 위주에서 직접운용을 늘려가기로 했다.

수익률 개선을 명분으로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른 주주권 행사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성주는 책임투자 및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평가 모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를 시작으로 여러 기업으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금운용조직을 개편했고 연기금에 특화된 우수한 기금운용 인력 양성에 나선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개편 논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4개 개편안을 제시했는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위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또다시 입법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은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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