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행보와 파격이 돋보이는 소통형 CEO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한국수력원자력을 에너지 종합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 안아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에너지 종합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국내 원전 비중의 축소가 진행됨에 따라 원전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CEONEWS=윤상천 기자] 정 사장은 1960년 4월19일 강원 춘천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중소기업청 자금지원과장, 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총괄과장을 거쳐 지식경제부에서 대변인, 무역정책관, 주력산업정책관, 산업경제정책국장을 역임했다. 기획조정실장과 에너지자원실장을 지낸 뒤 산업경제실장을 끝으로 공무원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결단력이 있고 과감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독일병정, 백상어라는 별명이 있다. 현장 중심의 경영을 선호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시절에도 중소기업 현장을 자주 방문했으며 한수원 사장에 취임한 직후 각 지역 원전본부와 인재개발원, 중앙연구원,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등을 돌았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용문고 6년 선배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에서 중용된 인물임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중견기업과 인연이 깊다. 산업정책국장 시절 처음으로 중견기업이라는 단어를 공론화했고 산업경제실장 시절 중견기업 전담조직인 중견기업국 신설을 주도했다. 산업기술진흥원장 취임 뒤에는 중견기업지원센터를 중견기업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파격적이었던 취임식

정재훈 사장은 2018년 4월5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취임했다. 취임식 때 타이를 매지 않고 무선마이크를 이용해 토크콘서트 형식의 파격적 취임행사를 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정책의 변화를 두려워 말고 새로운 기회로 삼자”고 강조했다.

취임 첫 날 1급 간부 11명 등 고위급 24명을 교체했다. 취임하자마자 대규모 인사를 단행해 주목을 받았다. 5월2일에는 관리본부장에 김형섭 새울원전본부장을, 기술본부장에 한상욱 한빛원전본부 제3발전소장을 임명했다. 관리본부장에 기술직을 임명하는 현장 중심 인사가 파격적으로 여겨졌다.

2018년 6월18일에는 일자리창출·국정과제추진실과 글로벌전략실을 신설하고 신재생사업 조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했다. 일자리창출·국정과제추진실장과 중앙연구원 부지구조그룹장에 여성 처장을 임명하고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했다. 

현장 우선 경영방침에 따라 현장경험이 풍부하고 업무역량이 뛰어난 신규 보직자의 63%를 발전소 현장에 우선 배치하는 등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정책을 폈다.

2019년 1월10일에는 원전 안정성 강화를 위해 현장 정비부서 인력을 보강했다. 본사 기술전략본부의 엔지니어링처를 발전본부로 이관해 ‘운영-정비-엔지니어링’ 기능을 일원화했다. 

이집트 원전 수주를 위해 이집트사업추진팀을 새로 만들고 해외수력실을 2개 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새만금사업실과 양수건설추진실을 만들어 신재생사업에 힘을 싣고 일자리창출·국정과제추진실 안에 혁신성장팀도 신설했다.

신규 원전 수출 총력

정 사장은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전까지 원전 수출은 한국전력이 주도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까지만 기존의 방식으로 하고 체코, 폴란드 등 신규 원전 수주는 한수원이 주축이 돼 추진한다.

2019년 6월 3일에는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원전 발주처 관계자들과 만나 신규 원전 수주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한수원은 5월31일 카자흐스탄 신규 원전 건설사업 제안서를 제출하고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2019년 3월에는 협력 중소기업과 함께 시장개척단을 꾸려 터키 원전시장 공략에 나섰다. 정재훈은 “터키 국제 원자력 발전소 써밋(INPPS) 개회식에 참석해 개회사에서 “터키가 새롭게 건설하고 있는 아큐우 원전이나 시놉 원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한국과 터키 사이 협력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9년 1월에는 루마니아에서 정부 관계자와 원자력공사 경영진을 만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 개선사업 참여 가능성을 타진했다.

2018년에는 체코를 세차례나 방문해 현지 최대 건설사와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체코 원전 수주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꼽히지만 당초 2019년 초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던 입찰 일정이 지연되고 있어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이외에 2018년 9월 폴란드에서 한국-폴란드 원전 포럼을 열고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과 장기 정비계약 수주 등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취임 후 1년 동안 다섯 차례나 바라카 원전을 방문했다.

 

원전 비중 축소에 따른 해체사업 추진

원전 비중 축소에 대응하기 위한 신사업으로 원전 해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국내 첫 영구정지 원전인 고리1호기의 해체 주관기관을 맡고 있다. 2019년 4월 현재 58개 상용원전 해체기술 가운데 16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2021년까지 100% 기술 자립을 이루고 2022년 고리1호기 해체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대표는 2019년 4월15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 오거돈 부산시장 등과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는 “원전 해체연구에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고 정확한 실태조사를 한 뒤 기술 개발, 실증으로 나아가고 수출기반과 인력양성체제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 가동 원전 453기 중 가동 30년이 넘은 노후 원전은 405기로 전체의 67.7%에 이른다. 이미 영구 정지된 원전이 173기인데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 뿐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이츠화이트 분석에 따르면 세계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2116년까지 549조 원, 2050년까지 327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원전은 2030년까지 12기가 수명이 만료된다. 원전 1기 해체비용은 7500억~8천억 원으로 국내에서만 10조 원 규모의 원전해체시장이 열린다.

실상 그는 취임 시부터 원전해체를 신사업으로 지목했다. 2018년 10월 국감에서 원전 건설인력을 해체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에너지 종합기업으로 다각화

정 사장은 한수원을 단순한 원전사업자가 아닌 에너지 종합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취임 직후 사장 직속의 변화와 성장TF팀을 신설해 미래먹거리를 찾고 성장사업 중심으로 중장기 사업구조를 재편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회사이름에서 '원자력'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특히 새만금 태양광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등 국내외 신재생에너지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한수원은 전북 새만금지구에서 300㎿ 규모의 수상 태양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 태양광사업이다. 2019년 3월에는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주민 참여형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2018년 9월 인도네시아 뜨리빠-1(Tripa-1) 수력사업 공동개발을 위해 롯데건설 등과 양해각서를 맺었다. 2018년 11월에는 파키스탄에서 10억3천만 달러 규모의 수력발전 개발사업의 독점권을 확보했다.

2019년 4월에는 조지아 정부와 수력·신재생 에너지 분야 포괄적 협력협약 체결을 맺고 조지아 츠케니스트칼리(Tskhenistskali) 수력발전사업의 독점개발권도 따냈다.

원전 안전성 강화와 신뢰 회복 노력

또 원전의 안전성 강화와 소통 확대 등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9년 4월 원전 안전성 강화 및 유지보수 로드맵을 발표해 2030년까지 1조7천억 원의 설비투자를 하기로 했다. 정재훈은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설비투자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2월 원전의 설비 고장을 사전에 진단할 수 있는 ‘자동 예측진단’ 1단계 기술을 개발해 원전 핵심설비에 시범적으로 적용했다. 또 일본 구조계획연구소와 기술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미국 CNEFS연구소 회원사로 가입하는 등 교류를 통해 내진 분야 의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개인SNS 계정을 통해 원전 관련 활동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댓글에도 일일이 답글을 다는 등 소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2018년 10월 국민요청에 따라 사업 내용과 담당자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국민신청실명제를 조기에 도입했다. 11월에는 국민에게 제공하는 원전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원전정보신뢰센터를 출범했다.

2019년 2월에는 원전 운영상황을 문자로 제공하는 SMS알리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민 누구든 신청하면 원자력발전소 가동정지나 30% 범위를 넘는 비정상적 출력 감소, 지진 및 방사선 비상 발생, 그밖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법적으로 보고해야 할 사건 등 언론공개가 요구되는 50가지 사항을 문자로 받아볼 수 있다.

또 신한울원전 주변 해양정보를 국립해양조사원, 국가해양관측망 등과 공유하는 등 투명한 정보공개에 힘썼다. 이 밖에도 협력사, 유관기관 등과 소통·협력 간담회를 수차례 진행하며 협력관계를 다졌다.

비전과 과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국내 원전 비중의 축소가 진행됨에 따라 원전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정재훈은 협력사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면서 안전투자를 확대하는 등 원전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30년까지 1조7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원전업계에 단비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신규 원전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서 해외 원전 수주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전력에서 한수원으로 원전 수출사업의 주도권이 넘어온 만큼 정재훈이 직접 나서서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 원전 수주성과를 거두고 이를 통해 국내 원전 생태계 축소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원전업계 신규 먹거리로 떠오르는 원전 해체산업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한다.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은 2050년 55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영구정지한 고리1호기의 해체를 통해 원전 해체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원전사업을 놓고 안팎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서 한수원이 추진하고 있는 장기 정비계약의 기간과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바라카 원전과 장기간 신뢰관계를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19년 7월로 예상되는 차세대 원전 APR-1400의 미국 설계인증도 잘 마무리해 향후 원전 수출에 힘을 더해야 한다.

한빛1호기 사태 이후 실추된 국내 원전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경주와 포항의 두 차례 지진을 통해 설계 안전성은 입증이 된 만큼 원전 운영을 혁신하고 안전의식을 쇄신하려는 노력을 통해 원전 운영의 안정성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수력 등 신재생사업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현재 전체의 2.7% 수준에서 24%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2018년 악화한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한수원은 2018년 1020억 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로 전환했다. 탈원전정책의 여파라는 시각이 많은데 2019년 실적 개선으로 부정적 시각을 떨쳐내야 한다.

한수원은 2019년 1분기 원전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2018년 1분기보다 영업이익은 257%, 순이익은 55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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