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다져진 글로벌 경영 감각을 갖춘 CEO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롯데의 주력인 화학사업 강화 숙제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은 M&A 전문가이자 글로벌 경영 감각을 갖춘 CEO로 평가받고 있다.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과 함께 롯데의 화학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제 지배구조개선에 주력하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미래를 구상하면서 유통사업과 함께 중심축으로 삼고자 하는 화학사업으로 정함에 따라 임 대표가 이를 키우고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CEONEWS=윤상천 기자]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1964년생으로 전라남도 구례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KP케미칼에서 근무한 뒤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 상무, 롯데미래전략센터장,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을 거쳤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로 자리를 옮긴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곁을 떠나지 않은 가신이다.

또한 롯데그룹의 2인자 황각규 부회장이 이끄는 굵직한 인수합병에 실무진으로 참여해 실적을 쌓아올린 인수합병 전문가다. 이런 그가 화학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건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에다 롯데케미칼이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수많은 해외사업을 처리해 온 글로벌사업 감각을 경영에 활용하는 능력 덕분이다. 

롯데지주 출범 당시 임원들
롯데지주 출범 당시 임원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롯데그룹의 세대교체 속에서 황각규 부회장과 임병연 전무는 핵심 경영진으로 부각됐다. 임 대표는 황 부회장의 서울대 화학공학과 9년 후배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현재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허수영 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김영준 전 롯데상사 대표이사와 함께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묶이기도 한다.

지난 2010년엔 롯데그룹 정책본부에 근무하며 황각규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던 말레이시아 타이탄 인수를 곁에서 도왔다. 삼성정밀화학, SDI케미칼을 인수해 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 등을 설립할 당시 핵심 실무진이었다. 
 
2015년 2월 롯데그룹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을 맡던 때에는 KT렌탈 인수전을 성공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롯데쇼핑과 롯데호텔로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받았다. 

대표이사에 오른 뒤엔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를 통해 터키 인조대리석회사 벨렌코의 지분 72.5%를 인수했다. 벨렌코는 터키 인조대리석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1위 기업이다.

롯데첨단소재는 여수 공장에 연 생산량 9만 장 규모의 인조대리석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벨렌코를 인수하면서 인조대리석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벨렌코 인수를 통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고급 인테리어 소재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시장 5위권 내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케미칼의 수익은 범용 소재사업에서 주로 나오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해 고부가제품사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함에 따라 임 대표가 임무 수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화학사업 강화

임 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내정된 뒤, 2019년 3월27일 롯데케미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명실상부한 롯데그룹 화학사업의 수장이다.  

임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9년 유통과 화학 부문에 12조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또 기존에 롯데케미칼이 진행해 온 사업도 확대해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에 에탄분해설비(ECC)와 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EG설비)를 지었다. 에틸렌의 판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판매처를 찾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생산 거점인 여수, 울산, 대산 공장에서 대대적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여수 에틸렌공장은 에틸렌 연 20만톤, 프로필렌 연 10만톤 규모 증설을 마쳤다. 여수 폴리카보네이트(PC)공장은 연 11만톤 규모 증설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한다. 아로마틱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울산 공장에서 메타 자일렌(MeX)과 고순도이소프탈산(PIA) 설비도 증설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해 현대케미칼을 세우고 2021년까지 현대오일뱅크의 대산 공장 부지에 중질유 분해설비를 짓는다. 수소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등 신성장사업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4년 현대자동차와 협업으로 초경량 탄소섬유 복합재와 독자 개발한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 전시용 차량을 선보인 것을 끝으로 수소 산업에 투자하지 않았는데 수소가 친환경 원료로 다시 떠오르면서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사진제공=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사진제공=롯데케미칼]

비전과 과제

임 대표는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롯데의 지배구조개선에 힘을 보태야 한다. 또 롯데케미칼의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임병연은 2019년 신년사에서 "사업다각화를 위한 스페셜티 제품 개발은 원료 다변화와 함께 롯데케미칼 미래의 또 다른 큰 축"이라며 "기존 전통적 석유화확 범용제품과 더불어 우리만의 특화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2월 3천억 원을 추가 투자한 현대케미칼 대산 공장은 HPC(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2021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임 대표는 롯데케미칼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생산시설 구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2월 인도네시아 반텐주에 부지를 구매하고 4조 원가량을 들여 100만 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시설을 포함한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계획이 진척되지 못하다가 신 회장이 복귀한 후 2018년 12월에야 기공식을 열었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인도네시아에 석유화학단지를 짓기 위한 투자금액을 4조 원에서 5조 원으로 늘렸다. 다운스트림 화학제품 가운데서도 가장 아래쪽 제품으로 분류되는 3차부틸알콜(TBA)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를 추가로 짓기 위해서다.

3차부틸알콜은 롯데첨단소재가 생산하는 인조대리석의 주요 재료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첨단소재의 건자재사업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롯데케미칼의 사업재편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신 회장의 의중에 따라 임 대표는 건자재사업을 바탕으로 소재사업부문을 신설해 롯데케미칼이 소재사업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차후 롯데케미칼이 흡수할 가능성이 높은 롯데정밀화학도 화학제품사업과 소재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신호를 읽게 한다. 롯데케미칼이 기초석유화학사업과 연계한 소재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게에서는 롯데그룹이 화학사업을 놓고 시기의 문제일 뿐 롯데케미칼이 롯데정밀화학까지도 결국에는 흡수합병할 것이라는 기조가 세워져 있다.

게다가 신 회장이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회사도 소재사업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의 기초화학제품을 활용해 소재를 생산하면 수직계열화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이래저래 임병연 대표의 발길은 바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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