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모임 Gathering》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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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모임 Gathering》전
  • 장용준 기자
  • 승인 2019.11.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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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무리,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찾은 국립현대미술관

스산해진 날씨, 연말이 될수록 공허한 그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움직일 때가 있다.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지내던 작품 한 점이나마 감상하고 싶을 때가 또 이 시기다. 11월말 어느 평일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을 찾았다. 지난 10월26일부터 전시되고 있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 Gathering》전을 또 그렇게 접했다. 

박찬경 작가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박찬경 작가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CEONEWS=장용준 기자] 박찬경은 누구인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장을 가득 메운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또 곰곰이 생각해 본다. 분단, 냉전, 민간신앙, 동아시아의 근대성 등을 주제로 한 영상, 설치, 사진 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박찬경. 1997년 첫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을 시작으로, <세트>(2000), <파워통로>(2004~2007), <비행>(2005), <반신반의>(2018) 등 한국의 분단과 냉전을 대중매체와의 관계나 정치심리적인 관심 속에서 다뤄왔으며, 주로 사진과 비디오를 만들어 온 그의 이력.
 
2008년 <신도안>으로 한국의 민간신앙과 무속을 통해 한국의 근대성을 해석하는 장·단편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하더니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2010), <만신>(2013), <시민의 숲>(2016) 등에서 성숙기를 맞이했었다. 그리곤 작가론, 미술제도, 민중미술,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전통 등에 관한 에세이를 써왔다.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2004),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 황금곰상(2011) 등을 수상했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포스터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포스터

그런 박찬경 작가가 ‘모임 Gathering’을 제목으로 한 전시를 한다고 하니 관심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곤 이곳에 와서 그의 대표작 <늦게 온 보살>을 감상하고, <작은 미술관>,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맨발>, <5전시실> 등을 돌아보니 총 8점의 신작과 구작 <세트> 1점을 본 것이다. 이번 전시는 ‘액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박찬경, 모임, 2019, 디지털 사진, 80×80cm(24). 사진 홍철기 (1)
박찬경, 모임, 2019, 디지털 사진, 80×80cm(24). 사진 홍철기 (1)

전시장 입구 쪽에 설치된 <작은 미술관>이 이번 전시의 액자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재미를 준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미술사와 미술관이 인위적으로 주입된 틀이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미술제도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성찰은 ‘재난 이후’라는 주제 아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석가모니의 열반 등을 다룬 작품들이다.

박찬경_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2019_작가 제공 (1)
박찬경_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2019_작가 제공 (1)
박찬경_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2019_작가 제공 (2)
박찬경_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2019_작가 제공 (2)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는 또 어떤가. 원전사고 피폭현장인 마을을 촬영한 박찬경 작가의 사진과 방사능을 가시화하는 일본 작가 카가야 마사미치의 오토래디오그래피 이미지가 교대로 보인다. 이 작품과 <세트>(2000)는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서로 다른 소재의 유사성에 주목하여 접점을 찾는 박찬경 특유의 작업태도가 보일 것이다. 

박찬경, 해인(海印), 2019, 시멘트, 5×110×110cm(15), 20×110×110cm(1). 사진 홍철기 (1)
박찬경, 해인(海印), 2019, 시멘트, 5×110×110cm(15), 20×110×110cm(1). 사진 홍철기 (1)

이어서 전시실 중앙에 넓게 펼쳐진 <해인(海印)>은 다양한 물결무늬를 새긴 시멘트 판, 나무마루 등의 구성이다. 미술을 “미술에 관한 대화”라고 규정하는 작가의 예술관처럼, 비어있지만 실제로 다양한‘모임’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7박찬경, 늦게 온 보살 (스틸 이미지), 2019, HD 영화, 흑백, 4.1채널 사운드, 55분. 작가 제공(1)
박찬경, 늦게 온 보살 (스틸 이미지), 2019, HD 영화, 흑백, 4.1채널 사운드, 55분. 작가 제공(1)

<해인>에 이어서 문제적 영화 한 편을 접한다. 러닝타임 55분 <늦게 온 보살>이다. ‘석가모니의 열반’이라는 종교적 사건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동시대 재난을 하나로 묶는다. 흑백 반전으로 찍은 영화장면은 보는 이에게 후쿠시마의 방사능 사진을 연상하게 한다. 산속을 헤매는 한 중년 여성과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하며 산을 다니는 여성을 교차시켜 줄거리를 이끌어 나간다. 전시실 후반부에 설치된 <맨발>과 <모임> 등의 작업은 앞선 영상 속 소재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박찬경, 5전시실,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의 251 건축 모형, 벽에 쓴 글씨와 소리, 단채널 비디오(16분), 징과 꽹과리 7개, 가변크기. 영상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홍철기
박찬경, 5전시실,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의 251 건축 모형, 벽에 쓴 글씨와 소리, 단채널 비디오(16분), 징과 꽹과리 7개, 가변크기. 영상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홍철기

이쯤 돌아보고 나니 이제 전시실의 마지막.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5전시실의 1:25 배율 축소모형 <5전시실>이 놓여있다. 작품은 ‘액자 속 스토리’에 익숙해진 관객을 다시 액자 밖으로 끌어내는 느낌을 풍긴다. 작가는 직설적으로 묻는 셈이다. “관객이여, 미술과 미술관이 같아 보이는가?” 

강요된 권위와 틀에 저항하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깨어있는 관객들이 곧 이번 전시의 제목인 ‘모임’에 초대받은 이들임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녹아있는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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