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종말은 오는가

엄금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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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에서 아이는 창문에 돌을 던짐으로써 유용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한다. 영화 속 찰리 채플린이 부서진 창문을 고치는 일거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필품과 즐길 거리를 제공받지 못하는 반면, 게으른 부자들의 허영을 채워주기 위해 사치품을 생산하는 이들의 바보짓이 계속된다. '로빈슨 크루소'에서 주인공은 항해 도중 조난을 당해 어느 섬에 이른다. 그는 그곳에서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한다. 옥수수를 키우고, 염소를 길들이고, 포도를 말리고, 스스로 집을 짓는다. 또 찰흙 그릇, 가죽 옷, 배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든다. 만약 그가 음식과 잠자리를 확보하기 전에 구슬 목걸이와 깃털 부채를 만드는 일을 한다면, 당신은 그에게 바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그는 그의 시간과 그의 섬을 바보처럼 활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하지 않는 어떤 게으름뱅이를 위한 구슬 목걸이와 깃털 부채를 만든다고 로빈슨 크루소가 굶주리고 인색하게 살았다면 당신은 그를 뭐라고 불러야할까?

'HUBERMAN’S The Truth About Socialism'은, 휴버먼의 대표작이다. 휴버먼은 자본주의의 맹주인 미국을 집중 대상으로 삼아 소유, 분배, 노동, 독점, 이윤, 국가, 계급, 정의, 자유, 권력 등 시대를 관통하는 중심 현안들을 하나하나 규명한다. 일생을 걸고 통찰해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관한 거스를 수 없는 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대공황, 오일쇼크, 전 지구적 금융위기 등 세계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고장을 거듭 일으키면서,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부동산 부실 대출에서 비롯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전 세계 지식인들에게 하나의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집중포화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썩은 부산물들을 쉼 없이 토해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이른바 경제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조차 청년실업과 부당해고, 소득의 양극화, 금융 시스템의 부실화, 거대 기업들의 독과점 폐해가 극에 달하고 있다. 아시아와 중남미의 약소국들은 신자유주의 광풍에 휘말려 경제 주권을 잠식당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는 속출하는 분쟁과 내전,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폐해는 자본주의에 내재해 있는 속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폐기하지 않는 한 그 폐해 또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대세를 이루는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자들은 거듭되는 경제위기가 정부정책의 오류, 권력자들의 부정부패, 천재지변 등 외부적 요인 때문이지, 자본주의의 속성에 기인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양극화와 세계화 같은 말을 빌어 자본주의를 열심히 비판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를 담담하면서도 냉철한 어조로 벗겨낸다. 우선 공장의 기계와 같은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금지할 뿐,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좋은 차나 집을 장만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재산의 사유화를 금지하는 게 사회주의가 아님을 밝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는 누구인가? 반문한다. 예컨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질 좋은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이는 결국 질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교육적 계급, 이를테면 학력 차별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사회주의에서는 무상교육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일과 학문을 습득하기 위한 교육이 충분히 보장된다. 이러한 논조는 사교육비 부담과 대학 등록금 현실화 논쟁이 한창인 지금의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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