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롯데지주의 운명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12일 지주사 체제 공식 출범 2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금융 계열사 매각을 무난히 마무리 지었고, 때마침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최종 3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경영권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제 당면과제는 지배구조 재개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 신 회장과 롯데지주의 행보가 숨 가쁘게 이루어지고 있다. 

모호했던 10월, 실타래처럼 풀려나간 구조개편

[CEONEWS=윤상천 기자] 롯데는 최근 금융 계열사 매각을 무난히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10월, 뜻하지 않게 불어 닥친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과 신동빈 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3심에 따른 오너 부재 등의 악재가 쌓여가고 있었다. 

지난 2017년 10월 12일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한 상장 계열사 투자부문 4개사를 합병하며 출범한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체제 전환 이유였던 복잡한 지배구조 개선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는 형세였다.

예부터 롯데는 순환출자 구조가 복잡해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업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실상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때 아닌 국적 논란도 제기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은 지주사 체제를 선포하는 강수를 뒀다. 지배구조 개선, 대규모 투자 등의 쇄신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실추됐던 이미지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였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67개에 달하던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있었고, 신 회장 지분율이 11.71%로 늘어나며 그룹 지배력도 더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롯데지주 출범 2주년은 중간평가와 같았다. 금융사 보유 지분 완전 매각으로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킨 롯데지주는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액셀러레이터와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의 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이제 남은 롯데캐피탈 지분을 정리하고 나면(9월 23일 이사회에서 일본 롯데홀딩스에 매각키로 결정) 공정거래법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롯데는 자회사 지분율 규제 요건 때문에 인천개발, 인천타운지분을 롯데쇼핑에 매각했다.  
여기에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해외법인 지분도 정리했다. 롯데유럽홀딩스, 롯데 인디아 등을 롯데호텔과 롯데제과 등 관련 계열사에 매각한 것이다.

외형적으로 보면 롯데는 지주사 체제로 바뀌면서 실적도 개선됐다. 롯데제과,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롯데지알에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종속법인의 실적이 상승세를 탔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2천8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88.9%나 증가한 696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10월17일, 신 회장의 3심 판결이었다. 오너인 신 회장이 경영을 유지하지 못하면 가장 큰 숙제인 호텔롯데 상장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주사 체제 전환의 마지막 퍼즐은 호텔롯데 상장이고 그 변수는 결국 신 회장의 부재였다. 신 회장의 3심 판결 결과에 따라 롯데지주 체제의 운명이 판가름 난다는 게 당시의 분위기였다. 

신 회장, 운명의 그날을 넘기다

운명의 10월17일이 왔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심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롯데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대법원 3부는 10월17일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신 회장은 2016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경영능력 비판을 우려해 부실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에 499억원을 부당 지원하고, ATM 구매과정에서 재무상황이 열악해진 롯데기공을 끼워 넣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있었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 등과 공모해 롯데시네마가 직영하던 영화관 매점을 가족 회사 등에 임대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 혐의도 받았다. 더불어 롯데그룹에서 아무런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과 그의 딸에게 급여를 지급한 업무상 횡령 혐의 등도 적용됐다.

1심에서는 뇌물공여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신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경영비리 재판에서도 1심은 매점 임대 관련 배임과 서미경 모녀 급여 관련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나머지 경영비리 혐의는 모두 무죄를 인정했다.

2심에서는 서미경 모녀 급여 관련 횡령 혐의도 무죄로 인정됐다. 뇌물공여 혐의와 매점 임대 관련 배임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가 인정됐지만,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점이 양형에 반영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마지막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는 결론을 냈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오너쇼크를 수습할 수 있게 됐고, 그동안 추진해오던 롯데지주의 구조개편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11월, 급물살 탄 구조 개편

신동빈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롯데지주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주 매각보다는 ‘차입금 줄이기’로 방향을 잡고 계열사들의 단기차입금부터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 11월8일 ‘더벨’은 롯데지주가 우량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편입하면서 단기차입으로만 2조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한데 이어 금융 자회사 매각을 완료하며 1조7000억원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롯데지주가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을 지주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호텔롯데와 호텔물산이 가지고 있던 지분 23.24%를 인수하는데 들인 돈은 2조2274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을 편입하면서 그린 큰 그림은 유통에서 화학과 건설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출처 / 더벨

 

차입금 증가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

문제는 이 과정에서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롯데지주 부채비율이 별도기준 25.1%이었다. 하지만 올해 반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73.8%로 대폭 상승했다.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하는데 쓴 자금 2조2274억원 가운데 약 2조원이 단기 차입금으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지주는 “금융자회사 지분 매각과 자기주식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융자회사 지분 매각은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조치였고, 차입금 상환을 위한 최선책이었기에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됐다. 롯데카드 지분 79.83%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13.95%를 롯데쇼핑에 넘겼다. 더불어 롯데캐피탈 지분 25.64%를 롯데파이낸셜코퍼레이션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총 1조7000억원인 셈이다.

2017년말 8250억원 수준이었던 롯데지주의 별도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3조2597억원으로 불어났다. 앞서 금융자산 매각으로 마련한 1조7000억원이 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을 위해 차입한 자금 약 2조원에 조금 못 미친다는 걸 따져보면 차입금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였다.

이 때문에 롯데지주가 자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 지분 일부 매각이나 자기주식 매각을 시도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지만 롯데의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롯데 경영 스타일을 봤을 때 계열사 지분 매각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롯데지주는 자기주식 매각을 시도했을까? 롯데지주는 2018년 기준으로 32.5%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롯데지주가 당장 자기주식 매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그룹 측도 계획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롯데지주, 계열사 단기차입금을 장기차입금으로 전환하면서 돌파구 마련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9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금융사를 제외한 500대 기업의 장·단기 차입금 현황을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2019년 상반기말 현재 호텔롯데와 롯데하이마트의 차입금을 언급한 두 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총 차입금 6조6502억 원 중 60% 이상이 장기 차입금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분석해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단기차입금은 1743억 원 줄이고, 장기 차입금은 6366억 원 늘렸다. 

이에 대해 호텔롯데 관계자는 "과거 조달했던 차입금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단기 차입금이 2016~2017년 무렵 크게 늘어나 지난해부터 차입금 만기 스프레드를 조절해 자금을 조달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롯데하이마트의 올 상반기 총 차입금 규모는 499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96억 원 보다 1301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롯데하이마트의 차입금은 6000억 원에 달했으나, 6개월 새 1000억 원 이상 줄었다. 올해에만 1300억 원의 유동성사채를 상환하고, 같은 기간 신규 차입금을 빌리지 않은 채 현금 상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동안 발생한 여유 자금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가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고 한다"며 "향후에도 이러한 방향은 유지하되, 자금 상황에 따라 자기자금으로 상환을 할 지, 차입금을 추가로 조달해 유동성을 확보해 나아갈 지는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쯤 되니 롯데지주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선택한 방안이 ‘차입금 줄이기’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자사주 매각보다는 차입금을 줄여나가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롯데지주. 과연 신동빈 회장체제에서 구조 개선이 어떻게 이우러질지 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