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개발 성공

“1993년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습니다.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습니다.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룹시다”

-2016년 6월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은 최태원 회장의 격려사-

[CEONEWS=윤상천 기자] SK바이오팜은 22일 새벽,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사 중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내 최초의 사례다. 

이번 성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 6월 경기도 판교 소재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격려사를 남긴 지 3년 만에 이루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약개발은 통상 10년~15년의 기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천~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엑스코프리 역시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가 제약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지 27년. 지난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릴 당시 SK의 도전은 무모해 보였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드는 세태와 정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당시 SK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바이오∙제약 사업을 고부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SK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글로벌 시장에 자체개발 신약 하나 없던 한국에서 우리 SK가 시도하는 일이 ‘신약주권’을 향한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사명감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27년의 도전 뒤에는 최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투자 의지가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SK㈜ 바이오∙제약 사업 연혁】 제공: SK(주)
【SK㈜ 바이오∙제약 사업 연혁】 제공: SK(주)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 2002년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비전은 바로 실행됐다. 2002년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는 한편,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운 것이다.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는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으로 더욱 확고해져 갔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신약개발이야말로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투자와 장기적인 비전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의지가 확고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의 의지가 확고함에 따라 SK는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 천억 규모의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 과정 속에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 했던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해에 바로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화 했다. 

한 전문가는 “이때 역량을 강화했던 SK라이프사이언스가 이번에 FDA 승인을 얻은 엑스코프리의 임상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SK측도 SK라이프사이언스가 엑스코프리 발매 이후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까지 도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SK는 신약 개발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한 신뢰와 지원을 이어온 기본기가 엄격한 기준으로 유명한 FDA의 시험대를 넘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신약 개발과 함께 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관심을 가졌다.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텍의 전신인 원료의약품 생산사업부가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온 경쟁력에 주목한 것이다. 또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였다. 

지난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M&A에 성공했다. 그리고 인수 1년만인 지난 6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을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미국 현지에서 설립한 SK팜테코
미국 현지에서 설립한 SK팜테코

지난 10월 SK㈜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8년 61억달러(약 7조 1,400억원) 규모였고, 2024년까지 70억 달러(약 8조 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출처: Frost & Sulllivan, 2019) SK는 엑스코프리로부터 발생되는 수익을 기반으로 제2, 제3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은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7년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은 최태원 회장의 뚝심이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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