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CEONEWS가 '대한민국 리딩 TOP CEO'를 선정합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CEO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앙양하고 그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CEO PI의 본보기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위기의 KAL을 이끄는 추진력 강한 오너 3세

빛바랜 수송보국(輸送報國) 다시 꽃피울까

[CEONEWS=장용준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오너 3세 경영인으로 지난 4월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탓에 故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경영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진그룹의 창업정신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계승·발전시켜 한진그룹의 비전을 차질 없이 이루는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를 시작한 지 일 년도 안 된 상황이지만 조 회장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총수 자리를 공고히 하고 한진그룹의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너 3세 경영인으로 순탄했던 과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故 조중훈 창업주의 손자이자 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3세 경영인이다.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후 지난 4월 그룹 회장에 올랐다. 2004년 대한항공에 입사했고,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여객사업본부장을 지냈다. 2011년부터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았다. 2014년 1월부터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과 그룹경영지원실 실장, 한진칼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자신감과 추진력이 강하고 적극적 경영을 펼치며 IT 분야에도 밝다. 경영을 맡은 후 대한항공 순이익 증가,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운영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 한진그룹 오너 3세들 중 유일한 경영권 승계자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 부각된 여러 사건들로 인해 빛이 바랜 면이 없지 않다.

오너 일가의 비리 의혹으로 빛바랜 수송보국
대한항공 직원들의 폭로로 시작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비리 의혹은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밀수, 횡령, 배임 등의 경영상 문제부터 학력문제, 누이의 땅콩회항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진데다 아버지인 조양호 전 회장의 퇴진과 사망 등이 겹치면서 ‘수송보국’이라는 한진그룹의 창업정신이 빛바랜 과거의 영광으로 밀려났다.  

더군다나 대한항공이 관세청, 국토교통부 등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며 ‘항피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다행히 조원태 회장은 학력 문제를 제외하곤 어머니, 누이들과 달리 특정인에 의한 고발은 없었고 회사 내부 직원들에게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기에 경영권 수성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주위의 평이다.

한진그룹 회장 취임과 경영권 수성
지난 4월 24일 이사회는 조 회장을 한진그룹 회장으로 선임했다. 조양호 前회장의 장례를 치르고 8일만의 일이다. 당시 상황을 두고 재계에서는 KCGI가 공격적인 한진칼 지분 확대(당시 14.98% 보유)로 수위를 높이고 있었고, 조원태 회장의 지분이 조현민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지분과 엇비슷했다는 점을 들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직위가 필요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17.84%였기에 조원태 회장이 안팎으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조 회장은 취임 초기 경영권 승계에 대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11월 현재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을 온전히 물려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추가적 우호지분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KCGI와의 지분 경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

지난 6월 조 회장의 백기사로 등장한 것이 바로 미국 델타항공이다. 당시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합작회사) 제휴 강화를 위해 한진칼 지분 4.3%를 인수했다. 한미 당국의 규제 승인을 받는 대로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에드 바스티앙 델타 최고경영자는 "두 회사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세계 최고의 환태평양 합작회사를 공동 고객들에게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번 투자가 우리가 합작 회사의 가치를 계속 쌓을 때 우리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 2018년 5월 조인트벤처를 설립, 현재 한‧미 양국 직항 13개 노선과 370개 지방 도시 노선을 함께 운영해 왔던 인연이 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한진가(家)가 KCGI와의 경쟁에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주식을 10%까지 늘린 11월 현재 한진가의 우호 지분이 40% 수준으로 늘어나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

11월 현재 한진칼 지분 구조는 KCGI 15.98%, 델타항공 10%,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5.31%, 반도그룹 5.06% 순이다.

다만 조 회장과 델타항공의 지분만을 합쳤을 때는 예전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 17.84%에 미치지 못한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경영능력을 입증할 기회가 없었기에 그룹 지배력이 아직도 약하다. 게다가 지분마저도 부친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결국 KCGI와 관계 개선을 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그동안 KCGI와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KCGI가 요구한 주주친화경영과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축소를 위한 작업 등이다.

한진그룹이 2023년까지 부채비율을 395%까지 내리고 향후 배당성향을 순이익의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골자로 내놓은 ‘비전2023’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더불어 동남아시아에 화물기를 재취항하고 남미노선을 증편하는 등 항공사업을 강화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호텔사업부문의 투자를 줄였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조 회장과 KCGI 사이에 경영상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2019년 3분기 영업이익 전년 대비 76% 급감
대한항공의 2019년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 급감한 964억원에 머물렀다. 보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대한항공의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3조3829억원, 영업이익 964억원, 순손실 2513억원이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는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이기에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순이익도 적자였고, 영업이익률도 2.8%로, 전전 동 기간보다 8.6%포인트 급락했다.

자회사를 제외하고 오직 대한항공 본체만 들여다 본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도 대한항공의 실적은 최악에 가까웠다. 매출은 3조2830억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3.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179억원으로 무려 70% 급감했다. 순손익도 연결과 같이 적자 전환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대내외 악재가 3분기 내내 쏟아졌다”는 말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한일 갈등에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 등의 국제문제가 치명타였다고 분석했다. 

여객 수요가 줄어들고 환율 상승으로 화물 수요까지 감소하면서 매출이 줄었다. 대한항공의 3분기 화물 매출은 64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서 달러 결제 비용은 늘고 화물 부문의 물동량까지 감소한 탓이다.

화물 노선별 매출을 보면 미주 지역의 감소폭이 전년 대비 22%로 가장 크다. 국내선과 대양주 지역의 매출이 전년 대비 14%, 11% 감소했고, 동남아와 일본 등 매출도 같은 기간 6% 줄어 들었다.

여객 매출도 소폭 감소했다. 2조1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줄었다. 한일 관계 경색과 홍콩 정세 불안 등으로 단거리 노선이 크게 줄어든 게 원인이다. 다만 감소폭이 경쟁사들보다 크지 않은 데는 중국 및 동남아를 대체 시장으로 개발해 대응한 것과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를 맺은 효과가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여객 노선별로는 델타항공과 조인트 벤처 운영 중인 미주 지역의 매출 증가세가 가장 컸다. 전년 대비 6% 증가했고 국내선과 대양주도 7%, 3%씩 증가했다. 다만 중국과 일본은 홍콩 민주화 사태 이슈와 불매 운동 여파로 각각 4%, 19% 감소했다.

매출 감소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영업비용은 3조1651억원. 작년 같은 기간 보다 4.9% 증가했다. 최저 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가 같은 기간 8% 늘어나고 공항 및 화객비로 나가는 비용 또한 10%가량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4분기에도 실적이 나아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4분기에도 어려운 영업 환경이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및 신규 시장 개발 등을 통한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로 여객 부문의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수의 자질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 안아
조 회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17년에 대한항공 순이익이 4년 만에 흑자를 내는 등 성과를 이끌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악재가 쌓여가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도덕성 문제와 갑질 의혹 등으로 인한 국민적 질타로 정신없는 시기를 지나며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도 복잡해져 버렸다.  
조 회장은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 듯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경쟁업체인 아시아나항공이 새주인을 찾아가고, 저비용항공사의 저가 운임 공세가 이어지면서 대한항공의 성세가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욱 어깨가 무겁다. 

악화된 조종사노조와의 갈등을 협상을 통해 어떻게 풀 것이냐도 조 사장의 과제로 꼽힌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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